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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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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이렇게 저문다. 오후 늦게 시작된 비는 한참 세차게 내리고 있고 뒷마당 수양장을 덮어 놓은 커버를 두드리며 시끄러운 빗소리로 2022년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게 하고 있다.  종각에서 치는 제야의 종이든, 타임 스퀘어의 볼드랍이든 첫째가 태어난 뒤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아내와 조금 기다리더라도 TV에서 볼드랍 행사를 보기로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볼드랍을 진행 하려나 모르겠네.  어쨌든 2시간 가량 남은 그 행사까지 벽난로를 활활 피워놓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위스키를 한 잔 할까.. 싶기도 한데 마시면 왠지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잠이 들 것 같아서 망설이는 중. 2022년은 조금 벅찼다. 지난 1년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감당하기 벅찼다고 하는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어떻게 일일이 다 이야기 하기 힘들 만큼 여러 일들이 있었던 한 해. 생활면에서 그리고 감정적인 면에서 모두. 길게 이야기 하면 오히려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한 해.  내년은 다를까? 달랐으면 좋겠다. 아래 사진은 지난 봄 디즈니월드에서 찍은 불꽃놀이. 날씨가 별로라 뉴욕 볼드랍 화면은 별로일 것 같아 이걸로 대신해볼까 한다. 

기부

크리스마스 오후.  시간을 내서 포코노 수녀원에 온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내가 만들어 놓은 치즈 케이크에 더해 동네에 생긴 파리바게뜨에서 한국식 빵도 한보따리 사서 함께 들고 갔다. 수녀님들께서 준비하신 점심 식사를 하고 세시간 정도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평소 두 분만 계셔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이 약간은 신난 듯 보였다. 하긴 왜 아니겠어. 한편으로는 어떻게 보면 요식 행위에 불과한 빵이나 과일 같은.. 인사 치례 물품을 사가는 것 보다는 그냥 그 돈만큼 기부를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나치게 현실적인가. 하지만 오가는 정이 꼭 과일이나 빵, 케이크일 필요는 없다. 기부금에도 분명 정이 오갈 수 있을 테니까. 어쨌든 에콰도르 수녀원과 포코노 수녀원 앞으로 각각 체크를 써서 봉헌했다.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다음에는 빵값도 현금으로 기부하는 걸 고려해 봐야지.  그리고 이번주 회사 CEO에게 이야기 해서 수녀원 다이닝 홀의 조명 교체를 위한 물품을 회사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말에 한번 더 가서 전기 배선 등을 확인한 뒤 조명 fixture 와 dimmer 필요 수량을 다시 한번 컨펌해서 보고하면 1월에는 교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것 같다. 처음엔 개인 기부로 교체해 드리려 했는데 회사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초 내가 지불하려 했던 비용은 그럼 현금으로 추가 기부하면 될라나.  어쨌든 연말이니, 개인이고 회사고 할 것 없이 기부의 시즌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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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 혼자 거실로 내려왔다. 어제 밤 늦게까지 아내가 이웃들에게 선물한다며 치즈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오븐을 열어보니 완성된 케이크들이 들어 있다. 선물용으로 작은 용기에 만들었는데 확실히 full size 보다 이게 더 나은듯. 선물하기도 낫고, 먹기도 좋다. 마침 아침에 내려 놓은 커피가 있는데 잠시 치즈케이크와 커피 조합을 고민해보다 포기했다. 선물용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들었는데 손을 대기는 좀..  요즘 집 안 온도를 조금 낮게 유지하고 있어서 첫째의 불만이 많은데 새벽에 내려와보니 거실이 썰렁하다. 사실 68도.. 그러니까 섭씨 20도로 유지하고 있는거라 그렇게 춥다고 할 수 없지만 창이 많은 주택인데다 집 천장이 높은 만큼 외풍을 무시하기 어렵다. 가만히 있으면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 온다. 그래서 같은 20도라도 한국 아파트의 20도와는 차이가 있다. 잠시 망설이다 거실 벽난로에 불을 피웠다. 어제 저녁 내내 주구장창 나무를 태워 아직 재가 좀 있는데 그냥 그 위에 올려서 불을 붙였다. 어차피 싼타할아버지 오실때 불편하지 말라고 오후에 막내와 함께 벽난로 청소해야 하는데 그 때 한꺼번에 치우지 뭐. 그렇게 불을 피워놓고 보니 어두컴컴한 새벽, 따뜻한 커피 한잔 손에 쥐고 거실에 앉아 있는 것도 제법 괜찮다. 손가락을 꼽아 보니 이번이 미국에 넘어와서 다섯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첫해에는 나름 크리스마스 쇼핑도 다녀오고 저녁 식사도 좋은데 가서 사먹었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들끼리 서로 주고 받을 선물을 직접 고르고 사게 하기 위해 어제 저녁 target 에 다녀온 것 말고는 다른 쇼핑을 다녀오지 않았다. 오늘 오후에 서점에 다녀 오는것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저녁에 성당이야 가겠지만 그 밖에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계획에 없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 아내와 나 둘 다 바빠서 뭔가 다른걸 할 여유를 내지 못했다. 정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간신히 했을 정도니까. 절대적인 ...

고속 성장의 대가

52시간은 주5일제 기준 삼일은 하루 10시간, 이틀은 11시간씩 일 해야 달성 가능한 근무 시간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출퇴근에 각각 한시간씩 걸린다고 가정하면, 9시에 일을 시작해도 저녁 7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만일 점심과 저녁으로 한시간씩 빼야 한다면 밤 9시까지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고 집에 돌아오면 10시가 된다. 여기에 더해 매주 이틀은 11시에 집에 들아오는 생활을 해야 52시간을 채우게 된다. 부서 회식이라도 한번 하면 주말 출근을 해야 간신히 52시간을 채울수 있다. 아니면 자정 무렵까지 일하거나. 이런 생활을 버틸수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건 불가능하다. 부부가 맞벌이라도 한다고 보면 외부의 보육 노동력 유입이 없이는 가족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대단한거지 절대로 모든 사람이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 언론의 기사대로 이렇게 주당 52시간을 일하고도 생계 유지가 어렵다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다. 기업들을 뭐라 하는게 아니다. 근로자들이 이미 상식적인 수준의 가정 생활이(혹은 연애 생활이) 힘들 정도의 근무 시간을 일하고 있는데 그러고도 생계 유지가 안된다면 국가 전체 부의 재분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52시간 노동을 하고도 노동자의 생계 유지가 안되는지를 더 큰 줄기에서 따져보는게 맞다. 단순히 30인 미만 사업장 사장과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만들어 버릴게 아니라. 그런데 한국 정부의 해법은 일을 더 하면 된단다. 참 쉽다. 최저 임금은 말 그대로 그 이하 시급을 받으면 한국 사회에서 인간적인 생활이 불가능 하다는 하한선을 정해준 것 뿐이고 권고는 그 금액 이상 지불해라 인데, 너도나도 최저 임금만 주고 직원을 부린다. 그래서 최저 임금을 올리면 자영업 종사자들이 망하고 국가 경제가 망한단다. 그렇다면 어째서 최저 임금을 줘야 자영업장과 소규모 기업들이 운영 가능한지, 왜 이렇게 최저 임금에 국가 경제가...

