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from 2020

2020년 운동 결산

Image
스트라바에 기록된 2020년 운동 기록. 가을까지만 해도 1500 마일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늦가을부터 석달간 정체가 됐다. 날씨 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의지의 부족. 당초 계획대로 100번의 운동 횟수를 채웠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 했을텐데...65번에서 그친게 가장 큰 원인. 여름에서 가을로 향하는 기간의 페이스였다면 100번을 채웠을 경우 1500 마일이 아니라 2000 마일 까지도 노려볼 만 했을텐데.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전체 운동 횟수의 20% 를 러닝으로 채웠다는 점. 자전거 타면서 무릎이 좋아져서 러닝을 해도(비록 느리게, 짧은 거리를 달렸지만) 무리가 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횟수도 늘리고 달리는 거리도 점차 늘려서 연말에는 6마일.. 그러니까 10km를 달릴 수 있게 노력해보자. 자전거의 경우 평일 라이딩은 짧게 가져가서 라이딩을 나서는 것 자체의 부담을 줄이고 대신 주말 아침 라이딩 거리를 조금 더 늘리는 쪽으로. 그래서 1500 마일, 100번의 운동을 달성해보자.  올 한해, 운동하느라 고생 많았다. 매년 기록을 경신해 가고 있고 갈수록 체력이 좋아지고 있으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해 운동으로 결산이리라.  ps 와인은 좀 줄이고... 

배웅하는 길

Image
[Image by Cindy Lever  from Pixabay ] 멀리 배웅하는 길은, 유난히 짧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그만두는 동료의 마지막 날에는 그의 퇴근길을 함께 걸어가주곤 했다. 모든 동료에게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상 마주 붙여놓고 지냈던 동료들에게는 건너뛸 수 없는 의식인 것 처럼 그렇게 배웅을 했다. 유난스럽게 큰 캠퍼스를 가졌던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탓에 건물을 나와서 정문을 지나 주차장까지 걸어가면 15~20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퇴사자들은 보통 인사를 하고 오전에 바로 회사를 나서기에 남들 다 집에 가는 퇴근 시간이 아니라 점심시간 직전의 한낮에 배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으로 붐비는 정문을 지나는 내게는 짧은 외출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게 걸으면 이상하리만치 할 말이 많았다. 내가 남들처럼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유머를 섞어가며 사람들을 웃겨줄 수 있는 재치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말이 많다는 것 자체가 내게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어쩌면 이제 같이 걸을 기회가 없어진다는 그 어색함을 감추고 싶었던 것인지도.  그렇게 배웅을 해보면, 열에 아홉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장소에서 걸음을 멈추고 내게 이제 그만 들어가 보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항상 궁금했었다. 그 장소에 무엇이 있는것인지. (내가 퇴사할 때 그 지점에 서 봤으나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혼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 지점에서 더 고집부리지 않고 악수를 한 뒤 사무실로 돌아오는 그 길은 참 길었다. 당시에 그 길이 긴 것인지, 배웅했던 길이 짧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멀리 배웅하는 길 일수록 더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퇴사를 했던 날, 침전되듯 남아 있는 그날의 기억 속에서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멀리까지 따라나온 배웅이 있었다. 그날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혼자 정문을 지나 주차장...

Work in a balanced Life

어제,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베이스먼트에 만들어 놓은 내 홈오피스에서 한참을 몰두해서 프로젝트 진행 현황과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각 상황에 맞는 test plan을 수립해서 메일로 팀원들에게 보내는 작업을 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사실 어제는 원래 휴가였다. 미국에 와서 휴가가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까지 이렇게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같은 업계 내에서의 이직이었기 때문에 종종 전 직장 동료들과 사적으로 또는 일적으로 연락을 하는데 시차 때문에 밤시간(그러니까 한국은 아침)에 conference call을 하게 된다. 그 때마다 그들이 그런다. "왜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냐, 그러려고 미국 간 거 아니지 않냐" 라고. 그 때마다 "그러게, 먹고 살기 어렵네" 라며 같이 맞장구를 쳐주기는 하나 뒷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는 심리 상태가 되는 걸 피하기 어렵다. 종종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질문이 이상한 건 아니다. 그게 보편적인 시각이니까. 깊이 파고들어 가지 않고 보면, 미국에서의 삶이 훨씬 여유로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일' 이라는게 생존 경쟁의 다른 형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가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지구촌 어디에 있을까 의문이다. 어디에서든, 삶은 치열하다.  미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한국보다 여유로와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 대부분 야근도 없고, 일이 있으면 일찍 짐 챙겨서 퇴근해도 상관 없다. 내 경우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것도 가능했다(Covid-19으로 이제는 많은 곳에서 보편화 되었지만). 장시간 사무실에서 앉아 있어야 하는 한국 회사와 비교하면 자유로와 보일 수 밖에 없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워라벨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랄까. 그런데 내면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사...

Your Christmas presents may be lost

Image
아니, 이봐요 싼타. 이러깁니까? 진작 알려주던가 해야지.... 이제와서 어떻게 다시 선물을 준비하라고...????????????????????

옛날 옛적에 곳감을 파는 H마트가 있었는데.

저녁 먹고 형들하고 TV로 본 해리포터 1편이 너무 무서웠을까? 잠자리에 들어간 막내가 잠시 후 인형을 품에 안고 다시 나왔다. 무서워서 잠이 안오는 탓에 잠이 올 때까지 작은형과 이야기 만들기 놀이를 하고 싶다는 것. 그런데 머리를 베게에 대자마자 형이 잠들어서 엄마 아빠에게 SOS를 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곤히 잠든 둘째를 깨울수는 없는 노릇. 아직 자고 있지 않을게 뻔한 큰형은 이야기 만들기 놀이 하자고 말하기 무섭단다. 하긴,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큰아이가 요즘 좀 까칠하긴 하다. 잠시 고민하다 아빠하고 자자고 하고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줬다. 다름 아닌  호랑이와 곳감.   성대 묘사까지 해 가며 하는 이야기를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호랑이가 문 바로 앞까지 와서 언제 문을 열고 들어가 잡아먹을까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긴장된다며 잠깐 이야기를 끊고 물을 한모금 마시기도.  그리고 마지막에 곳감에 놀라 도망가는 호랑이를 열심히 묘사하고 나서 아이에게 물었다.  "재밌지." "깔깔깔.. 너무 웃겨요." "그래 이제는 잘 수 있지? "아빠. 그런데 하나만 물어봐도 되요?" "그럼~ 뭔데?" "곳감이 뭐에요?" "...." 내가 내일 곳감 사러 H마트 간다 가. 

