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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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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2023년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여러모로 좋았던 해였다고 글을 남겼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라지만 그 글을 남기고 난 뒤 지난 1년은, 그러니까 2024년은 여러모로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여러 일이 있었고, 여러 변화가 있었다.  나쁜일만 있었느냐 하면 그 와중에도 그 나쁜일로 인해 비롯된 좋은 변화들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졌고, 세 아이들의 사이는 훨씬 좋아졌으며 나와 아내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엄마 아빠에게 거리감을 느끼던 첫째가 그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히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첫째와 했던 포옹보다 많은 포옹을 올해 했고(그것도 아이가 온 힘을 다해 꽉 끌어않아주는 두터운 신뢰의 포옹), 지금까지 첫째와 나눴던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내 어린 시절 이야기에 아무에게도 들려준적 없는 내 흑역사까지 포함해서 진솔한 대화를 지난 1년간 나눴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2024년을 가로지르며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던 일은, 첫째의 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아이는 결국 이 병을 이겨낼 것이고 그후에 남는건 아이와 우리, 그리고 형제들간에 형성된 더 없이 강한 신뢰와 유대감일테니까.  2025년은 올해와 다를거라고 믿는다. 2024년 초여름 어느날 찍은 이 사진처럼, 식사 준비를 같이 하겠다며 달려든 첫째와 둘째에게 밀려난 내가 잠시 지켜보다 사진을 찍은 어느 여름날의 평범한 풍경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거라 믿는다. 

탄핵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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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일어나 한국 뉴스를 찾았다.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 견디기 어렵다. 다시 잠들수 있을것 같지 않아 거실로 내려와선 괜시리 벽난로를 지펴놓고 불멍하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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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품목들을 사느라 바쁜 어제,  온 가족이 동네에 있는 animal shelter 에 가서 아기 고양이를 한마리 입양했다. 애완동물을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일종의 emotional support pet 역할로 들였다. 근본적인 입양 목적은 심한 depression 으로 찾아오는 외로움으로 밤마다 힘들어 하는 첫째를 위함인데 전부터 애완동물 노래를 불렀던 막내가 가장 신나서 다녀왔다.  Emotional support pet 으로는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더 인기가 많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를 들여서 하루 두번씩 산책시키고 털 관리 시켜가며 기르는건 현재 상황에 어려울것 같다는데 아내와 의견이 일치해서 고양이로 결정했다.  전날 쉘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들 사진을 보다 아내가 3개월짜리 고양이 한마리를 픽했는데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케이지에 있는 사진인데 한 고양이만 사람 품에 안겨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아내의 추측. 눈썰미 좋은 사람의 특징은 이런 순간에도 발휘가 되나보다. 결론적으로 아내의 추측이 맞았다. 쉘터에 도착해서 마주치자마자 이 고양이는 온 몸을 케이지 철창에 비벼가며 자기를 만지라고 난리를 쳤고 그 자리에서 온 가족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 두번 고민 안하고 바로 입양 서류에 싸인했다. 정확히는 adoption이 아니라 foster care 서류. 앞으로 몇주동안 임시로 데리고 있으면서 우리 가족과 잘 맞는지 보고 최종 입양 결정을 하게 된다.  다행이 강아지 같은 특징을 가진 고양이라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이 자길 쓰다듬는걸 좋아하고, 그렇게 쓰다듬다 보면 뒤로 누워서 배를 드러낸다.  어제 저녁에도 카드 게임을 하는 첫째와 둘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한참을 비비적 거렸는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어제밤은 첫째의 침대에서 첫째와 함께 잠을 잤는데 새벽에 아이를 깨워서 첫째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

조용한 추수감사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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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보내는 조용한 추수감사절 아침. 매년 추수감사절은 여러 이웃들을 초대해서 큰 파티를 했기 때문에 칠면조 구이를 준비하느라 며칠전부터 바쁘고 당일 아침은 정말 부산스러웠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아내와 둘이 이야기 하다 올해는 온전히 휴식의 시간으로 갖자는데 의견이 일치해서 이웃들을 초대하지도, 초대 받지도 않고 그렇게 보내기로 했다. 공교롭게 밖에는 비가 오고 있고 막둥이하고 나만 일어나서 식탁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오늘은 다들 늦잠 자기로 약속했는데 새벽같이 일어난 막내가 배고프다고 하는 바람에 일어나서 거실로 내려왔다. 아침으로 소고기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하는 막내 입맛 맞추느라 아침부터 소고기 냄새가 거실에 진동한다. 둘째도 일어나면 먹겠다고 할지도. 어제 저녁에 마트에 가서는 미국 와서 처음으로 햄을 샀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가공육 햄이 아니라, 진짜 햄. 저녁 식사에서 먹으려고 잘랐는데 가운데에 뼈가 있어서 생각했던것 만큼 예쁘게 잘리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잘라내서 오븐에서 20분정도 익힌 다음 서빙했는데 내가 알던 가공육 햄과는 식감이 많이 다르다. 먹고 남은 햄은 냉장고행. 이번 연휴동안 다 먹을수 있을지. 크기가 축구공 만했는데 그래도 어제 세 아이들이 제법 먹었다. 사진은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햄. 어제 꺼냈을때 사진 찍었어야 모양이 예쁘게 찍혔을텐데 그때는 커다란 햄 덩어리를 다루느라 아내도 나도 우왕좌왕 했다. 사진에는 돼지고기가 같이 찍혔는데 생각해보니 돼지고기, 소고기, 햄, 닭고기 등등 고기가 종류별로 잔뜩 있다. 추수감사절 답지 않게 칠면조는 없는데 아이들이 칠면조 질렸다고 해서 그냥 이번엔 생닭을 통으로 사왔다. 저녁즈음에 꺼내서 굽기 시작할 예정. 아침을 잘 먹은 막내는 한국에 계신 할머니와 영상통화 하겠다고 해서 연결해주고 나는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는중. 막내가 무슨 이야기 하나 봤더니 얼마전 클래스가 한단계 위로 올라간 수영팀에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자랑을 하고 있다. 원래 막내는 다니고 있던 YMCA의 ...