이직에 대한 고민

요즘 업체 한곳에서 연락이 자주 온다.  일로 엮여 있는 회사라 일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나와 연락하는 그 회사 담당자는 가끔씩 다른 이야기들을 끼워 넣는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지만 오해할 수 없을 만큼 확실하게, 내년 하반기에 꾸리는 자기 회사 신규 비즈니스 팀에 합류할 생각이 있냐는 이야기. 정확히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간을 보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해서 매번 못알아 들은척 하고 있다. 정말 내게 관심이 있고 언급하는 팀을 런칭 한다면, 그러니까 때가 되면 정식으로 오퍼를 넣겠지.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회사에 얼마나 더 오래 다닐수 있을까 하는. 2019년 여름에 합류했으니 3년이 지났고 내년 여름이 되면 4년이 된다. 이제는 소개할때 회사에 join 한지 얼마 안됐다.. 는 표현을 할 수 없게 된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3년의 시간 동안 두차례 승진을 해서 VP 타이틀을 달았지만 여기가 내 회사라는 그런 안정감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 입지는 내가 느끼기에도 상당히 좋다. 일에서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들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 하기에는 뭐 하나 부족한게 없는 상태랄까. 도전과 성취라는 단어가 멋있기는 하나 이민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라는건 어떻게 그 가치를 따지기 어려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한곳에 머물러서 과연 얼마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한국에서 쌓은 자산이 별로 없이 미국에서의 삶에서 쌓는 자산으로 아이들 학비와 우리 부부의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 높은 연봉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돈보다 어찌보면 더 큰 고민은, 지금 회사에서는 내 장점을 100% 살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부분. 지금처럼 지내면 조만간 높은 벽을 마주보게 될 것 같다.  고민이 많은 연말. 

법보다 이웃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오늘 저녁, 첫째에게 '실망했다'는 표현을 했다. 삼형제의 자율에 맡겨 놓은 일이 있는데, 정확히는 게임 시간 분배, 둘째가 제대로 신경을 못쓰는 틈을 타 첫째가 좀 더 시간을 즐겼고 둘째는 자기 시간을 누리지 못했다. 그 상황에 분노한 둘째가 첫째와 옥신 각신 하는 상황에 내가 끼어 들었다. 아이들 사이의 다툼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데 이번엔 그럴수가 없었다. 첫째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고 사실상 야단을 쳤다. 일단, 첫째는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피상적으로 보면 제대로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던 둘째의 잘못인거지 소위 '법대로 하면' 첫째는 잘못한게 없다. 첫째의 입장도 바로 그것. 자기는 잘못한게 없단다. 그리고 바로 그 입장에 대해 내가 대단히 실망했다고 했다. 둘째가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첫째는 알고 있었고 자기가 그 시간을 더 누리면서 나중에 둘째에게 '나는 규칙대로 했으니 잘못이 없다' 라고 말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걸 나도, 첫째도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가장 못난 사람이 이웃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입힌 뒤에 '법대로 했고 잘못이 없다' 는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고, 정말 당당하고 싶다면 동생이 규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을때 그걸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 할게 아니라 동생에게 다시 규칙을 설명해주고 모두 함께 즐겁게 노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강하게 이야기 했다. 그게 더불어 사는 이 사회가 유지되는 방법이라고. 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을 괴롭히는게 얼마나 싸가지 없는 행동인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이야기를 한참 했다. 거실에서의 잔소리로 부족하다고 느껴서 아이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서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갔다. 동생이 본인이 합의했던 규칙을 잘 몰랐던거니 첫째의 책임도 아니고, 첫째가 그만큼 더 이득을 누릴수 있는데 포기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건 안다. 아이에게도 게임을 더 오래 할 수 있는데 스스...

La La Land - City Of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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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하루였다.  마땅히 다른 방법도 없고 해서, 와인을 한잔 했는데 역시 술의 힘은 위대하다. 적당히 취했고 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더 마시면 우울해 지겠지 싶어 딱 멈췄는데 그 지점이 적절한듯.  몇몇 음악을 듣고 조금전 부터는 La La Land 의 OST 를 듣기 시작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곡은 City of Starts.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생각해보니 술 한잔 하고나서 듣기에는 이 곡도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음악으로 주정하는 밤이 지나간다.  

휴식

늘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 과연 휴식은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생활에서 온다고 봤을때 문제의 원인을 그대로 놔두고 잠시 쉬다 온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없는 사이에 누군가 깔끔하게 해결해 놓는다는 보장이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 안된다. 그리고 성격이 타고나길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면 문제의 원인을 등 뒤에 놔둔채 휴식을 취한다는게 과연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쉬어가며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필요하기도 하고.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있을 경우, 그러니까 스트레스의 원인이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는 경우 그걸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그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는데, 그게 내가 휴식이 필요한건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인건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후자라면 쉬어봐야 쉬는게 아니고 오히려 문제를 미루기만 해서 더 크게 만들테니 휴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가가 남아 돌아서 아이들 병원 검진 핑계로 그냥 하루 휴가를 낸 월요일 아침. 집에 앉아서 업무 스트레스는 똑같이 받고 있는 날 보며 괜시리 휴식의 의미에 대해 투덜거리게 된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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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나서 만든 수란 토스트. 빵을 조금 더 바삭하게 구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아내는 이만하면 훌륭하다고. 그럼 됐지 뭐.  주말 아침, 느즈막하게 일어나 브런치 삼아 가볍게 해먹기 좋은 메뉴인듯.  

막내의 악몽

어제 새벽, 막내가 양 팔에 인형을 하나씩 안고는 안방으로 찾아왔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잘 수 없다나. 아이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화장실을 들락 거리는 소리도 들어서 알고 있었고 안방문을 살짝 열어서 엄마 아빠가 자고 있는지 살피고 간 것도 알고 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자고 있으니 깨우지 말아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내게 말을 건 것. 어쨌든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으니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게 해달라는게 아이의 요청이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아이를 자기 방에 데려가서 다시 눕히고 잠들때까지 내가 옆에서 토닥여 줄까.. 하고. 하지만 짧은, 순식간에 지나간 그 고민을 접어 놓고 침대로 올라오라고 해서 아내와 내 사이에 눕게 했다. 아이는 눕자 마자 잠이 들었고 그렇게 새벽이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이는 인형을 내려놓고 내 오른팔을 부둥켜 안고는 자고 있었다. 팔을 빼면 잠이 깰까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사진을 한장 찍었다. 아이가 잠자고 있는 얼굴을 이 각도에서, 함께 누워 있다, 사진을 찍었던게 기억이 맞다면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던 시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기억속의 사진을 찾아보니 맞네. 배에서 은은한 조명이 나오고 수면을 위한 조용한 멜로디도 나왔던 저 해마 인형을 아기때 정말 좋아 했었는데. ) 이 아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올해 정도가 옆에 끼고 잘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아닐까? 이제 조금 지나면 지 형들처럼 굴겠지. 어쨌든.. 사는건 힘들지만, 그래서 어서 내일이라도 은퇴할 수 있기를 꿈꾸지만 내가 버텨서 이 아이에게 오늘 평온한 삶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ps 아이를 악몽으로 데려가는 마법의 그 단어는.. 외계인Alien 이다. 한국어든 영어든 상관없이 이 단어를 들으면 무서워서 그날 잠을 잘 못잔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금지된 단어. 마치 해리포트의 볼드모트처럼 모두들 대명사로 이야기 한다 ㅎㅎ

Job market

최근 한달에 한번씩은 미국 여기저기로 출장을 다니게 되는데 이래저래 job market 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요약하면,  Target에서 짐 나르는 일은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 소위 career job market은 얼어 붙었다. 1년차 junior position은 아직 많으나, senior 혹은 manager 급으로 올라가면 역시 job opening 이 별로 없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 더해서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수요가 줄어든 CNY ocean freight 까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는듯 하다.  