가족 사진첩

Image
1년에 한번씩은 가족 사진첩을 만들기로 했는데 한동안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가 끝나기 전에 지난 2년반의 미국 생활을 사진첩으로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양가 어르신들에게도 보내드리고 우리도 갖고 있기로 해서 열심히 사진을 고르는 중.  사진이야 Band 에도 꾸준히 올리고 있어 부모님들이 못 본 사진은 없을테지만, 그렇게 디지털로 앱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것과, 인쇄물로 출력이 되어 손에 쥐어지는 건 느낌이 다르다. 일상의 스냅 사진을 출력물로 보는 것도 느낌이 다르지만 이렇게 시간 순으로 의미 있는 순간들을 골라서 책자로 만들어 페이지를 넘기며 보는 건 화면을 스크롤 해가며 사진을 넘겨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그리고 내게도 이렇게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한권의 책을, 가족의 시간을 기록한 책을 만드는 건 일상에서 벗어난 소중한 시간이다. 지나간 순간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넘기며 '고른다' 는 행위 자체가 주는 안온한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그런데... 난 지난 2년반의 시간이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느꼈는데, '가족'의 범주에서 되돌아 보니 지난 2년반 정말 재미있게 지냈구나. 

버락 오바마

Image
아내가 선물해 준 책. 항상 그렇지만 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은 어떻게 눈치 채는지 먼저 사준다. 그건 신기하고 또 고마운데...  난 줄간격 넓은 걸 좋아하는데... 왜 이리 작은 폰트에 줄간격이 빽빽한건지. 이제 노안이 와서 이런거 보기 어려운데. ㅠㅠ  원래 아마존에서 이북으로 사서 킨들로 읽으려 했던 책인데 빽빽한 페이지를 넘나들며 종이책으로 보게 생겼다.  (아, 불만이 있는 건 아니구요... 그냥 눈이 침침하다구요 ㅎㅎ)

SNOWDAY

Image
이번주 목요일(그러니까 내일) 30cm에 가까운 큰 눈이 온다고 예보되어 있다. 그리고 이 예보 때문에 아이들 학교에서 이메일로, 문자로 쉴 새 없이 remind가 온다.  "눈 오더라도 remote learning으로 정상 수업 합니다. SNOW DAY off 없으니 꼭 수업 들어 오세요" 아이들은 당연히 실망했고, 나도 실망했다. Snow day off 의 기본 이유는 교통 문제였으니 remote learning이 보편화된 요즘, 학교 수업을 쉴 이유는 없다. 올 초 Covid-19으로 인해 아이들 수업이 remote로 전환되자마자 우습게도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이제 snow day 안하겠는데?' 였는데.. 항상 그렇지만 내 전망은 쓸 데 없는 경우에만 기막히게 들어 맞는다.  세상에, 창 밖으로 눈이 오는데 앉아서 공부해야 한다니. 퍽이나 그 공부 잘 되겠다. 생각만 해도 내 입술이 먼저 비죽거린다. 더구나 뒷마당이 학교 운동장 경사로와 연결되어 있는 우리집 위치 때문에 정말 끝내주는 눈썰매장까지 집에서 걸어서 30초가 걸리지 않는 상황에, 부츠와 눈썰매를 모셔두고 앉아서 눈 오는 걸 구경해야 하는 우리집 삼형제의 마음이 선생님의 애타는 목소리를 따라갈 리가 없다.  작년 12월 큰 눈이 왔을 땐 뒷마당 눈썰매장에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을 치워야 하는 나 역시 아이들을 앞마당으로 불러내릴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기는 마찬가지. 작년에 시켜보니 삼형제들이 제법 일 손을 보탠다. 1년 더 자랐으니 더 큰 도움이 될텐데, 아무래도 혼자 치워야 할 것 같다. 올해 역시 망설이다가 snow blower를 사지 않았는데 사둘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살짝 드는 아침. Rock salt와 눈삽으로 어떻게든 해 보는 수 밖에.  (아무래도 앞에 했던 말을 정정해야 할 듯. 전망이 쓸 데 없는 경우에만 잘 맞는게 아니라 제대로 전망을 해 놓고 정작 필요한 행동을 안해서 효과를 못보는 것 같다. 주식이 그렇더...

주말아침 레몬티

Image
1. 아침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에 앉아 아내는 일을 하고 나는 책을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한번에 하나에만 집중해야 일이 진도가 나가는 나는 일 할 때 만큼은 대화가 불가능한데 멀티 태스킹에 능한 아내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타이핑 하고, 마우스를 클릭 하면서도 내가 건네는 대화를 위화감 없이 잘 받아준다. 흉내내고 싶어도 흉내낼 수 없는 재주.  그렇게 서로 마주 앉아서 나는 어제 밤 내가 본 영화, Sorry we missed you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는 미안해요 리키 라고 번역된 영화인데 번역된 제목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택배 기사인 리키의 이야기고, "부재중이라 물건 전달을 하지 못했습니다" 라는 뜻인 원제목을 고려하면 -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강력한 클리셰로 등장하는 그 문장의 의미를 고려하면 - 잘못된 번역에 가깝다.  어쨌든 스크린 너머의 하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삶과, 죽도록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기 어려운 삶을 사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 대한 (하소연에 가까운) 내 이야기를 아내는 잘 들어준다. 반면에 나는 이야기든, 책이든 동시에 못한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는 책을 덮어 놓아야 하고, 책을 읽을 땐 조금 전까지 열을 올리며 영화 이야기 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말이 없어진다. 정신 없는 쪽이 누구인지 이쯤되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그것 역시 나만 헷갈리는 거겠지만. 2. 내가 펴든 책은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지난 주말에 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빙 세일 한다는 가정에서 한국어 책을 판다는 글을 보고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연락해서 내가 사겠다고 했다. 사실 아이들을 위해 리디북스를 구독하고 있기 때문에 한글 책들을 읽으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음에도 나 자신은 영어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지난 2년동안 아마존 Kindle 만 들고 영어로 된 책만 읽었다. 그러다 이날, 책 제목을 보여준다며 찍어 올린 사진에서 "독일인의 사랑" ...