벽난로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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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약간의 취기와 온기가 필요해서 벽난로를 지피고 와인을 한 병 열었다. 지난 겨울 이후 처음 벽난로를 지폈는데 잘 탄다. 벽난로 앞 러그에 앉아서 바닥에 와인과 안주를 차려놓고 먹고 마시는 중. 알딸딸... 하게 취기가 올라오고 약간 덥다고 느낄 정도로 벽난로 열기를 받으니 좋다.  

Wild 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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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셋째와 나까지 셋이서 동네 극장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왔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인 Wild Robot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건데 wild robot의 열성팬(작가가 학교 방문했을때 책을 들고가서 직접 사인도 받았다)인 막내가 오래전부터 개봉하면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막내는 큰형하고 같이 보겠다며 나름 미루고 미뤘는데 여차저차 그건 포기하고 오늘 작은형과 아빠와 함께 다녀온 것.  100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이었지만 막내는 그 사이에 웃었다 울었다 하며 스크린속 캐릭터들과 감정을 함께 공유했다. 중간중간 팝콘 먹는것도 잊지 않았고. 나도 나름 재미있게 봤다. 아이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영어도 쉽고 슬랭도 없어서 알아듣기도 편했고. 보면서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는 짧은 쇼츠가 아니라, 큰 화면과 훌륭한 사운드가 있는 극장에서, 빨리감기나 스킵 버튼 없이 온전히 훌륭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영상에 매몰되는 경험을 자주 하게 해주는게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인것 같았다. 같은 영화라도 극장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 기껏해야 태블릿 화면으로 보는것도 차이가 크고. 큰 아이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대사가 있었다. "뭔가 예상 못했던 일이 벌어진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걸 해결하기 위한 네 노력이 전부란다." (극장 나올때만 해도 영어 대사로 기억했는데 지금은 까먹었다)

은퇴 하우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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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생각나서 찾아본 포코노 수녀원 피정집 사진. 수녀원과 차로 1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하나의 Lot 안에 집 두채가 지어져 있는 구조인데 사진은 안쪽의 작은 집에서 바깥쪽의 큰 집을 바라보며 찍었다. Lot 자체는 굉장히 넓어서 집을 짓느라 공터로 만들어 놓은 면적의 대여섯배에 달하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펜실베니아 깡촌 구석에 있는 곳이라 여기에 있으면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를 듣기가 정말 어렵다. 공항도 멀리 있어서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도로도 멀리 있는데다 인근을 지나는 유일한 도로가 수녀원에서 끝나는 dead end 길인 관계로 사실상 수녀원을 오가는 차가 아니면 그마저도 그 도로를 지나갈 일이 없다. 우편 배달 차량 포함해도 잘해야 하루에 두세대나 왔다갔다 할까. 주말이나 수녀원 봉사 모임이 있는 날은 다르겠지만.  여기는 내가 가장 탐내고 있는 주택지다. 막내가 독립하고 나면, 그러니까 내가 50대 중반이 되면 여기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능할런지. 농담인척 수녀님들에게 나중에 이 땅과 집 내가 살거라고 하면 수녀님들도 얼마든지 넘기겠다고 하시는데 농담이신지 진담이신지는 모르겠다.  일은 큰 문제가 아닐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인데, 현재 우리 회사 CFO만 해도 대부분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집에서 일을 하고 사무실 출근은 1박 2일로 출장을 오듯 한다. 사무실에는 수요일에 와서 일하고 호텔에서 하루 자고 목요일 오전까지 일한 뒤에 오후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일하고 있는데, 9년 뒤에는 좀 더 그런 근무가 보편화 되지 않을까? 더구나 내 업무도 굳이 사무실에 앉아서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일인데 CEO가 될 생각도 없으니 출근을 통한 다수와의 인적 교류가 꼭 필요하지도 않다. 회사 사람들과 친밀도를 쌓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서로 주어진 역할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  여튼 이 터와 집은 깡촌인 만큼 면적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뉴저지 집...

분노의 시간

어떻게 제어가 되지 않는 분노가 감정의 저 깊은 곳부터 모든 것을 잠식하며 끓어 오르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렇게 끓어 오른 분노는 표출되지 못한채 감정의 심연으로 다시 가라앉고.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끝날까.