건조하게 말하기

건조하게 말하는 화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직 잘 안되기는 하지만. 사실 한국어의 '아니' 에 해당하는 영어식 표현이 없다는게 건조하게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면 다른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니' 로 시작하는 한국어의 반론 화법이 주는 장점은 그 한 단어로 상대방의 주장을 약간 비정상적인, 논리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는(그래서 약간 어처구니 없다는 식의..) 뉘양스를 풍기며 왜 내 진심을 몰라주느냐는 억울함까지 한번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우 효과적인만큼 널리 쓰인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우리집 막내까지도 형들하고 의견 대립이 되면 일단 '아니' 를 뱉고 시작할 만큼. 그런데 아무래도 억울함을 함께 표현하려다 보니 이 말을 할 때 억양과 표정도 억울함, 어처구니 없음, 아주 약간의 분노 등등이 함께 묻어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토론할 때 쉽게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감정적인 부분들을 드러내는게 한국에서는 쉽게 관찰된다. 전문적인 패널들이 등장하는 TV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관찰될 정도니 일상 생활, 특히 회사 업무 회의에서는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게 엄청난 결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생각해보면 '한'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한국 문화권에서 억울함이나 감정을 평소에 드러내는게 개인의 유별난 단점으로 취급될 까닭도 없다. 오히려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게 효과적인 토론의 도구 중 하나로 취급받을 때도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그렇게 감정을, 분노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이면 professional 하지 않다고 취급 받는다는 것. 여기서는 자기 생각과 논리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말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debate 하는 법을 배우거나 반론하는 글을 작문할 때도 그렇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도록 훈련 받는다. 짧게 말하자면 아주 dry 하고, 마치 자동 응답기와 대화 하듯 말해야 한다. 심지어 나를 대상으로 한 약간 모욕적인 유머를 들었을 때도 분노나 실망감을 드러내는...

Starcraf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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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스타크래프트2 를 해보고 싶다며 며칠전 이야기를 했다. 못할게 뭐가 있나 싶어 같이 하자고 했다. 윈도우즈와 맥OS 모두 가능해서 아내의 윈도우즈 랩탑에 설치하고 내 맥북에도 설치해서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된 어제부터 1:1을 하고 있다.  내가 했던건 스타크래프트1 이었고 그마저도 20년도 더 전에 해본게 마지막이긴 하지만 이런류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처음 접해본 첫째보다는 좀 더 적응이 빠르다. 입구를 막아놓고 뒤로 돌아가고, drop ship으로 치고 도망가고.. 등등, 아이 입장에서 보면 온갖 비겁한 꼼수를 동원해서 게임을 하는데 아이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적응 속도를 보면 얼마 안가 입장이 바뀔것 같기는 한데.. 그 전에 실컷 약올리며 이겨 놔야지. :-) 

한국행 비행기표

내년 여름에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다녀오기로 하고 어제 저녁 온 가족 비행기표를 샀다. 나는 빼고. 여러 고민을 했는데 어쨌든 나는 가지 않는게 여러 상황에 더 도움이 된다. 내가 한달씩 휴가를 낼 수 없는 것도 그렇고, 내 휴가에 맞춰 온 가족이 짧게 한국에 다녀오는 것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열시간 넘게 태평양을 건너 찾아가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든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 오겠는데, 마음이 가지 않으니 무리해서 이리저리 휴가를 조율하고 업무적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베로니카 수녀님을 뵈러 에콰도르에 다녀오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고.  남들은 향수병이다 뭐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에 힘들어 한다는데 나는 그런게 없다. 한국도, 미국도 그냥 내게는 모두 타향일 뿐 그 이상의 어떤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어디에 살든 삶은 힘들고 지루하다. 

미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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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초가을 날씨.  이런 저런 이유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월요일 오후. 거실과 연결된 파티오로 나가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도 괜찮을 만큼 날이 포근하다.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고는 하나 오늘까지는 70도에 가까운, 바람도 불지 않는 날씨. 일해야 하는데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랩탑 화면에 머물지 못한다. 사실 진작에 헐벗은 나뭇가지만 보여야 하는데 뒷마당에 한그루 있는 침엽수가 적당히 그 풍경을 가리고는 시야에 들어오는 계절 감각을 비튼다.  그러면서 며칠전 사촌동생과 나눴던 대화가 슬며시 고개를 다시 들었다.  지난 주말 미국에 1년간 연수를 와 있었던 사촌 동생네 가족이 찾아와 하루 자고 갔다. 내가 미국으로 넘어오기 전에 얼굴을 한번 보고는 처음이니까 거의 5년만의 만남. 동생이 미국 워싱턴DC로 연수를 나온 것은 1년 전이지만 주말이나 아이 방학때마다 미국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느라 바빴고 뉴욕은 귀국전 마지막 순서로 방문하기로 했던터라 귀국을 앞둔 이제야 여기에 왔다.  추수감사절도 얼마 뒤고 해서 칠면조도 굽고 랍스터에, 연어구이에 (재료가 다양해 정체 불명인)캐서롤과 치스케이크까지 조금 이르지만 추수감사절 테이블을 차려서 두 가족이 모두 테이블에 둘러 앉아 북적거리는 저녁 식사를 했다.  새로운 경험을 가장 많이 했을 1년차 미국 살이를 한 가정이라 서로 할 이야기도 내가 설명해줄 것도 많았다. 사실 집안 사촌들이 모두 가까이 지내는 터라 대화거리는 차고 넘쳤다. 한국에 계신 어른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사촌들이 어떻게들 지내는지까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태평양 건너 살고 있으면서 사촌형, 동생들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내가 모두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밤 늦게까지 그런 소식들을 업데이트 해준 동생이 참 고마웠다.  그러던 중 나름 생활도 안정되고.. 자리 잘 잡은 것 처럼 보이는 내 미국 이민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촌 동생이라고 하는 ...