Sorry We missed you

Image
가족들을 자라고 들여보내 놓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보는 내내 가슴을 부여잡고 거의 울듯한 심정으로 봤다. 영화 감상을 길게 남기고 싶은데 너무 먹먹해서 글이 나오질 않는다.  너무나 아픈데, 스크린 속의 그 모습이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이고 현실이라는게 곱절로 상처가 된다. 죽도록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상처받고, 이토록 힘들게 살아야 한다는걸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정말 어디서부터 이렇게 잘못 된걸까.  취하고 싶은 밤.. 아까 와인을 사왔어야 했다. 

크리스마스

Image
기억속에 남아 있는 시간에는 순서가 없다.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했고, 문 앞에는 리스를 달았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은 작년부터 수십년 전 내가 막내와 같은 나이였던 시절까지 랜덤 박스에서 물건을 꺼내듯 순서 없이, 무작위로 올라온다. 마치 꼭 그래야 하는 것 처럼.  그 중에서도 파편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기억이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두개인데 하나는 유치원때고 다른 하나는 4학년 때.  유치원때의 기억은, 낮에 어머니와 함께 설치한,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전등으로 퇴근한 아버지를 놀래켜 주기 위해 온 집안의 불을 다 끄고 있다가 아버지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 그 전등만 키며 나름 서프라이즈! 를 했던 일. 돌이켜 보면 아버지가 마당의 대문을 열고 닫는 소리를 듣고는 신이 나서 내가 외친 "아빠 왔어요!" 가 워낙 우렁찼기 때문에 미리 눈치채고 계셨다고 봐야 겠지만 어린 내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깜짝 놀라 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휘황 찬란한 조명도 아니고 그저 알록 달록한 색을 가진 전구 몇개에 불과했지만 그때의 내게는 온 세상을 밝히는 거대한 아름다움이었다. 불을 꺼 놓고 손에 트리장식 전구 스위치를 쥐고는 소파 뒤에 숨어서 현관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그 순간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단지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만이 아닌 그 시절을 상징하는 기억중 하나.  두번째 기억은 좀 씁쓸한데, 내가 싼타할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공표한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4학년이었고 사실 이미 한참 전부터 싼타의 정체를 알고는 있었으나 언제 알려야 할지 타이밍을 보던 중이었다. 싼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가셨다며 들고온 선물을 내가 누가 준건지 알고 있다면서 선물에도 관심 없다고 말했을 때의 그 순간, 부모님의 어쩔줄 몰라 하는 표정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이를 키워보니, 이쯤 키웠으면 아이가 싼타를 믿는지 아닌지 눈치챌 법도 한데 전혀 그런 의심을...

오해

Image
영화 '부시맨' 은 비행기 조종사가 버린 콜라병이 전혀 다른 용도로 원시 부족에게 사용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병' 을 저렇게도 사용할 수 있고 그게 생각보다 편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문명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가져온 해프닝을 재미있게 본 기억도.  그런데 그런 오해는 꼭 문명의 차이가 있어야 생기는 건 아닌가보다. 오늘, Amazon에서 쇼핑을 하다 뜻밖의 오해를 발견했다.  아니, 너는 찜기가 아니더냐. 머리에 불을 이고 왜 Fire Pit 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것이냐. 한바탕 웃기는 했으나 잠시 후엔, 판매자의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칭찬하기에 앞서, 감정 이입이 되서인지 한가지 생각만 든다.  이 낯선 곳에서, 너도 참 고생이 많다.  끓는 물 속에서 채소를 짊어지고 서 있는 것과 불타는 장작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 중 어느게 더 힘든 일인지 찜기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겠지만.. 낯선 곳에서, 나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존재가 겪는 고생이라는 건 사람이나 물건이나 감당하기에 벅차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각자의 장소

"당신 요즘 멋있어 졌어요." 며칠 전, 저녁 준비를 하는 아내 옆에서 점심 먹고 미뤄 놨던 설겆이 거리를 싱크대에서 행궈 식기 세척기에 넣으면서 아내에게 툭 한마디 던졌다. 별 시덥잖은 소리를 한다며 피식 웃는 아내에게 갑자기 뭔가 설명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에 왜 그런지 구구절절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그 상황이 우스워서 "아니, 뭐... 그냥 그렇다구요" 라고 얼버무리고는 똑같이 피식 웃고 말았지만.  잠시 프라이팬에서 재료가 볶아지는 소리와, 싱크대에서 달그락 거리며 그릇을 씻는 소리가 어울어지며 말 없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내도 알고 있고, 아내가 안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첫째 아이가 항상 궁금해 하는,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것 같다는 엄마 아빠의 시간. 사람마다 어울리는 각자의 장소가 있다.  형이상학적인 어딘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발을 딛고 살아가는 그런 '장소'. 그리고 아내에게는 미국이 그런 장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는 아이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지낸 탓에 경력이 단절되어 다시 job 을 구하는게 참 어려웠는데(끝내 구하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는 job을 구했다. 능력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더니 점차 회사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더 많은 일을 하면서 2주에 한번씩 들어오는 pay check의 액수도 빠르게 올라갔다. 그렇게 일하느라 정말 아침부터 밤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느라 바쁘고 정신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빛과 말투 그리고 행동에서는 거꾸로 여유가 묻어 난다. 몸은 바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너무나 여유로운, 멋있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모습. 지난주에는 함께 식탁에 앉아 내년 가계 운영에 대해 상의했는데 아내의 수입 덕분에 올해보다 여유가 생겨서 아내 명의의 IRA 계좌를 열었다. 아내가 번 돈으로, 아내의 이름으로 된 연금 계좌에 돈을 불입하는건 십년전 아...