GrNY Summer's Last Hurrah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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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뉴욕 그래블 자전거 클럽의 그룹 라이드에 다녀왔다.  대략 서른명 정도 참가를 했고 클럽 리더가 참가자들을 속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서 각자 조금씩 다른 코스로 출발했는데 빠른 그룹은 좀 더 장거리를 뛰어서 라이드를 마치고 돌아오면 모두 비슷한 시간에 출발지에 모일수 있도록 했다.....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빠른 사람은 먼저, 느린 사람은 나중에 도착했다.  나는 가장 짧은 46마일 그룹에 합류 했는데 10마일 정도 타고 나서 나를 포함 세명은 따로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서 앞서 나갔고 나머지 short group보다 최소 두시간 정도(내 예상. 사실 라이드 마치고 점심 먹고 맥주 한잔 하면서 수다 떨다 집으로 출발할때까지 나머지 사람들이 도착을 안했으니까..) 일찍 라이드를 마쳤다.  여러 호수와 저수지, 댐을 가로지르는 코스였는데 경치는 정말 좋았다. 혼자 탔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사진 찍어가며 놀았겠지만.. 그룹 라이드이니 만큼 앞사람 따라가기 바빴다. 그런데 경치 좋은 곳을 가로질렀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경사가 심한 곳들을 지났다는 뜻이기도 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업힐은 모두 다섯번 있었는데 특히 세번째와 마지막이 힘들었다. 세번째는 자갈이 깔린 그래블 업힐이었고 경사도가 10~13%까지 심해지는 곳이 있어서 그립이 약한 타이어를 낀 나와 같은 사람들은 바퀴가 조금씩 헛도는 상황도 있었다. 중간에 내려서 걸어 올라갈까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올라갔다. 마지막 업힐은 포장 도로이기는 했지만 정말 말도 못할 정도의 경사라 중간까지 젖먹던 힘을 내서 오르다 결국 마지막에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이 때쯤엔 다리 근육도 완전히 털려서 아무리 죽어라 페달링을 해도 속도도 안나고 오르막을 치고 오를만큼 토크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즐겁게 탔다. 토요일에 타고 일요일은 휴식을 취했는데 딱히 몸에 별 무리도 없었던 것 같고... 컨디션이 괜찮...

옛날 집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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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아파트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언덕이라기 보다는 조금 낮은 산.. 에 가까웠는데 어쨌든 그런 산 꼭대기에 있는 고층 아파트였던 덕분에 거실 창문을 통해 남쪽으로 오산시가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와 빌딩숲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한국에서 정말 보기 드문 뷰를 가진 아파트였다. 시선을 내리면 굉장히 넓은 면적이 공사중이었는데 여기가 지금은 2동탄 호수공원이 되어 있다. 완공을 보고 한국을 뜨나 했지만 결국 흙먼지만 구경하고 왔다. 이 시기에는 늘 일찍, 가급적이면 해 지기 전에, 퇴근하려고 애를 썼는데 집 거실에 앉아 해지는 광경을 보는게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하늘이 불타오르는 듯한 노을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탁 트인 하늘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도심으로 밤이 내려앉는 광경은 노을이 불타지 않더라도 항상 묘한 나른함을 가져다 주곤 했다. 그렇게 밤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음악을 듣는 저녁은 매번 정말 좋았다. 지금처럼 저렴한 와인이 많았다면 매일 홀짝거렸을텐데. 2년하고 5개월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 있었지만 뷰 하나 만큼은 좋기만 했다. 지금은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 살지만 이 때처럼 멀리 도심이든 자연이든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이 아니라 이 때 바라봤던 경치는 늘 기억속에 내 인생 최고의 뷰로 남아있다. 지금은 호수공원가에 들어선 주상복합 때문에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는 예전만큼 뷰가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아파트의 가장 멋진 시기를 경험하고 좋은 기억을 갖고 이사 나온 마지막 가정일지도.

첫 Running Event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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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초반에는 좀 혼란도 있었으나 이제는 수영, 달리기, 그리고 자전거 타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하고 있다. 캘린더를 보니 지난 한달동안 6일을 제외하면 매일 운동을 했다. 원래는 일주일에 하루만 쉴 계획이었는데 2주차에 연달아 며칠을 폭우가 내리면서 운동을 하지 못했다. 썬더스톰 경고가 내려지면 수영장이 문을 닫는다는 걸 이 날 처음 알았는데 이 때문에 밖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안됐고 수영도 할 수 없었다. 그 밖에는 계획대로 하고 있다.  부상 없이 운동을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역시 어떤 운동이든 안쓰던 근육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부상을 피하기가 어렵다. 둘째주에 달리기를 할 때 자세가 안좋아서 등 근육이 뭉쳐서 일주일 가량 고생을 했는데 결국 주치의를 만나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다음에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게 단순 근육 뭉침이 아닌 다른 질병 증상인줄 알고 걱정 했었다. (구글에 증상을 검색해보면 전부 무서운 병만 나온다.) 고작 한달이지만 운동 수행 능력에는 뚜렷한 지전이 있었다. 자전거는 전부터 많이 타서 변화가 없지만 달리기와 수영은 수행 능력이 좋아졌다. 이제 달리면서 호흡도 어느 정도는 안정화가 돼서 30분 정도 쉬지 않고 달릴수 있게 됐고 수영도 200m 인터벌로 1km 를 하고 있다. 욕심이 좀 더 나기는 하지만 꾹 참고 아주 조금씩만 변화를 주고 있다.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적정 운동량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1주일은 optimal range 안에 들어왔다. 느낌상은 여기가 내 적정 운동량같다. 무작정 운동을 하기 보다 목표를 세워 놓고 하는게 좀 더 효과적일듯 해 event들을 찾아보다가 마침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서 11월에 Running event가 있어서 등록을 했다. 앞으로 10주 몸 잘 만들어 봐야지.  https://runsignup.com/Rac...