시도에 대한 칭찬과 잘 한 것에 대한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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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에 비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신이 할 줄 아는 걸 할 줄 아는 선까지, 부담 없이 남들 앞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성정은 어떻게 해서 길러지는 것일까.  어제 있었던 학교 친구의 할로윈 파티 초대에 응해서 피카츄 코스튬을 입고 가서 두시간 가량 놀다 온 막내. 파티가 끝날 시간이 되어 데리러 갔을때 그 집 창문 너머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막내를 봤다.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올해 석달 정도 학원을 다니다 말았고 할머니가 와 계시는 동안 할머니에게 몇 주 배운게 전부일텐데 그럼에도 친구들을 등 뒤에 앉혀두고 자랑스럽게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저리 못했는데. 내 기억에 남들 앞에서 내가 피아노를 쳤던건 고등학생때가 마지막이었고 그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연주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눈 감고도 칠 수 있었던 곡을 악보를 보면서도 두번이나 틀렸고 다시는 남들 앞에서 연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도 함께 묻어 있고. 어제 창문 너머로 지켜본, 저 아이처럼 자신의 연주 실력을 누가 안좋게 볼까 하는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으며 즐겁게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아내와 잠시 대화를 해봤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 문화에서는 할 줄 아는걸 시도하는 것 자체를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잘한걸 칭찬하는 문화라서 그 차이가 아닐까 하는. 잘하든 못하든 모든 자기 표현을 격려하고 칭찬하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자랑스럽게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는 이 곳의 문화에서 자란 아이라서 그런것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저 아이의 기본 성향이 그런 것인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남의 시선과 평가에서 평생 자유롭지 못했던 나와 다르게 저 아이는 스스로를 잘 표현하면서 자랐으면 한다. 

혼자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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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었고, 아내는 일 하느라 안방 책상에 있다. 혼자 거실에서 벽난로 피워 놓고 와인 한잔 하면서 음악 듣는 중.  맥북을 가져올 때만 하더라도 한참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지금은 그냥 멍 하다. 불멍, 음악멍, 와인멍 하면서 시간이나 보내야지. 

조성진 - Debussy Clair de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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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드뷔시의 달빛에 빠져서 계속 듣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이것 저것 찾아서 들어봐도 조성진이 연주하는 Clair de lune 이상 이 곡을 잘 표현한 버전을 찾을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언제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Suite Bergamasque L.75 III. Clair De Lune

가을의 복판에서 드뷔시를 만났다.  마을 주민들이 아침 산책길에 마주치면서 날씨가 정말 좋다고 인사를 건냈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던 하루. 다음주면 한국으로 되돌아 가는 어머니를 모시고 인근 농장으로 apple picking 을 다녀왔다.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심지어 기온마저 포근했던 그런 주말.  사과를 따고, 할로윈 호박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틀은 음악에서 드뷔시의 Clair De Lune 가 흘러 나왔다. 가득한 단풍 사이로 차를 몰며 듣기에 이보다 더 좋은 음악이 과연 몇 개나 될런지.  날씨에 취하고, 드뷔시에 취하고, 지금은 버본 한잔에 취하는 그런 날이다. 

펜실베니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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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몇달 전부터 준비했던 펜실베니아 Lancaster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Lancaster에 있는 Sight & Sound Theater 에 가서 연극을 보고 Pocono(궁금한게, Weatherly 타운에 있는데 왜 항상 Pocono라고 이름을 붙일까?) 에 있는 수녀원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루트였고 1박 2일동안 도합 6~7시간 운전을 했다. 가족들 사진을 주로 찍느라 풍경 사진은 별로 남기지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멋진 경치는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여행은 대단히 좋았다. Sight & Sound 극장의 연극도 좋았고, Lancaster에서 Weatherly까지 올라가는 국도의 아름다운 가을 단풍 풍경도 좋았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수녀원에서 마주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두 수녀님들과의 만남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소식이라도 전하시지 그렇게 스리슬쩍 와 계셨다니. 시작은 연극을 보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결말은 사람을 만난 여행을 바뀌었다. 다만 커다란 반가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러가지 그분들이 처한 어려움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내가 뭔가 해드릴 수 있는게 있을지 고민되는 시간. 어쨌든 뉴저지에서 출발해 크게 삼각형을 그리며 펜실베니아를 돌고 온 그 길이 내게는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했는데 어머니와 막내에게는 조금 벅찬 일정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움직여야 할 듯.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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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 집의 가장 큰 특징 이라면 벽난로가 있다는 것. 전기나 가스로 동작하는 벽난로도 제법 늘고 있는데 이 집의 벽난로는 나무를 떼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한번쯤은 나무를 직접 떼는 벽난로를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게 됐으니 소원 성취를 한 셈.  직접 사용해 보니 난방 용도로는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나무를 너무 조금 넣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사실 현대식 주택에서 벽난로의 용도가 난방에 있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데코레이션의 용도가 더 크다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렇게 벽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어 놓고 앉아 있자니 와인 한잔이 무척 생각난다. 집에는 버번 위스키만 있는데, 레드 와인 한병 퇴근길에 사올 걸 그랬나. 

바쁘다

정말 숨 쉴 틈도 없이 바쁘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는데 업무량을 따라가려면 퇴근 후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만이면 괜찮은데,  지난 주말에 이사를 하면서 지난 며칠 계속 기존에 살던 집 청소를 하고 자잘한 짐을 계속 나르느라 시간을 쪼개야 하고(트럭을 불러 침대나 식탁 같은 큰 짐은 옮겼으나 나머지는 나와 아내 몫이다), 어쨌든 생활을 해야 하니 새로 옮긴 집에서도 박스들을 정리해야 한다. 옷, 그릇 같은건 물론이고 손톱깍이 같은 자잘한 것들 까지. 여기에 더해 이번 주말 막내 생일파티 준비도 하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모자란 건 둘째치고, 이렇게 여러가지 일에 쫓기는 그 느낌이 싫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심리적으로 코너에 몰리는 듯한 느낌. 어쨌든 이번주만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버티자.

어머니

지난 화요일 한국에서 어머니께서 오셨다. 며칠 같이 지내면서 동네 산책도 하고 밤이면 같이 술도 한잔 하고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트레일에 가서 조금 멀리 걷고 왔다. 이리 좋을수가. 나중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더라도 몇년만... 아이들이 아직 어릴때 만이라도 미국에서 함께 사는게 어떠신지 여쭙고 있는데 반응이 미적지근 하시다. 쉽지 않은 질문이고 대답이시겠지. 어쨌든 아직 결정까지 시간은 좀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연세와 햇수를 따져보면 사실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어머니의 생각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내가 시민권을 받고 어머니를 초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그 날 전에 내 부탁을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재택근무

회사 정책상 일주일에 나흘은 사무실에 출근을 해야 한다. 나머지 하루는 재택근무. 팀원들에게 물어보니 예외 없이 금요일에 쉬겠다고. 원래도 금요일에 일이 적었는데 이제는 거의 주4일 근무하는 분위기가 됐다. 사실 전부터 금요일에는 암묵적으로 서로 업무 요청을 하거나... 미팅을 잡거나 하지 않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건물도 조용해서 꼭 주말에 출근한 느낌이다. 금요일인 오늘 출근을 했는데 구매팀 한명이 출근을 해서 일하고 있었다. 분명 금요일 재택 근무를 내 손으로 승인한 기억이 있는데.. 싶어서 혹시 무슨 특별한 업무가 있어서 금요일에 출근했냐고 하니 어제 아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병원에 데려갔다 오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느라 사무실을 못나왔기에 주4일 사무실 출근을 채우기 위해 금요일이지만 출근했단다. 어제 이 직원으로부터 아이 케어하느라 재택근무 하겠다고 알리는 메일을 받은 기억이 났다. 잠시 생각해보다 금요일 재택근무는 나와 합의한 근무 조건이라 불변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출근 안하기로 했으면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특히 어제처럼 갑작스러운 아이 케어가 필요한 경우 본인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한 건데 그것 때문에 계획에 없던 출근을 금요일에 하는건 옳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본인이 나와야 할 일이 있어서 나왔다면 상관 없지만 이번 같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출근 조건을 빡빡하게 해석해서 출근할 필요는 없다. 출산휴가를 끝내고 한달 전에 업무 복귀한 이 직원은 분명 금요일 재택근무를 기준으로 맞벌이 하는 남편과 교대하거나 혹은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내니를 고용하거나 했을텐데 갑자기 금요일 출근을 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업무가 아니라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말씀. 더구나 구매 업무 특성상 장소가 어디든 일하는데 지장이 없고, 사람들 거의 없는 금요일에 텅 비다시피 한 사무실에 나와서 혼자 오도카니 앉아서 일 해봐야 집에서 일하는 것과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을까. 업에 집중하...