이빨갈이

막내가 요즘 본격적으로 이빨 갈이를 시작했다. 지난주 식탁 앞에서 장난치다 미끄러지면서 모서리에 앞니를 부딪쳤는데 이 때 마침 흔들리기 시작했던 앞니가 하나 빠졌다. 곧이어 이웃을 잃은 다른 앞니가 며칠 뒤 빠졌고, 아래쪽 송곳니도 하나 흔들린다. 갑자기 유치들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고민이 생겼다. 어른 이빨 나오기 전에 애기 이빨들이 먼저 다 빠지면 자기는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짓궂은 엄마, 아빠, 형아들 그 누구도 괜찮을거라고 하지 않는다. 큰일났다고... 이제 굶어야 한다며 장난이 한창.  그런데 오늘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막내가 옆에 오더니 자기가 생각해 봤는데 어른 이빨 나올때까지 '죽' 을 먹으면 될 것 같다며 죽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 와중에도 한가지 음식만 먹는 건 싫은가보다.  빙그레 미소를 짓다 품에 꼭 안아주면서 사실을 말해줬다. 어른 이빨은 항상 다른 애기 이빨들이 빠지기 전에 나오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는 얼굴이 놀라우리만큼 환해져서 형아들을 부르면서 방으로 달려갔다. 이 기쁜 소식을 자랑해야 하니까.  내가 그랬듯이 아마 저 아이도 수십년이 지나 자기 아이를 키울때가 되어야 알게 되겠지. 그 애기 이빨이 하나씩 빠질때마다 쑥쑥 커가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아쉬운지. 아이의 바로 어제 모습 마저도 얼마나 그리워 지는지.

간격(間隔)

Image
Source:  https://tracktherecovery.org/ Covid-19으로 인해 발생한, 소득에 따른 고용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고소득자들의 고용율은 올초 수준을 회복했지만 저소득자들의 고용율은 연초대비 20%나 낮은 상태다. 주식 시장은 유례없는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낮은 시급을 받으며 하루벌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 먹을 거리조차 쉽지 않다. 성급한 생각이겠지만 고용율 격차가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은 경제 환경이 지금의 고용 구조를 바탕으로 안정화가 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확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아무리 낮은 가능성 이라도 정말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다.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인력을 줄여서 운영했는데 일이 돌아간다" 는 식으로 고용주들이 느낄 수 있다는 점.  고용주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으니 일시적으로" 라는 생각에 수긍한 것들이 '어쩔 수 없는'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착화 되고 문화가 되어 버린다. 고용주도, 심지어 피고용인도 그 상태를 '정상'으로 인지하기 시작한다. 한국의 일상적인 야근이 그렇고, 낮은 임금 구조를 바탕으로 한 경제 규모 확대가 그렇고,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그래서 업무의 질을 낮출 수 밖에 없는) 문화가 그렇다. 그런 문화를 '효율적이다' 라고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그 말의 대상이 '사람'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입 밖으로 내놓기 어려운 표현이기도 하다. 더구나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말 이라는 것에 이르면 감히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흐름은 물줄기와 같아서 전쟁과 질병등으로 사회 구조 자체의 큰 변화가 생긴 경우를 제외하면 자발적으로 다시 건강한 방향으로 흐른 사례를...

Rose & Candle

Image
[Rose and candle @2007 by HL/ Pentax MX / Film scan]   이 사진은 아내가 찍은 사진인데 지금껏 꽃과 초를 소재로 한 많은 정물 사진을 봤지만 이 사진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뒤로 물려 놓더라도 그렇다.  간혹 이 사진의 어떤 면이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잘 설명하지 못한다.  한때 몬드리안의 composition 시리즈에 흠뻑 빠져서 지냈던 시기가 있다. 제법 오랜 기간이었는데 왜 그 시리즈가 좋은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좋은 걸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얼마나 좋아했었냐 하면, 전직장 건물들의 외벽을 이 composition 시리즈를 본따 도색을 다시 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근길이 즐거웠을 정도.  이 사진도 비슷하게, 왜 좋은지 설명하지 못한다. 억지로 묘사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차례 시도해 봤지만, 써놓고 보면 진실과 거리가 있다. 몇 번인가 그렇게 끄적여 보다 어느 순간 포기했다. 내가 아내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 를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겠지. 그런데 한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사진이 생각날 때는 어김없이 마음이 슬플 때라는 것. 원인이 무엇이든, 마음이 무겁고 뭔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이 사진이 생각난다.  오늘이 그렇다.  아버지의 열여섯번째 기일이고, 어머니가 혼자 되신지 열여섯해가 되는 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년 넘게 어머니를 뵙지 못해서일까. 작년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마음이 무겁고, 힘들다. 지난 며칠 아내와 언제쯤 어머니를 미국으로 모시고 오느냐를 놓고 대화를 했다. 이전의 내 생각은 한국에서 친구분들과 즐겁게 지내실 수 있을 때까지 지내시다가 거동이 불편해 지시면 그 때 모시고 오려 했었는데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 건강하실 때 모시고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좀 더 챙...

Thanksgiving day

Image
미국에 와서 세번째 맞이하는 추수감사절.  원래는 대자네 가족을 초대했고 성당 수녀님도 초대해서 총 열명이 모이는 식사 테이블을 준비했었다. 당연히 칠면조도 거기에 어울리는 큰 사이즈로 준비했지만.. 갑작스럽게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결국 모임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집 다섯 식구만 둘러앉아 식사를 했는데 칠면조가 정말 터무니 없이 컸다. 결국 반도 먹지 못하고 살은 발라내서 냉동실로 향하고 뼈와 거기 붙은 살코기는 육수를 내기 위해 솥으로 투입. 내일은 이 육수에 국수를 먹을 예정. 뭐,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음식 준비를 하며 든 생각은, (놀랍게도) 칠면조 굽는 솜씨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그레이비 소스도 직접 만들고 매시드 포테이토도 직접 만들었다. 뭔가 이 동네 명절 음식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걸 보면서 정말 이 동네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사실 어떻게 보면 이번 추수감사절은 의미가 남다르다. 왜냐하면 미국 넘어오기 전 자산을 이번주에 원상복구 했기 때문. 다섯식구 이사 비용 포함해서 이런저런 정착 자금으로 적지 않은 돈을 썼는데...   2년반 걸려서 드디어 출발점에 다시 선 기분이다. 이제 열심히 모아서 차곡차곡 늘려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예상하지 못했듯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아내가 일하는 회사는 비지니스가 더 잘되서 아내의 수입이 더 늘어날지 예상하지 못했듯이 앞으로의 삶도 예상할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여유있는 마음으로 살아낼 뿐.  내년 Thanksgiving meal 은 누구와 함께하게 될까? 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올해와 달리 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즐겁고 풍성한 식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체스