개소리

어제 저녁, 첫째 아이와 갈등이 있었다. 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고등학생이 되는 이 시기까지 한 번도 없었던 유형의 갈등이었다.  첫째는 몇 달 전 찾아온 공황장애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고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도 함께 생겨서 치료를 받고 있다. 공황이 심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관계로 테라피스트(Therapist)와 행동 교정 전문가(BA: Behavioral Assistant)가 매주 각각 한 번씩 집으로 찾아와 아이를 치료하고 있는데 이들이 권고한 치료의 한 방법으로 온 가족이 매일 저녁에 모여서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과 같이 서로 대화를 하며 즐길 수 있는 activity를 30분 이상씩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따르던 와중이었다. 무슨 핑계를 대서든 자꾸 아이를 방 밖으로 나오게 하고 가족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게 해야지 저렇게 방 안에만 있다 보면 생각이 자꾸 부정적인 쪽으로 튄다는 말을 듣고 바로 시작했다.  매번 이 시간을 함께 하던 첫째가 오늘은(심지어 내려오라고 아내가 불렀고 자신이 직접 그러겠다는 대답을 했음에도) 거실로 내려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다 데리러 올라갔더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려가기 힘들다고 했다. 공황이 심할 땐 아예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는 했기 때문에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침대 위에 랩탑이 놓여 있는 모습이 조금 전까지 랩탑을 켜놓고 뭔가를 하고 있었지 싶었다. 100%의 확신으로 뭘 하고 있었는지도 짐작이 갔고. 하지만 모른 척 옆에 가서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아이는 내가 빨리 나가 주기를 바라는 듯했고 계속해서 오늘 힘들어서 그냥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니 오늘은 그냥 일찍 자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아이의 미디어 기기(랩탑과 아이폰)를 챙겨서 들고 나왔다. 아이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생긴 규칙 하나는 저녁에 정해진 시간에는, 그러니까 자야 하는 시간에는 ...

Overre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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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운동한 내역을 요약하면, 세번의 러닝, 두번의 수영, 한번의 걷기, 그리고 한번의 자전거로 정리된다. 사실상 매일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한 셈. 그리고 Garmin의 Training Load 분석에 따르면 Acute Training Load가 optimal range보다 지나치게 높아 부상 위험이 높으니 운동 강도를 낮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단다.  심박수 분석을 보니 러닝도, 자전거도 모두 Zone 4 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죽을둥 살둥..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challenging 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는 뜻. 동네 달리기. 이날 평균 심박수는 160bpm에 가까웠다.  자전거 타기. 평소 자전거를 설렁설렁 탄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Zone 4 였다. 그런데 이날 너무 더워서 1시간 정도만 탔으니 평소처럼 3~5시간 탄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찾아보니 러닝을 시작한 초반에는 Zone2 러닝을 하는게 좋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지난 주일에는 이런 의견과 Garmin의 분석 결과를 받아들이고 프로그램이 조언하는대로 뛰는 속도를 대폭 낮춰서 가볍게 달렸다. Zone2 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는 Zone3. 하지만 평균 심박수는 Zone2 에 가까웠으니 어느정도 목표했던대로 달리기는 했다. 그리고 운동후 훨씬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슷한 거리를 천천히 달리다 보니 가장 긴 시간 달렸는데 컨디션은 괜찮았다. Garmin sports watch 중에서 중급기 정도 되는 제품을 샀는데 이것보다 저렴한 제품에서는 이런 분석이 제공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Garmin이 제공하는 여러 watch들간에 디자인의 차이를 제외하면 제품 자체의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 가격 차이에 이런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합리적인 비즈니스 전략. 내 입장에서 기기 구입에 돈을 쓸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여튼 다치지 말고 운동하자. 건강하게 오래 운동하며 생활하는게 목표지 올림픽 나갈 사람처럼 달릴 필요는 없다. ...

사고로 이웃을 잃다

며칠전 Maine 주에서 2인승 경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고 탑승자들은 행운을 쥐지 못했다. 비행기 조종사 외에 승객이 한명 있었고 뉴저지 여성으로 확인되었는데, 우리집에서 바로 길 건너 살고 있던 이웃이었다. 사고 다음날 우연히 사고 소식을 접했는데 방송국 기자로 보이는 사람과 카메라멘이 그 분의 집을 방문했다가 아무도 없자 마침 외출하고 돌아오던 우리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다른 가족이 살고 있는지를 물어봐서 알게됐다. 한국계였고, 부모님과 그 집에서 함께 살았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같은 집에서 계속 살던 분이었는데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다른 가족 없이 혼자 지내셨다. 그 집에서 50년을 살았다고 하셨으니 거의 평생을 거기서 사셨던 셈. 처음 이사 왔을때 약간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주셨었고 동네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 우리도 집에서 치즈 케이크를 만들면 하나씩 가져다 드렸고 연말에는 카드도 적어서 우편함에 넣어 드리고는 했다. 태어나서 이웃을 사고로 잃어버린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느낌이... 참 그렇다. 어떻게 잘 표현이 안된다. 그저 사고 순간의 공포와 고통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짧았기를 바란다. RIP Christina. https://patch.com/new-jersey/morristown/2-dead-after-plane-left-morristown-crashes-maine-airport-faa  