새벽

새벽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4시. 좀 더 잠을 청할까 했는데 노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져 왔다. 아무래도 다시 잠을 다시 드는건 요원한 일로 보였다. 추운듯 웅크리고 있는 아내에게 이불을 다시 잘 펴서 덮어주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서 책상에 앉았다. 운동을 가기에는 아직 날이 어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멀리 나가자니 어제 발견한 뒷변속기 부품 파손이 발목을 잡는다. 작년에는 몸이 여기저기 문제더니 올해는 자전거가 문제다. 결국 이 시간에 집에서 할 수 있는게 책읽기 밖에 없는데 내 킨들은 막내가 Dogman을 본다며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던 파칭코는 어제 오후에 다 읽었다. 음악이라도 들을까 해서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아내가 깰까 싶어 맥북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헤드폰을 쓰고 듣는 음악의 입체감과 안온감이 몸을 좀 더 노곤하게 만든다. 무슨 시험 공부 하듯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데, 뒷마당에 있는 gravity chair 처럼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있다면 이대로 잠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의식적으로 술을 멀리한지 시간이 제법 된다. 이민 스트레스 때문인지 미국에 와서 술을 찾는 빈도수가 많이 늘었는데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운동을 더 하는게 낫겠지 싶어서 집에 와인이고 맥주고 위스키고 상관없이 아예 가져다 놓지를 않고 있다. 그래도 어제는 가볍게 위스키라도 한잔 마셨으면 푹 잘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뭐 그래도.. 다음주면 이제 한국에서 어머니가 오시는데 그때는 위스키 마니아인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좋은 위스키를 한병 사다 놔야겠지만. 생각은 많아 하늘로 훨훨 나는데 손가락이 따라가 주지를 않는다. 조금 기다렸다 해가 뜨면 옷 챙겨 입고 나가서 마을 한바퀴 걷고 와야겠다.

Paulinskill trail, 베이글, 그리고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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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inskill trail Lafayette에서 출발해서 Stillwater와 Blairstown을 지나 Portland까지 이어지는 Paulinskill rail trail 은 지금까지 세번 도전해서 제대로 길을 헤매지 않고 완주한 이력이 없는 트레일이다. 내가 워낙 길눈이 어두운데다 Garmin 의 navigation 기능도 아주 정밀한건 아니라 그렇다는 핑계를 대 보지만.. 어쨌든 갈림길도 많고 좁은 트레일을 달리면서도 길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달린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 한다.  오늘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다시 한번 도전했다. 딱 Blairstown 까지만 찍고 되돌아 오기로 하고 경로 파일도 다시 만들었다. 실제 라이드 하면서도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구글맵을 켜서 비교해가며 위치를 확인했고. 덕분에 이번엔 헤매지 않고 이 트레일의 멋진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베이글 어제밤 경로를 작성하다 보니 내가 반환점으로 지정한 곳 바로 옆에 Blairstown Diner 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구글 평점이 괜찮았다. 반환점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오늘 도착해서 간단하게 버터에 구운 베이글과 커피를 시켜서 먹어봤는데, 오.. 상당히 맛있었다. 집에서 가까웠다면 주말에 종종 찾았을 만큼 괜찮은 맛이었다. 이 베이글 때문에라도 종종 와야겠다.  곰 미국에 와서 자전거를 탄 이후 처음으로 곰을 봤다. 덩치가 작은 흑곰이었는데 트레일 옆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내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다가오자 수풀에서 나와 산 위로 도망쳐 올라갔다. 이 트레일을 올 때마다 곰이 있어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정말 마주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워낙 빠르게 도망친데다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 일이라 포기하고 그냥 씰룩거리며 산 위로 사라지는 곰의 엉덩이만 감상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올까? 그리고 그때는 곰 엉덩이라도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을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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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자전거를 취미로 즐기고 있고, 자전거를 탈 곳이 많은 마을에 살고 있는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 포장/비포장 도로가 골고루 섞여 있고 그렇게 붐비지 않는 조용한 동네. 오늘 자전거를 타며 보니 옥수수가 내 키보다 크게 자라고 있었다. 조만간 맛있는 옥수수들이 마트에 쏟아져 나오겠구나. 

밤이 길다

세상에는 좋게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6개월 기한으로 시작했던 TF 가 두달만에 활동을 종료하는 상황이 됐다. TF 의 결과만 놓고 보면 더 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다. 두달만에 실패한게 아니라, 6개월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일을 두달만에 마무리 했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나온 많은 문제점들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는 실패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 부분은 TF 의 영역 바깥에 있는 일이었고 회사에서는 TF 활동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내가 목표로 했던 win-win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한쪽의 잘못으로 결론이 나 버렸고 결국 bad ending 이 됐으니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 셈이다.  한시간째 책상에 데스크 램프만 켜 놓고 앉아서 어디서 어떻게 잘못됐는지 복기를 해보고 있다. 내가 좀 더 설득력이 있었다면.. 영어로도 한국어만큼 내 사고의 흐름을 언어로 바꿔 전달할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면,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엔 안좋게 끝날수 밖에 없는 일이었을까? 머리 한쪽에서는 내 잘못이 아니며 나는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지는걸 이른 시점에 발견하고 막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으나 다른 한쪽에는 그래도 뭔가 다른 방법이 있었을것 같다는 미련이 남는다.  그냥 이 모든게 쓸데없는 고민인걸까.  밤이 길다.

10번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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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계약을 했다.  지금 사는 집보다 부지는 조금 좁고 건물 자체도 덜 예쁘지만 대신 뒷마당에 in ground pool 이 있다. 내년 여름부터는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 불러다 풀파티를 즐길수 있을듯. 나와 아내도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pool 옆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불멍, 물멍 한꺼번에 할 수 있을테고.  그럴 작정으로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집에서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후 지금까지 9번의 이사를 했는데, 꼭 10번째 이사가 되는 이 집에서는 발 붙이고 살고 싶다. 하다못해 막내가 성인이 되서 독립할때까지 만이라도. 