Image
요듬 아이들이 체스에 재미를 붙인듯 해 체스판도 사줬고 가끔씩 문제풀이를 해주곤 한다. 사진은 아빠와 같이 수를 연구중인 막내. 겸사겸사 매일 저녁 아이들과 체스를 한판씩 두는데 어제 첫째에게 처음으로 졌다. 지난 며칠 유튜브를 보며 전략을 공부하더니 갑자기 첫째의 실력이 늘었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오프닝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두더니 기어이 나를 이기고는 신이 나서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더라는. 아이들 자라고 들여보내 놓고 잠시후 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서 보니, 동생들에게 어떻게 아빠를 이겼는지 모험담이 한창. 간만에 큰형이 동생들 앞에서 자존심을 세운 날인듯 하다. :-) 

실수를 대하는 마음

Image
지금 혈압을 재면 무조건 고혈압 진단을 받을 것 같다. 조금전부터 거세지기 시작한 심장 박동은 그 정도와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일주일 전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두가지 업무를 팀원에게 지시했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한가지는 업무 지시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해서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잘못 처리가 됐다. 당사자도 상황을 깨닫고 really sorry 를 연발하는데, 이미 꼬여버린 상황은 그의 마음이 어떤지에 관심을 쓸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sorry 라고 할 때마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온다. 이럴 땐 직접 얼굴 보지 않고 일을 처리하게 되는 remote 근무 환경인게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그저 화를 내봐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수없이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릴 뿐.  어떻게든 이 일이 Thanksgiving 연휴 전에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다른 task 들의 우선 순위 사이에서 복잡한 춤을 추고 나니 진이 빠진다. 그리고 갑작스런 분노가 치솟는다. 이렇게 일을 꼬이게 만들다니. 사실 조율 했다고는 하나 그저 문제 없이 처리되기만 바랄 뿐 기한내 완료 된다는 장담은 할 수 없다. 분노만큼 커지는 스트레스에 몇번의 이메일이 사람들 사이에 오가고 모두가 문제와 이후 해결 방향에 대해 인지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잠시 outlook 을 끄고 뒤로 물러 앉았다.  그리고 피난처인 것 마냥 Mark Rothko의 그림이 생각났다.    [Mark Rothko / Orange and Red / Oil paint] 지나치게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땐 차라리 바디감 있는 와인이 한 잔 생각나듯, 속 시끄럽고 마음이 복잡할 땐 부담스러울 만큼 강렬하고 단순한 Rothko의 그림이 떠오른다. 보고 있으면,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길게 한숨을 내쉴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진정이 된다. 다만 지금은 아직 그만큼 오랜 시간 보고 있지 않은 것 뿐...

세대차이

얼마 전, 5학년인 첫째가 어떤 social network를 이용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지를 알게 됐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수단이었는데, 코딩 tool인 스크래치를 SNS 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모인 사람들에게 코딩할 파트를 분배하고 관리하면 우리 첫째와 같이 '코더'로 참여한 사람들이 맡은 부분을 코딩해서 업로드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거기서 코드를 두고 댓글로 토론도 하고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자신들의 network를 확장해 가고 있었다. SNS라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밖에 모르는(싸이월드는 없어졌으니까..) 내 눈에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더 신기한 건, 모인 사람들의 나이가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성별이 뭔지 전혀 정보가 없이도 잘 어울린다는 것. 스크래치 특성상 그런 부분을 알 수가 없다. 누군가 자기에 대해 일부러 말 하지 않는 한. 그런 개인적인 정보들을 궁금해 하는 내게 아이는 그게 왜 궁금하냐는 눈빛을 보내왔다. Code 가 중요하지 그걸 만든 사람이 왜 궁금하냐는 식.  나도 SNS도 해봤고, coding도 해봤고, code share 및 공동작업도 해봤지만 뭔가 이 모든게 결합된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참 신선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아이는 coding skill 이 점차 늘고 있었다. 팀원이 작성한 코드를 보면서 새로운 방식을 배우고, 코드를 작성하다 모르는 건 다른 팀원으로부터 조언을 들어가며 한단계씩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이 아이는 벌써 내가 상상도 못했던 시대를 살아가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악몽

Image
어제 새벽, 악몽을 꿨다.  꿈에서... 잠이 들어 있다가 뭔가 불편해서 깼는데 내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었고 기내에서는 식사 시간에 맞춰서 실내등을 점차 밝게 바꾸고 있는 중이었다. 비슷하게 잠이 깬 사람들이 내는 부스럭거림, 식사전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움직이는 사람들, 식사를 데우면서 나는 음식냄새, 기체 전체를 휘감는 바람소리 그리고 찌뿌둥한 내 팔다리까지. 정말 너무나 현실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전부 꿈이었던 건가? 나는 여전히 출장으로 공항을 떠돌아다니는 비행기 집시 신세고... 이민 결정부터 퇴직... 랜딩 이후 겪은 그 모든 일들이 꿈이었나? 바로 어제도 아이들과 뒷마당에서 캠프파어를 하며 놀았는데... 전부 꿈이라고??? 하는 생각에 당황을 넘어 공포감까지 들었다.  급히 벨트를 풀고 일어나 뒤쪽을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머리 위 조명은 B777 에 달려있는 조명인데 기체 뒤편에는 A380에나 있는 면세품 전시 구역이 있었다. 갸우뚱 하다 기내 좌석 배치가 보였는데 그건 또 380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말 잠에서 깼다. 첫번째 느낌은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고 있었다는 것. 정말, 백미터 전력 질주라도 한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우리집 침대에 누워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찾아드는 안도감. 손등을 이마에 얹고 잠시 있다가 나도 모르게 욕이 흘러 나왔다. '아xx 무슨 꿈을 꿔도....' 하고.  정말 두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패턴의 삶. 아이에게마저 아빠는 항상 공항에 가는 사람이고 엄마는 독박육아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던 시절. 꿈에서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안경