자전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하나에 집중하던 운동을 좀 더 다양화 하기로 했다. 주중에는 달리기와 수영을 하고 주말에만 자전거를 타는 식으로.  달리기는 따로 시간을 내기 보다 둘째가 태권도 레슨이 있는날 아이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태권도장 주위를 달릴 생각이다. 아이의 태권도 레슨이 주3회니까 달리기도 똑같이 주3회 하게 되겠지. 수영은 나머지 이틀을 이용해야 할 테고.  아직 제대로 실행을 안해봤으니... 주6회 운동이 지나치게 빡빡한 스케쥴인지는 모르겠다. 아직 내가 달리기나 수영을 오래 할 체력이나 환경이 아니라서 시간 자체는 부담 없을것 같은데 내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할 수 있을지는 나도 의문. 달리기 2회, 수영 2회만 할까. 주중 하루는 그냥 쉬고. 달리기라고 해봐야 30분 안쪽으로 여유있게 뛸거라 엄청 부담이 가지는 않을것 같지만... 뭐, 일단 시도해 보자. 조정하는건 나중에 봐서.

풀벌레 소리

어제 막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인사하로 와서는 "요즘은 밤에 풀벌레 소리가 들려서 좋아요" 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7월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고... 달력을 잠시 옆으로 밀어 놓고 이야기 하면 아이 표현대로 풀벌레 소리가 좋은 계절이 됐다.  첫째가 고생을 하기 시작한게 언제부터인가 생각해보면 3월말부터.. 본격적인건 4월부터였으니 이제 넉달이 되어 간다.  시간은 빨리 흐르고 그 안의 일상은 더디게 흐른다. 내 마음과 달리 모든 일상은 잔인할만큼 느리다. 특히 첫째가 받아야 하는 도움들은 더욱. 치료에 최소 6개월은 봐야 한다더니 요즘 같아서 6개월은 커녕 앞이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최소였나보다. 운이 아주 좋은 경우에 기대할수 있는. 우리 가족이 이 모든 것들을 의연하게 버틸수 있는 시기가 언제까지일까.

Sandy Hook 100km 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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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도로를 따라 왕복 100km. 어제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샌디훅에서 해 뜨는걸 보고 나서 라이딩을 시작하는 거였는데 일찍 일어나고도 밍기적 거리다 도착 시간 기준 일출보다 30분 늦었다. (3시반에 일어났으나.. 막상 집에서 출발한건 5시.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6시 10분이었다. 해는 이미 5시 40분에 뜨고 난 뒤 ㅠㅠ) 중간에 '왜 장거리 라이드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까' 하는 후회를 열번쯤 했다. 후회의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안장 높이가 미세하게 변해서 (라이드 시작전 한번 점검했어야 했는데ㅠㅠ) 중반부터 찾아온 무릎 통증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바꾼 타이어의 구름 효율이 나빠 전반적으로 쓴 힘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아 힘들었다는 것. 지금 쓰고 있는 타이어를 바꾸기 전에는 장거리 로드 라이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40mm 타이어라지만.. 지나칠 정도로 페달링 하는 힘이 전달이 안돼서 힘들었다. 꼭 모래밭에 빠진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랄까. 전에 쓰던 타이어도 38C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지난번 같은 코스로 100km 라이드 했을땐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찾아보니 평균 속도도 빨랐고 완주 시간도 30분 가까이 짧았다. 이번에 장착하고 다녀온 타이어는 올라운더라고 해서 샀는데.. 그래블 코스에선 빠르고 안정적이나 일반 로드에선 효율적이지 않다. 올라운더라기 보다는 마일드한 그래블에서 속도 내기 좋은 타이어다. 여튼 자전거 장거리의 장점은, 일단 시도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집에 가려면 출발지로 되돌아와야 한다. 체력 때문이든, 관절 유연성 때문이든, 타이어 때문이든 중간에 정말 힘들었지만 결국 완주를 하긴 했다. 🤣 요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스트레스 풀기 위해 계획한 라이드였는데.. 예상보다 더 힘들었으나 라이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타는 동안에 잡생각 안 들 정도로 힘들었던 만큼 원했던 수준의 라이드였던 것 같다. ps 타이어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있겠지만 음악 도...

남편의 의미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있어 남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내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서, 아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가 남편이라는.  나는 아내가 정말 아름다웠던, 하얀 면사포를 쓰고 온 세상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던 그 순간을 포함해서 그 시절의 아내를 내 품에 안고 바라볼 수 있었던 존재이자 그 기억을 가진 유일한 존재다.  결혼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를 매일같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해주지만, 지금 내가 아내를 어떻게 느끼는지와 상관없이 이십대 그 시절의 아내의 모습을 가장 잘 기억하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남편의 자격이 있다.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잠시 있다가 내게 와서 으스러져라 나를 안아줬다. 나도 똑같이 으스러져라 안아줬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또 한번의 주말이 지나간다.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