Vice President

9월 인사 일정에 맞춰 VP 승진이 결정됐다.  지난주 금요일에 CEO와 면담을 했고 이번주부터 HR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follow-up 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경영진들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생전 구경도 못해봤던 비싼 와인을 맛보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white 보다는 진한 red wine을 좋아하는 red guy 로 소문이 난 덕을 본다고 할까. 이 회사에 입사한게 2019년 여름이었으니까 꼭 3년이 지났다. 입사후 이듬해에 Senior Engineer에서 개발팀 Director로 승진했고, 두 해가 더 지난 올해 VP 로 승진을 하게 됐다. 회사 board 에서도 승인 됐고, CEO의 정식 오퍼도 accept 했으니 앞으로 한달 동안 회사가 망하지 않는한 그대로 진행되겠지 싶다. 아직 사내에는 confidential 이지만 여기에 적는다고 우리 회사 사람들이 와서 이 글을 읽어볼 가능성은 없으니 괜찮겠지. Confidential인 이유는, VP중 한명이 lay off 될 예정이고 내가 그 자리에 가는 거라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사실 이왕 VP가 되는 거라면 현재 공석인, 내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개발 VP로 승진한다면 참 좋았을텐데, 개발을 떠나 회사 운영쪽 VP로 가게 되는거라 나도 불편하고 operation쪽 인력들도 알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리라 생각한다. 개발 VP였다면.. 어차피 공석이었고, 마침 내가 그 역할 하고 있었으니 바뀌는 것 없이 타이틀과 연봉만 올라가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을텐데 operation쪽 VP가 되는거라 어떻게 경영진이 이유를 설명하든 말이 나올수 밖에 없는 상황. 기분이 좋냐 하면 그렇지 않다. 젊은 시절과 달리 커리어 래더를 올라가는 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기에 더 많은 갈등을 직면해야 하는 자리는 더 많은 스트레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승진하지 않아도.. 실무자로 일해도 먹고 살고 은퇴하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돈 조금 더 벌자고 승진하는건 ...

Gravel ride alongside Delaware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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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초에 캠핑을 다녀 온 Delaware water gap 근처에 자전거를 탈 만한 트레일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차에 싣고 다녀왔다.  아침 기온도 75도 정도였고 강 옆이라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고 코스도 나무 숲 사이로 달리는 길이어서 시원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타고 왔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어제 지도 작업을 다 해놓고는 Garmin 에 코스 지도를 다운받아 가는걸 깜빡해서 원래 달리고자 했던 경로를 알 수 없었던 데다, 휴대폰이 터지는 곳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지도를 다운받을 수도 없었다는 것. 결국 달리고자 했던 경로의 반도 달리지 못했다. 애매한 길은 아예 가지 않는게 길치이자 방향치인 내가 살아 남는 법.  어쨌든 기분 좋게 새로운 코스를 달렸다. 거기에 더해 펜실베니아에서 달려 본 첫 라이드. :-) 

믿는대로 이루어 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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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과 오후 첫째의 Summer camp 라이드를 하느라 차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은걸 억지로 일어나서 나오기 때문인지 저기압이라 말이 없는데 한참 들고 뛰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서 오는 오후에는 말이 많다. 캠프에서 있었던 일부터 얼마전 유튜브에서 본 내용 혹은 게임을 하다 겪은 황당한 상황까지. 어제 픽업해서 집에 오는데 아이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불만을 털어 놨다. 오후에 있었던 competitive outdoor sports 시간에 코치가 프로 테니스 선수들도 그날 경기에 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자기 원래 실력에 관계 없이 그 경기는 진다고 했다면서 그걸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 자기 실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기고 진다고 생각하면 지는게 말도 안된다는 것. 그럼 서로 진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잠시 듣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아빠도 그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살아보니 정말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기는 확률이 높아지던데?" 하고 한문장을 던졌다. 보통 아이의 의견에 다 동의를 해주는 편이라 당연히 이번에도 내가 자기 의견에 동의하고 그 코치에 대해 같이 비판해줄거라 생각했었는지 아이가 당황한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입 다물고 있으면 십대가 아니지. 잠시 후 폭포처럼 아빠도 틀렸다며 자기 주장을 쏟아냈다. 반론을 할까 하다가 의미가 없어서 "네 말도 일견 맞는데, 아빠는 아빠가 경험한 것에 근거해서 경험담을 말하는거야. 어떤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라." 라고 했다. 굳이 아이와 그 문제로 토론을 하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을 주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뒷자석에서 어이 없다는 듯 작게 콧방귀 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노무 자슥을..!) 그리고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창 밖을 보기 시작했고. 뭐, 나도 어릴때 똑같이 반응 했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얼마나 어처...

선택

선택은 항상 고민과 갈등을 동반한다. 짜장면 짬뽕 선택부터 더 큰 무엇까지.  미국 이민 여부를 선택해야 했던 그 당시보다 지금이 더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일까? 지금 기억에 이민을 결정했던 그 당시에는 사실 이민을 갈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로 깊게 고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을 가는게 여러가지로 타당한 선택이었기에 그 자체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 오히려 떠나오면서 남겨둬야 할 것들이 더 신경쓰게 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고민은 커리어에 관련된 일이라 정말 선택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선택지 만큼.  오늘 내일 중에는 결정을 해야 할텐데 어째야 하나. 일단 짜파게티라도 하나 끓여 먹고 나서 생각해 봐야 할까. Update 7/19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상황이 바뀌어서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만간 해야 겠지만 그래도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현재로써는 만족. 

Rudder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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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개봉한 Rudderless 라는 영화가 있다. Massive shooting 의 '가해자' 가 되어 죽은 아들의 아버지가 주인공인 독특한 설정의 작품. 아들은 가해자로 누명을 쓴 게 아니라 정말 가해자다. 그리고 전혀 그런 징조가 없었기에 부모들은 죽은 아들에게, 그리고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비난과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 되면서도 무엇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해 괴로워한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와 남남이 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인가. 범죄자의 성장 환경을 따지는 미디어의, 여론의, 수사관의 시선 끝에서 범죄자를 키운 부모라는 주홍글씨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그리고 자학적인 낙인이 된다. 그렇지만 영화는 끝까지 왜 그런 범죄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단지 그 아버지가 살아남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 최근의 총기 사고를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부모는, 범죄자의 부모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비단 미국의 총기 사고가 아니더라도 세상엔 범죄자보다 많은 범죄자의 부모가 있다. 오늘자 뉴욕타임즈에 이에 대한 기사가 한편 올라왔다. 뉴욕타임즈 기사 답게 결론까지 도달한 후 훈계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우리가 바라보고 생각해 봐야 하는 fact 에 대해 잘 정돈해 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내 아이가 그런 범죄자가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가까웠던 이웃이 그런 범죄자의 부모가 된다면, 또는 내 아이가 그 범죄의 희생자가 된다면 나는 그 부모를 어떤 얼굴로 대해야 하는 걸까. https://www.nytimes.com/2022/07/10/us/highland-park-shooting-parents.html?unlocked_article_code=AAAAAAAAAAAAAAAACEIPuomT1JKd6J17Vw1cRCfTTMQmqxCdw_PIx...