아이의 안경 지난 10월초, 하이브리드 수업을 가기 시작한 둘째가 교실에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방학동안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바꿔야 하는 걸 아이가 집에만 있다보니 아이 시력이 나빠진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 안과에 시력 검사 예약을 하려 전화 했더니 가장 빠른게 12월초 slot이라는 대답이 왔다. 그 때 시력 검사를 하고 다시 2주이상 안경이 완성되길 기다려야 하는데 그대로 학기를 다 날리게 생긴 상황. 다행이 코스트코 안경점에 문의 했더니 바로 다음날 예약 취소로 인한 slot 이 있다고 해서 바로 아이를 데려가서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을 주문했다. 보험이 되지 않아 비싸게 지불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one stop으로 해결되지 않는 미국 특징상 그러고도 안경이 완성되어 손에 넣기까지 2주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실제로 완성까지는 며칠 걸리지 않았는데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안경을 주문했던 아내의 전화번호가 잘못 입력되어 있어 안경이 도착하고도 전화가 없었다. 덕분에 아이는 한달 반 가량을 잘 보이지 않는 안경을 쓰고 지내야 했다. 미안한 마음. 미국에서 치과와 안과 같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들은 예약이 필수인 것을 자꾸 잊는다. 일반 병원은 그렇게까지 예약 대기가 길지 않지만 유독 치과와 안과는 예약 대기가 길다. 의사와 병원이 부족한 것인지. 어쨌든 생각난김에 치과도, 안과도 모두 다음 예약을 걸어 두었다. 구글에 찾아보니 뉴욕이나 포트리에 있는 한인 안경점은 당일 되기도 한다니 다음에 급하면 그런 곳을 알아봐야겠다.  어른의 안경 요즘 노안이 급격하게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책을 볼 때 너무 가까이 가져오면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오히려 살짝 거리를 둬야 편하다. 눈에 매우 가까이 있는 글씨를 볼 때는 안경을 벗는게 편하다. 아직은 그래도 안경 하나로 큰 불편없이 쓰고 있는데 지금 이렇게 계속 진행이 되면 머지 않아 독서용 안경을 하나 더 맞춰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돋보기라고 하던가....

D&R canal trail in Autumn

Image
오랜만에 D&R canal trail을 다녀왔다. 1~2주 전에 왔으면 절정의 단풍을 봤을 것 같은데.. 그 사이 비도 많이 오고 눈이 내릴만큼 추웠던 날도 있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노랗게 변한 나무들 사이를 라이딩 할 수 있어 좋았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불지 않아 물에 비친 반영도 너무나 깨끗하고 좋았다.  막판에 체력이 떨어져 고생을 좀 했는데, 두달 정도 라이딩 횟수가 많이 줄었었고 마지막 3주는 아예 타지 못하는 사이 다리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운동은 꾸준함이 제일이다. 

자전거 펌프로 자동타 타이어 공기압 보충하기

Image
날이 추워진 탓에 타이어 공기압이 줄었다. 어제 아침 일찍 라이딩 나가려는데 TPMS 경고등이 들어와서 보니 모든 타이어 공기압이 30PSI 이하로 내려와 있고 전륜 왼쪽은 27이어서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 펑크가 난 것 같지는 않고 단순히 공기만 더 넣어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재작년에 사 놓은 자동차 타이어용 비상 에어 펌프가 고장이 난채 방치되고 있어서 다음주에 정비소를 가야 하나, 배터리겸 비상용 타이어 펌프를 다시 하나 사야 하나 고민하면서 일단 돌아와서 차를 주차시켜 놓고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문득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은 40psi도 안되는 압력이니 내 자전거용 펌프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2~34psi 정도 넣으면 될텐데 평소 50~60psi 넣는 내 자전거보다 힘들 이유가 없지 않을까? 타이어 부피가 있으니 펌프질이야 더 많이 해야겠지만 펌프질당 필요한 힘은 더 낮겠지... 싶은. 이 펌프에 공기압 게이지가 붙어있으니  오늘 아침에 해 봤는데... 된다. 내가 해 놓고도 신기한데, 펌프질을 좀 여러번 해서 그렇지 되긴 된다.  넣을 때 혹시 싶어 32에서 멈췄는데 자동차 tpms에는 34로 찍힌다. 주행하는동안 35로 바로 올라가는 수준인데, 딱 좋다.  ps 펌프 calibration 은 덤.

Tomatosphere™

요즘 첫째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과학 프로젝트. 우주 공간에서 작물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SpaceX의 Dragon 로켓에 실려서 ISS 우주 정거장에 일정기간 놓아 둔 토마토 씨앗을 다시 지구에 가져와서 일반 토마토 씨앗과 함께 키우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프로그램(넓게는 cultivation in the space station 프로젝트의 일부분)인데,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막대한 수의 씨앗을 비교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일반 토마토 종자와 우주에 다녀온 토마토 종자를 나눠주고 매일같이 키우면서 성장 상태를 기록하게 하는 것. 아이들 과학 교육 겸, 자원 적게 들이고 데이터 확보도 할 겸. 뭐 그런.. 프로그램. 아이의 반응을 보니 NASA에서 하는 우주 연구 프로그램에 자기도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거린다. 프로그램 성격만 보면... 개개인의 resource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내가 어렸을 때 열광했던 SETI@Home 과 같은 개념의 프로그램인 듯. https://www.nasa.gov/mission_pages/station/research/news/b4h-3rd/ge-tomatosphere-iss

다섯시 다섯분

지난 주말 오후에 삼형제와 함께 나가 잔디를 깎고 낙엽을 치웠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첫째와 막내가 옥신각신 해서 뭔가 하고 들어 봤는데, 좀 어려운 주제로 말싸움 중이었다.  막내의 질문은 왜 시간은 한시 두시 하는데 분은 한분 두분 안하냐는 것. 그러니까... 다섯시 다섯분 이라고 해야 하는데 왜 다섯시 오분 이라고 말하냐는.. 설명해주기 난감한 첫째는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말하고 있고 막내는 궁금증이 계속 안풀리는 상황.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과 '아, 진짜 쫌' 을 시전) 수사와 관형사 같은 한국어 문법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어차피 시간 읽는 법은 수관형사와 수사가 정말 뒤죽박죽으로 되어 있는터라... 어릴때부터 '그냥' 체득한 사람 아니면 이해도, 설명도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그냥 외워야 하는 표현.  어쩌겠어... 국립국어원에서도 정확한 답변이 없는 문제인걸. 한국어 어려워..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18292