요즘 가족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정의하면 자녀들이 가족으로부터 혹은 부모로부터 어떤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테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직접적인 삶의 지혜를 '들어서' 배웠는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나는 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함께 여행을 다녔다는 것. 아버지는 제법 긴 시간 병으로 고생을 하셨고 어머니는 그 시대 여성답지않게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셨다는 것 정도. 두 분은 가끔 다투셨고 다툼의 원인은 다양했다. 경제적인 것도 있고 생활 방식에 대한 것도 있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우리 가족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은 없는데 모든게 행복하고 만족했다기 보다, 또는 우리 가족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을 하기 보다는 그냥 그 모든걸 내가 속한 환경으로 인식했던것 같다. (물론 자라고 나서 그렇게 판단할 필요 없는 가족을 가질수 있었다는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깨닫기는 했지만.)  그분들이 내게 조언이나 가르침을 안주셨다는게 아니라, 분명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듣고 배운 것들이 있기는 한데 시간이 지나 내가 나이가 들고 나서 스스로 비슷한 깨달음을 얻은 뒤 '아 그때 해주셨던 이야기가 이런 거였구나' 하고 인지했을뿐 여러 조언을 들었던 그 당시에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었다. 조언을 듣고 바뀌었다기 보다 그 조언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혼나거나, 최소한 귀찮아 지기라도 하니 따랐던 기억이 대부분. 그래서 직접적인 조언을 들어서 내가 무언가를 얻었다기 보다 환경 그 자체에서 형성된 내 심성이나 성격등을 얻었다고 보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나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이야기보다 책을 사는데는 항상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던 어머니 도움으로 중학생때 사서 읽은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속' 에 나오는 한 문장이 더 강렬했다. "인간의 물리적 강함은 상대의 약함에서 ...

지천명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게 잘못한 누군가를 훨씬 독하게 괴롭히는 방식으로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노를 책임 있어 보이는 특정인에 대한 복수를 통해 해갈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철저히 꼬아서 상대가 아주 아프게 느낄법한 말을 던져주고 싶다거나.. 뭐 이런 사춘기때 하고 끝냈어야 하는 생각들. 몇 줄 되지도 않는 이메일 한통을 써 놓고 저런 감정적 보풀들을 잘라내느라 훨씬 긴 시간을 모든 문장을 다시 고쳐쓰는데 썼다. 그렇게 하고 보냈는데도 보내고 나서 보풀 하나가 남아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시원하지 않은 이 어린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마흔이 되면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사소한 분노 표출에 대한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는걸 보면 지천명은 언감생신... 너무 멀구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

자전거를 타다 보면 꼭 한두번은 이벤트가 생긴다. 지난주에는 Wallkill Valley 트레일을 타다 트레일 중간에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어떤 라이더 한명이 혼자 그 나무를 치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아주 굵은 나무는 아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들고 넘을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그 라이더는 다른 이들을 위해 치우고자 했다. 그래도 나무는 나무라 혼자서는 힘들어 낑낑 거리고 있던 차에 내가 도착한 것. 나도 내려서 함께 줄기를 부러뜨리고 힘을 써서 트레일 옆으로 나무를 끌어 냈다. 평소 나무가 넘어져서 길을 막고 있으면 난 그냥 넘어가기 바빴는데 이렇게 다른 이를 위해 그 나무를 치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고 살짝 놀랐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이용하는 트레일인데 그분들께는 이런 나무는 정말 큰 장벽 같을테니. 그 전 주에는 라이딩 중간에 어떤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나왔는데, 아이의 자전거 체인이 빠져서 난감해 하고 계신걸 봤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몰랐는데 꼬마를 옆에 세워둔 어르신 한분이 자전거를 뒤집어 놓고 체인을 만지고 있는데 뭔가 문제가 있구나 싶어 자전거를 세우고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체인 문제였던 것. 내가 도와줘도 되는지 물어보고 오케이 하시자 마자 옆에 가서 체인링에서 빠진데다 이리저리 엉킨(?) 체인을 열심히 풀어서 다시 장착시켜 드렸다. 손이 기름때 범벅이 되어 악수를 하지는 못했고 피스트 범프만 했다. 그리고 오늘은 그래블 트레일이 아니고 일반 로드라 별 일 없을줄 알았는데 이벤트가 있었다. 25마일쯤 탔을때, 오르막에서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와중 도로변에 세워져 있던 차에서 갑자기 운전자가 손을 내밀어 나를 불렀다. 워낙 힘들게 오르던 오르막이라 자전거를 세우고 싶지 않아 속도만 줄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병원을 가는 길을 물어봤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질문. 2~3미터 지나쳤다가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자세히 말해 달라고 하니 우리 동네 병원 응급실의 위치를 묻고 있었다. 자기 스마트폰이 배터리...