D&R Canal Trail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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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주정부에서 지난 봄 D&R canal 트레일을 정비하면서 모래로 마감을 했다. 덕분에 어제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지만 오늘 아침 라이드 해보니 길이 진흙밭이 되지 않고 보송보송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바퀴를 구르는 힘이 모래와 함께 흩어져서 제대로 힘 전달이 되지 않는다. 달리는 내내 바퀴가 살짝 헛도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길이 심심해졌다. 전에는 모래로 마감된 길도 있었으나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도 있고, 굵은 자갈들이 툭툭 튀어나온 길도 있고, 물이 흥건한 진흙길도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달려도 모래길 뿐이라 마치 몇시간을 트랙만 달리는 기분이다. 물론 러닝을 하거나 가볍게 걷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겠지만 이래서야 그래블 로드를 타는 재미가 없다. 프린스턴 구간까지 넘어가면 좀 달라지려나.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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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기념일 연휴에 맞춰 캠핑을 다녀왔다.  다니는 성당의 다른 두 가족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전반적으로는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사람들도 좋고, 아이들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놀아서 좋았으나 나는 캠핑을 가면 뭔가 액티브하게 움직이기 보다는 음식도 최소한으로, 놀이도 최소한으로 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편인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면 아무래도 그런걸 고집하기 어렵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혼자 간게 아니니까. 그들과 함께 하는 여러 액티비티들이 싫다는게 아니라 약간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래도 2박 3일의 캠핑에서 두가지가 마음에 들었다. 하나는 둘째날 저녁에 펼쳐진 노을. 다른 하나는 밤마다 펼쳐진 반딧불이들의 향연. 높이 솟은 나무들을 따라 올라가며 반짝거려서 마치 장식을 적당히 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일 정도의 반딧불이들은 우리집 뒷마당에서 보는 것과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서 비교할 수 없이 좋았다.  노을은... 가만히 즐기고 싶을 정도로 좋았지만 다 같이 온 캠핑에서 혼자만 빠져나와서 시간을 보낼수 없기에 사진만 한장 찍고 돌아서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자려고 밤에 누워서 그 생각이 들었다. 내 돈과 시간을 들여서 나 혼자만의 또는 내 가족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뭐하러 캠핑을 오나... 하는. 차라리 혼자 다이닝 테이블에서 맥주 마시며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어쨌든 다음에는 우리 가족만 다녀와야 겠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캠핑은 혼자 가는 바이크 패킹인데, 아내가 허락을 해줄 것 같지 않다. :-) 

돼지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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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업무 출장차 캘리포니아를 다녀왔다. LA부터 샌디에고까지 3박4일에 걸쳐 체류했는데 이왕 캘리포니아 넘어간 김에 LA 살고 있는 후배 내외를 찾았다. 둘 모두 대학 후배인 탓에 아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가족인데다, 학생때도 유난히 가까이 지냈던 사이라 내가 한국에 살 때도 미국 출장을 오면 일부러 먼 길 돌아 찾고는 했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내가 이어준 커플이다) 남편쪽은 하필 캐나다 출장 중이라 만나지 못했지만 아내쪽은 만나서 저녁도 먹고 맥주도 한 잔 했는데, 굳이 따지자면 이쪽은 같은과+과내 학술 소모임+학교 동아리 까지 트리플 크라운인 사이니까 좀 더 가까운 사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다른쪽이 서운해 하려나 ㅎㅎ) 수년만에 만나서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고, 돼지 국밥도 먹었다. 그런데 이 국밥이 정말 맛있어서... 이 국밥을 먹었다는 것 만으로 남편쪽을 못만난 서운함이 사라졌다.  어쨌든 20년째 나와 친구해주고 있는 고마운 인연들. 미국 서부와 동부로 떨어져 있더라도 이렇게 가끔씩 얼굴 보고, 전화로 소식 전하며 오래오래 지내기를 바란다. 

2층의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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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에 회사가 이사를 간다.  오늘 새로 이사갈 건물에 가서 레이아웃 리뷰하고 공사할 부분들을 확인했는데 내 사무실은 무려 2층이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를 마지막으로 타본게 언제인지 생각해보니 2020년에 서류 공증 받으러 뉴욕 총영사관에 갔을 때가 마지막.  사무실 창문에 섰더니 높아서 현기증이 나려 한다. 2층이 이렇게 높았구나. 아무래도 커튼을 쳐놓고 지내야 할듯... 

Taskforce Team

회사에서 6개월 기한으로 TF 를 하나 맡아서 리드하게 됐다. 전담 인력 한명을 6개월간 현지 파견도 하는등 제법 규모가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다. 개발 디렉터인 내가 리드하지만 신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재무, 물류, 재고관리, 공급선 관리등 제품부터 시작해 supply chain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구축하는 팀이라 권한도 많이 주어지고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는 그런 상황. 그런데 사실 어떻게 팀을 이끌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일단 지금 회사에서 이런식의 TF 가 만들어져서 운영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회사에서 기대하는 업무 방식은 뭔지, TF에 참여할 팀원들은 어떤 이해를 갖고 참여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 삼성전자였다면 이정도 중요도를 가진 단기 TF라면 24/7 돌아가는게 상식이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회사에서 그렇게 일할것 같지는 않다. 요약하면 TF의 cadence 를 모르겠다는 것. 미국의 많은 산업 중에서도 내가 몸을 담고 있는 산업은 느림이 미덕이라고 보일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는 분야라... 내 몸에 베어 있는 삼성전자식 TF 운영을 하면 아마 잡음이 무척 나겠지 정도의 생각만 있다.  어쨌든 성공 시켰으면 좋겠다. 이왕 매니지먼트 루트에 들어선 이상 이정도 규모의 TF 를 성공시키는 것도 더 없이 좋은 레퍼런스가 될테니.

스트레칭 & 맨몸 운동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뒤 몇번의 부상을 입었다. 한차례를 제외하면 충돌이나 낙차를 해서 다치거나 한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자세가 안좋거나 바른 자세임에도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할 코어등의 기초 근력과 인대의 유연성이 부족해서 입는 부상이었다. 자전거 피팅과 아예 연관이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무관하기도 하다. 피팅이 잘 된 자전거를 타더라도 유연성이 부족하면 부상을 피할수 없으니.  자전거라는 운동의 특성상 유연성의 차이는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 했었는데 사십대의 뻣뻣한 몸은 네다섯시간 자전거를 탈 충분한 유연성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작년의 몸과 올해의 몸이 다르다.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지만 장시간 라이딩을 해보면 확연하게 느껴진다. 한해한해 나이를 먹는다는걸 전혀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깨닫고 있는 입장. 이게 자전거를 꾸준히 타서 장시간 탈 수 있는 지구력을 갖게 되는 것과 또 다른 문제다. 말 그대로 유연성이 부족한게 아주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몸을 푸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하나 천천히 신경써 가며 스트레칭 동작이 완료될수 있도록 한다. 가장 신경쓰는건 관절을 움직이는 여러 인대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것과 하체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맨몸 운동들. 해보면 단순 스트레칭인데도 온 몸의 근육과 인대가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다. 이렇게까지 유연성이 없었으니 자꾸 부상을 입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래도 이렇게 미리미리 몸을 풀어주고 유연성을 길러주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몸을 어디 가서 빌려올 수도 없고 운동 즐겨가며 오래 건강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아껴서 사용해야 할테니, 꼭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다치지 말자.   