Car audio retrofit kit

Image
Bluetooth 연결이 끊어지는 오류가 반복되서 자동차 audio head unit을 retrofit kit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거금을 들여 kit를 구입했다. 연식이 오래되어 서비스 기간도 지난 모델이라 돈 들이는 김에 그냥 좀 더 써서 Android auto를 써보자는 생각. 차에 뭔가 직접 손을 댄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 대시보드를 열고 파트를 교체하는 작업 자체가 어색하긴 했으나 어찌어찌 마무리는 지었다. 블루투스 잘 되고, 안드로이드 오토 잘 되고, 후방카메라 잘 되고, 자동차 기능 조절도 잘 되고, 핸들이나 기본 physical 버튼들과의 연계도 아무 탈 없이 잘 된다.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립을 마치고 뒷 정리를 하다보니...  볼트가 네 개 남는다 ........응?? 하... 일단 좀 진정하고... 어차피 내부에 USB connector 추가할 생각이었으니 그거 구입하면 한번에 뜯자. 어렸을 때 제품을 분해했다 조립하면 독일인은 남는 볼트가 없고, 일본인은 볼트가 모자라며, 한국인은 볼트가 남는다는 농담을 아버지께 여러차례 들었는데 이런식으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ㅡ_ㅡ;;

단정하기 그리고 묘사하기

Image
[Still life @2008 / Pentax KX / Film scan] 삶을 단정하기는 쉬우나, 묘사하는 것은 어렵다.   이민을 오고난 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내 삶을 단정하려는 지인들이 참 많다. 좋게 생각해 보자면 단정지어서 말하기 쉽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서 어떠했다든가, 미국에 갔으니 어떨 것이라든가. 나는 그들에게 내 삶을 자세히 묘사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건만 모두들 내게 듣지 않은 이야기로 내 삶을 단정한다. 그렇게 단정한 내 삶을 놓고 평가하는 것은 덤이랄까.  하지만 이민자의 삶은 그 유별남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글로 묘사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단어를 늘어놓고 보면 그저 부족한 어휘력의 한계를 깨닫게 될 뿐이다. 이 삶은, 회상은 할 수 있을 지언정 묘사할 수는 없다 . 장님 코끼리 만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과도 다르다. 그 경우는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일부지만 직접 만져보고 설명하는 상황이지만 이민자의 삶은 그렇게 만져보기는 커녕,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다더라 하는 설명만 그것도 부분에 대해서만 간단히 듣는 격이다. 그러다 보니 랜딩하고 나면 어떻게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알지도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바쁘다. 분명 어떻다고 들었는데, 내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은 건가 싶을 정도로, 낯설고 마음 바쁘다. 랜딩의 충격은, 누구에게나  거칠다.   어떻게 보면, 내가 묘사할 수 없으니 저들에게 마음대로 넘겨짚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알려줄 방법이 없으니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도 즐거움을 나누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묘사하기 어려우니 단정짓는이를 나무랄 수도 없고 단정짓는 이들의 이야기에 동조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서로를 어색하게 만든다. 공감하지 못해 어색하고 공감받지 못해 어색하다. 시간 속에 순간을 강제한, 위에 올린 정물 사진처럼 그렇다. 분명 맥주 한잔 하다 찍은 사진이건만 저 맥주캔을 만졌을 때 느꼈던 손 끝의 차...

일상은 사소하나 분주한 일로 가득하다

"일상은 사소하나 분주한 일로 가득하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 전 메모해 둔 생각.  업무적으로 마음 답답한 일.. 다른이와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겨 혹시라도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메모장을 뒤적거리다가 눈에 띄었다. 저 글을 끄적였던 당시엔 저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어떤 일이 있었겠지만 날짜도, 이유도 없이 딱 한 줄 적혀 있는 저 글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일상의 갈등 상황들이 대부분 자장면과 짬뽕 사이의 선택에 대한 질문처럼 결론을 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별로 없는, 시시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던 시기였을 것이라 짐작을 할 뿐.  분명, 저 한 줄 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주절주절 더 글을 적지 않은 것이겠지만 일상은 사소한 일로만 차 있는 장소가 아니기에, 기억의 강도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몇 년,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들을 보낸 내게 삶에 정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일이 기억에 남아 있을리 없다. 지난 몇년은 내게 전혀 사소하지 않았다. 분주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굵직한 계곡 몇개를 참 힘겹게 건넜다. 누군가 내게 한 잔 산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깊은 계곡에 아흔아홉번 해가 지고 뜰 때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사소하나 분주한 일로 가득한 일상은 오히려 더 할 나위 없이 평온한 날들이리라. 내 앞에 놓인 일상이 파편이 되어 바스러지는 유리조각처럼 발 밑에 밟히는, 걸어가는 동안 발바닥에 상처를 남기는 날들만 아니라면. 어쨌든 별 것 아닐 수도 있으나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저 짧은 문장의 뒷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삶의 한 부분을 잃어버린 듯한 아쉬움.