Wallkill Valle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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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시간 반이나 떨어져 있어서 쉽게 걸음을 할 수 없는 Wallkill Valley Trail 에 다녀왔다. End to End 왕복하면 55~60마일. 하지만 주차 편의성을 고려해서 Kimball park 에서 출발하고 이 트레일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인 Rail trail cafe 를 찍고 왕복하면 40마일이다.  Kimball park 에서 출발하면 초반에 포장 도로를 달리게 되서 일반적인 레일 트레일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비포장으로만 된 트레일들과는 달리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어서 신나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초반 포장 도로를 지나면 여지 없이 숲 속으로 들어가며 내가 원하는 그래블 트레일이 펼쳐진다.  Rail Trail Cafe 에서 사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로젠데일의 명물 다리를 건널수 있는데 오늘의 목표는 Rail Trail Cafe 였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멈추고 잠시 시간을 보냈다.  마치 한국 고속도로 휴계소처럼 Wallkill Valley Trail 에 딱 붙어 위치하고 있는 이 카페는 실내 좌석 없이 모두 야외 좌석만 있어서 비가 오면 문을 열지 않고 날이 추워지는 늦가을부터 봄까지 문을 열지 않는다. 뉴욕주 북쪽에 있어서 4월까지도 제법 춥기 때문인지 5월은 되어야 문을 연다.  숲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수 있다. 오늘도 여기 도착해서 커피와 에그 샌드위치를 시켜서 먹으면서 나무 벤치에 늘어져서 그 소리를 한참 들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사람도 별로 없었고 정말 조용히 그렇게 숲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바람 소리에 취해 있을수 있었다. 이곳은 주말 오후가 되면 뮤지션들을 초청해서 미니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이런 고즈넉함을 즐기기 어렵다.  고요했고, 고즈넉했고, 평화로왔다. 커피와 샌드위치도 맛있었고. (카페 주인이 키우는 강아지가 내가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달라며...

Paulinskill Valey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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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만에 Paulinskill valley trail 에 다녀왔다.  Lafayette에서 Blairstown까지 왕복 35마일의 라이드였는데 총 3시간 반, 중간중간 사진 찍느라 멈췄던 시간과 반환점에서 베이글 사먹느라 소비한 시간을 빼면 3시간 조금 넘게 달렸다. Blairstown을 지나 Knowlton까지 내려가야 완주하는 셈이지만 Blairstown까지만 찍고 돌아오는게 여러가지로 편리하다. 여기에 있는 Blairstown Diner 에서 파는 buttered bagel 과 블랙커피의 조합은 그냥 지나칠수 없는 맛이고, 겸사겸사 화장실도 이용할수 있으니까. 어쨌든 여기는 트레일 노면 상태가 다채로와서 지루하지 않다. 오늘도 단단한 흙길, 자전거를 끌고 지나야 할 정도로 muddy 한.. 거의 뻘 같았던 진흙탕, 단단한 지면 위로 물만 고여서 흐르고 있는 지형, 자갈길 등등... 쉴 새 없이 새로운 노면을 넘어야 했다. 쓰러진 나무가 트레일을 막아서 자전거를 끌고 옆으로 걸어서 우회해야 하기도 했고.  사실 오늘은 복잡한 머리속을 비우려 일부러 이 트레일을 선택했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계속 머리속으로 복잡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라이드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코스를 이탈하거나 트레일 한 복판에 떨어져 있는 굵은 나무가지를 보지 못하고 의도치 않은 점프를 하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3시간 반동안 숲속 트레일에서 땀을 흠뻑 쏟아내고 왔다니 조금은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음주에는 작정하고 멀리... Wallkill valey 트레일을 다녀올까...

보통의 하루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지난다.  대단한 삶을 기대하진 않았다. 적어도 서른을 넘긴 이후엔 대단한 삶 보다는 갈등 없이 가는 숨을 내쉴수 있는 그런 삶을 바랬다. 오십을 목전에 둔 지금 대단한 삶에 대한 정의가 좀 바뀌기는 했지만.  목 놓아 울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미처 몰랐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으로 마음껏 울었던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도 마른 눈물을 삼키다 장례식장 건물 뒷편에 앉아서 혼자 어금니가 부서져라 악물며 소리 없이 흐느낀게 고작이었다. 날 찾아 헤매던 사촌 동생이 뒤늦게 그런 날 발견하고 와서 안아줬지만, 그럼에도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술이 늘었다. 주량이 늘었다기 보다, 취해 있는 날이 늘었다. 취하지 않고 잠들기 어려운 나날들. 돌이켜 보면 스무살 이후는 늘 이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십대가 되어 더 많이 취하는건 그만큼 취해도 되는 날이 많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삶이 별거 있나. 굳이 맨정신으로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취해 있어도 되는 것을.  사람 사이를 떠나 나무 사이에서 살고 싶다. 하나하나 신경쓰고 설명해야 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아무말 없이 거닐어도 되는 그런 사이에서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저 그런.. 보통의 하루가 지난다. 

평범한 삶에 대해

주말 동안 이 주제로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게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조건들에 대한 문제인지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에 대한 문제인지를 먼저 정의한 뒤에야 지금의 내 삶이 평범한 삶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조건들을 평범한 삶의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그건 정말 평범한 삶이기 어렵다. 적당히 잘 생기고, 적당히 키 크고, 적당히 돈 잘벌고, 적당히 매너 놓고, 적당히 가족 화목하고, 적당한 자산을 가진 배우자를 찾으려면 그 모든 적당함을 곱하기로 찾아야 하니 절대로 평범하고 적당한 배우자가 아니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  반면에 이게 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라고 하면 훨씬 수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각자의 태도인 만큼 평범하다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각자에 따라 다를테고 남과 비교할 일도 없어진다. 문제는 그런 태도를 갖출수 있느냐 하는 거겠지. 돌고 돌아,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는 어떠한가. 바로 이 문제로 주말 내내 생각을 많이 했다. 결론은 아직 없다. 단지 쉽게 답을 못하는걸 보면 삶을 바라보는 내 태도가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거리가 있나보다 하는 의구심이 든다.