Spring 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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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둘째의 학교 오케스트라 Spring concert 였다. 이번 학년의 마지막 콘서트.  지난 Winter concert 이후 석달이 지났는데 그 사이 우리집 둘째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 모두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게 첫번째 곡부터 느껴질 정도였다. 놀라워라.  둘째의 공연을 보며 막내는 자기가 4학년이 되면 뭘 할지 벌써부터 고민에 빠졌다. 형처럼 바이올린도 하고 싶은데 어제 밴드 공연에서 플룻을 보고는 반짝거리는 플룻과 소리가 멋지다며 그것도 하고 싶다나. 오케스트라와 밴드는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말에 잠시 세상 잃은듯 실망을 했다가 오늘은 또 그런일 없었다는 듯 신이 나 있다.  어쨌든 이렇게 온 가족이 콘서트에서 공연하는걸 보고 박수치고 축하해줄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둘째에게 큰 사랑과 감사를. :-)

Wallkill valle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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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집에서 1시간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Wallkill valley trail 을 다녀왔다.  작년부터 다녀오고 싶은 코스였는데 워낙 집에서 거리가 멀어 쉽게 기회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다녀왔다.  트레일 자체는 Walden 에서 시작하는데 이곳의 주차 여건이 좋지 못해 좀 더 위로 올라와 Kimball park 에 차를 대는게 가장 편하다. Walden 에서 출발을 하면 왕복 60마일 정도.. 그러니까 100km 정도 되는 트레일인데 초반을 포기했기 때문에 55마일을 목표로 라이드를 시작했다. (트레일의 거의 막바지 5마일을 남겨 놓고 공사중이라며 통행 금지가 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최종 왕복한 거리는 44마일.) 바닥이 거칠어서 38C 타이어로 까다로운 구간이 있기는 했는데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게 달릴수 있었다. (이런걸 경험할때마다 42C 정도 해줘야 그래블 자전거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평소 집 근처 로드 라이딩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아직까지는 38C 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코스 끝까지 업힐도 없고 전반적으로 아주 쉬운 코스. 코스와 그 주변 경치도 좋은 편이라 나중에 누군가 그래블 자전거 입문하고 장거리 뛰어보고 싶다고 하면 데려와도 좋을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주 오기는 어려울듯. 일단 여기를 자전거로 달리면 왕복 4~5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는데 추가로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2시간반~3시간이 걸린다. 운 나쁘면 8시간을 나와 있어야 하는데 주말에 혼자 그 정도까지 시간을 쓰기는 어렵다. 일단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데 코스 막판에 한국의 얼음골 같은 장소를 찾았다. 산에서 냉기가 쏟아져 내려오는데 이슬점보다 낮은 온도의 공기라 그 차가운 공기가 지나가는 길목에 안개처럼 수증기가 맺혀서 바람과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지나가다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운 공기를 만나서 잠시 멈췄을 정도. 어쨌든 여기서 과열된 몸을 제법 식힐수 있었다. 이날 여기는 섭씨 35도까지 올라갔던 ...

Stage II

내일부터 우리 가족의 미국 이민 생활에 있어 새로운.. 그러니까 두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아내가 공부를 시작해서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기 시작하는 것. 영상 의학 기기에 대한 공부를 하려는 아내는 일단 부족한 영어를 보충하기 위해 해당 칼리지의 어학 수업을 먼저 듣고 시험을 패스해야 한다.  두번째 스테이지라고 하는 이유는 앞으로 몇년, 이민 생활에서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들을 마딱뜨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내의 인생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거의 유일한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아이들 셋을 케어하는게 가장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아이들 케어보다 아내의 공부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아이들 케어하는데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가족이 미국에 없는 이상 내가 시간을 쪼개 아이들을 챙기고 그래도 안되는건 전부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간단하지만, 어렵다. 일단 맞벌이를 하던 작년까지와 달리 아내의 소득이 없어지고, 세 아이들 모두 수영만 하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좀 더 각자의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데다 막내는 피아노까지 따로 하고 있다.(테니스와 맞바꾸겠다고 해서 6월 학원 리사이틀까지만 하고 그만두기로 했지만.. 어쨌든 한달이라도 이중으로 비용이 나간다). 그나마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둘째가 고마운 상황. 내일부터 6월말까지가 큰 고비인데, 이번 학기는 애프터스쿨 자리도 없고 고작 한시간 아이들 케어할 내니를 구하는것도 어렵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아이들 돌봐줘봐야 돈이 안되니... 이해는 간다. 특히 요즘같이 사람 손이 부족한 시기에야 말 해 무엇할까. 어쩔수 없이 남은 6주는 내가 매일 2시에 퇴근해서 아이들 픽업하고 집에서 재택으로 나머지 시간을 채워야 한다. 회사에 이야기 해서 오케이 되기는 했지만 여러가지로 부담이 되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애프터스쿨에 아이들을 보낼수 있는 9월부터는 그런 문제가 없지만 대신 돈 문제가 생길게 불을 보듯 뻔하다. (무슨 애프터스쿨이 이리도 비싼...

GrNY SGS1 - NYC, Nyack & The 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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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래블 바이크 클럽의 봄철 정기 라이드. 뉴욕 Haven Ave. 에 있는 J. Hood Wright Park 에서 출발해 조지워싱턴 브리지를 건너 뉴저지로 넘어간 이후 허드슨 강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쿠오모 브리지를 통해 뉴욕으로 넘어와 허드슨 강을 따라 달려 출발지로 돌아오는 50마일 거리의 그래블 라이딩이었다.   거리는 50마일에 불과한데 코스가 험해서 예상외로 오래 걸렸다. 아침 9시30분에 출발해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게 오후 4시였으니까 6시간 30분 정도 걸린 라이드. 중간에 점심 먹는다고 보낸 시간도 있고 막판에는 체력의 한계로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쉬엄쉬엄 달렸던 탓에 Garmin에 기록된 moving time 은 4시간 30분.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50마일을 4시간 30분에 달린 셈이니 가장 느린 기록임에는 틀림이 없다. 멈춰 있었던 걸로 기록된 나머지 2시간도 편하게 그늘에 있었던 건 아니니... 체력적으로 소진되기는 매한가지.    사진을 보니 이때 정말 신나하고 있는게 보인다 ㅎㅎ  출발할 땐 웃으면서 출발했는데 이후에는 쉽지 않았다. 라이드를 마치고 자전거에서 내렸을때 손이 떨려서 당황했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힘들었던 라이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트레일 땅도 내가 평소 이용하던 트레일보다 거칠어서 자전거 제어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도전이 컸던 6시간 반의 라이드였다.  뉴욕 자전거 애호가들의 성지가 J. Hood Wright Park라는 말은 들었는데(자전거 타기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지워싱턴 브리지 접근성이 좋아 허드슨강을 넘어가는 모든 루트의 출발지가 된다는 의미에서) 이날 아침 정말 깜짝 놀랐다. 운이 좋아 스팟을 하나 찾았지 하마터면 곤란해질뻔 했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모든 도로가 차들로 빡빡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전부 자전거 렉을 달고 있었다.  J. Hood W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