충동구매

조금 전 Shimano Sora FD-R3000-F derailleur 를 주문했고 이와 함께 사용할 hanger braket 도 주문했다. 재작년에 잘못 사서 계속 그냥 쓰고 있는, 잘 맞지 않는 front derailleur 를 교체할 생각을 이제야 했다는게 놀랍지만, 어쨌든 주문했다. 따지고 보면 충동구매다. 어쩌면 뭔가 신경을 쏟을게 필요해서 내 휴일을 바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귀차니즘을 이겼는지도. 다음주에 부품들이 도착하면 하루 날 잡고 개러지에서 자전거를 작업대에 물려놓고 주물럭 거려야지. 

미국 의료 보험

며칠전 병원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아내와 그랬다. 미국 의료 보험 만세 라고.  이론적으로는 미국 의료 보험의 deductable과 out-of-pocket maximum 의 개념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었지만 미국 생활 6년동안 한번도 deductable을 충족하는 수준의 병원비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청구될 bill 에 대해 걱정이 됐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 plan paid 100% 여서 내가 지불할 병원비는 $0 라는 bill 을 받아들고 보니 마음이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편해졌다. 당장 이번 병원비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받을 그리고 받아야 하는 medical service가 대단히 비싸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비용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가 뭔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은 정말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정말 미국 의료보험 만세다. 

불평하지 않는.

아내와 나 모두 어떤 안좋은 상황이 벌어졌을때 불평을 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는 성격이 아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에게 짜증을 내지도 않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상황이 짜증나도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지 않는다.  살면서 우리가 이런 성격/성향이어서 도움을 받은적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기억속에 정말 중요했던 순간이 두 차례 있다. 한번은 2007년도 무렵 있었던 전세사기 피해. 신혼티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던 이 때 전재산을 날렸다. 그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나와 아내 모두 서로에게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화도 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의 대책만을 차분하게 상의하면서 버텼다. 서로 실망하지 말고 무너지지 말자며 위로하며 버텼다.  또 다른 한번은 지금이다. 어쩌면 2007년 당시보다 더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지금,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외줄다리를 건너는 이 순간 내 파트너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내라는 사실에 정말 감사한다. 부부는 one team 이라는데, 확실히 우리는 그렇다. 

펌프 모임. 생각이 많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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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Pump 모임에 다녀왔다. 이번엔 조금 특별했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오던 지금까지와 달리금요일 저녁에 먼저 도착해서 피정의 집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다녀온 것 같다. 첫째도 수녀님과 시간을 보낼수 있었고 아내도 마찬가지로 좋은 시간을 보냈고.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거리가 먼 이곳은 밤에 누워 있으면 정말 놀라울만큼 적막하다. 금요일 밤, 아이들은 침실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고 아내는 수녀님들과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나 혼자 피정의 집 거실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평온한 기분이었다. 들리는 소음이라고는 내 숨소리와 내가 움직이며 나는 옷깃이 스치는 소리뿐이라 기분상으론 심장 박동 소리까지도 들릴것 같은 고요함이었다. 다시 한번 얼마나 내가 번잡한 도시를 싫어하는지 깨닫게 된 순간. 아무리 그래도 은퇴하기 전에는 이런곳에서 살기 어려운게 현실이겠지.  토요일 저녁 집에 돌아와 맥주를 한 잔 했다.  수녀원에서 대형 천막을 치면서 해머질을 제법 했더니 안쓰던 근육을 썼다고 제법 여기저기 쑤신다. 그래도 이정도면 기분좋은 근육통. 맥주로 달래지는 수준이니까.   첫째 걱정에 생각이 많은 밤. 이 밤도 한잔 맥주에 흘러가길 바란다. 

어느 봄, 주말.

날이 흐린 주일 오후. 성당에 다녀온 뒤 온 가족이 정원 일을 했다. Mulch를 뿌리고, 사과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고, 구석에 쌓여 있던 낙엽도 치웠다. 나는 앞, 뒷마당 잔디를 깎은뒤 지붕에 올라가서 물이 새는 것 같은 부위에 water sealer 를 발랐고. 벽에 균열이 간 곳을 메우기 위해 시멘트를 개어 작업을 하고, 물이 새는 지붕에 sealer를 바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가는 삶을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미국 생활 6년차인데, 매년 새로운 경험을 한다. 어쨌든 지붕에서 아직 작업이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가 갑자기 단게 먹고 싶다며 케이크를 사러 가자고 불렀다. 눈치를 보아 하니 잠시만요.. 할 상황이 아닌것 같아 일단 하던 일을 중단하고 아내와 같이 케이크 가게에 다녀왔다. 꼼꼼하게 지붕을 다 살피지는 못했지만 일단 내가 sealer를 바른 곳이 적중하기를. 그리고 둘째와 막내가 정성을 다 해 심은 사과나무가 죽지 않고 잘 자리 잡기를.

수영장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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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보름정도 먼저 수영장을 오픈했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차라리 일찍 오픈해서 관리하는게 여러모로 몸이 더 편해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금요일에 오픈해서 일요일 저녁까지 이틀을 꼬박 필터를 돌리고 바닥 청소를 했더니 물은 금새 투명해졌다. 케미컬은 아직 맞추지 않았으나 투명해진 수영장을 보니 기분도 함께 좋아졌다.  아이들이 한국에 가지 않는 올해는 여름동안 제대로 수영장을 이용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