멀리 보이는 날

Image
[서울 타워 @2008 / Pentax KX / Film scan] 유난히 멀리 보이는 날이 있다.  공기가 깨끗하고 시야가 좋아서 멀리까지 잘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발밑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걸음을 옮기기 바쁜 일상중에 어느 순간 문득 멈춰서서 시선이 멀리.. 하늘이나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듯 멀리 있는 곳을 향하게 되는 그런 날이, 살다보면 종종 있다.  그렇게 시선을 멀리 두게 되면 필연적으로 걸음이 느려지거나 대부분은 멈춰 서게 된다. 예외는 없었다. 바로 발 밑을 보면 종종걸음을 걷게 되고, 멀리 보면 느려지거나 서있게 된다. 이게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 아니면 반대로 걸음을 멈췄기에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건지 선후 관계는 모르겠지만.  [Livingston @2020 / Samsung Galaxy S10] 그것이 하늘에 펼쳐진 노을이든, 아니면 눈을 감아야 펼쳐지는 마음의 지평선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멀리까지 보이는 날이면, 마음의 잔물결들이 사그러들고 좀 더 깊게 가라앉아 있던 여러가지 것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지나갈 것들에 대한 생각들. 지나간 시간, 풍경. 그리고 사람들. 내 삶에서 어느덧 지나간... 멀리 가버린 그런 사람들. 시선을 멀리 두고 차분히 가라앉아 있을 때 떠오르는 감정이 평온함인지, 쓸쓸함인지 아니면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그리움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 마흔 세번이나 의자를 옮겨가며 해지는 모습을 바라봤던 어린왕자는 분명 쓸쓸함이었겠지만, 뒷마당에 앉아 시선을 멀리 두고...그렇게 있는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 쓸쓸함인지 그리움인지 구분짓기는 정말 어렵다. 혹자는 '그게 그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심하게 어휘를 선택해서 생각하고 글을 쓰려다 보면 이 둘은 분명 다르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Starbucks in Rancho Palos Verdes, CA @2017 / Blackberry Key1]   지난 몇 달...

Jack-o-lantern

Image
지난 주말 농장에서 가져온 대형 호박으로 아이들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던 Jack-o'-lantern 을 만들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와 아내도 처음만들어 보는 거라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어려울지 전혀 감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서, 칼을 써야 하는 일을 제외하면 모두 세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서 했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가지 않으면 성공이라는 예상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만들어졌다. 호박 속을 파내는 것도, 눈 코 입을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렇게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아이들마다 하나씩 해도 됐을텐데. 내년에는 하나씩 해줘야지.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첫째가 자진해서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찍을만큼 아이들이 좋아한다. 진작에 만들어 볼 걸.  사진을 찍기 위해 초를 넣어보기는 했는데 이 상태로 밖에 내놓을 수는 없고, 내일 LED캔들을 하나 사서 넣어놔야겠다. 

Corn Maze

Image
바람도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주말. Corn Maze를 즐기기 위해 Bullock farm을 방문했다.  옥수수밭 미로 탐험도 하고, 농장 동물들 먹이도 주고, 간단히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놀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그 몇시간 진이 빠질만큼 만큼 뛰어 놀았다.(옥수수밭 미로는 첫째의 인도하에 벽을 뚫고 탈출했;;;). 마지막에는 할로윈 준비를 위해 호박도 샀는데 잭-오-랜턴을 만들기 위한 대형 호박 하나와, 아이들 각자가 마음에 드는 애기 호박 한두개씩 들고 왔다.  작년에는 9월쯤 apple picking을 다녀 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일부러 농장을 방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10월인 지금은 확실히 그 때보다 뉴저지 지역의 감염자 추세는 진정이 되었고,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지라 지금이 아니면 당분간 또 나들이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녀왔다. 뭐, 벽을 뚫고 나오는 바람에 생각보다 너무 일찍 미로 찾기가 끝나기는 했지만 아이들 모두 재미있어 했으니 그걸로 나는 만족.  오가는 길도 가을이었고, 농장도 가을이었다. 간만에 나들이를 즐긴 주말. 이제 가져온 호박으로 잭-오-랜턴을 만들 순서. 잘 만들 수 있겠지? ps 그런데 Bullock farm 이 있는 곳의 도심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신도시 분위기의 깔끔하고 정동된 느낌. 뉴저지가 아니라 꼭 애틀란타 스와니나 뷰포드 같은 느낌의 도시였는데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불가능하지만.. 

불면(不眠)

새벽 3시.  한시간 반 전에 깨서 지금껏 잠들지 못하고 있다. 내일(이제는 오늘) 오후에 아이들과 corn maze 도 다녀오기로 했으니 푹 자지 못하면 피곤할텐데, 이미 망했다.  새벽에, 반드시라고 할 만큼 꼭 잠에서 깬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시 잠을 자야 하는데, 물 한모금 마시고는 자꾸 옆에 놓아둔 킨들을 켠다. 그러면 한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정신도 또렷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뉴스는 보기 싫고, 페이스북은 이제 가벼이 일상을 포스팅하는 사람의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 새로 고침 몇 번이면 광고만 또는 정치, 종교와 같은 무거운 주제의 글만 남아있고, ...하여 다른 무언가 읽을만한 것이 없다. 그냥 책을 읽을 뿐.  위스키나 와인이라도 마시거나 자전거라도 진이 빠질만큼 달리고 와야 깊이 잠이 들텐데 임플란트를 한 덕에 술은 입에도 못대고, 이틀 전부터 내리는 비에 자전거도 타지 못했다. 요즘 자전거는 주중에 타기 어려운데, 해가 짧아지고 도로에 차가 늘어나면서 일과 후 자전거 타기도 만만찮다. 그러니 그래블 코스를 찾아가는 주말을 놓치면, 그 주를 공치는 상황이 벌어진다. 벌써 2주째.  며칠째 내리는 가을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줄기차다. 내일 아침에 상황 봐서 자전거를 타려던 생각은 접어야 하는건지. 여름과 달라, 비온 뒤 해가 뜨더라도 도로가 쉬이 마르지 않는다. 흙길은 말 할 것도 없고.  어제는 누군가에게 메일이 쓰고 싶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냥 일상의,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주절거림을 담아. 그런데 마땅한 수신처가 없다. 메신저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메일과 같이 긴 호흡의 대화를 할 상대를 찾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몇 안되는 그런 상대들이라도 또 나름의 이유가 있어 메일을 보내기 어렵다.  대화는 그립지 않은데, 글은 그립다.

한국 배

Image
미국 과일만 먹던 아이들 입에 한국 마트에서 사 온 배가 너무 맛있었나보다. 배 때문에 조금 전 첫째와 둘째가 싸웠다.  간식삼아 사과와 같이 깎아 놨는데, 사과는 찬밥이고 배만 인기다. 그 와중에 첫째가 입에 하나를 물고 얼른 또 하나를 포크로 찍어서 가져갔다. 하나씩 공평하게.. 서로 순서대로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둘째가 형 손에 든 걸 내려 놓으라고 하다가 형이 거부하자 손을 뻗어 그걸 빼앗았고, 동생의 반란에 분노한 첫째가 나름 폭력을 행사했다.  조금 전에 각자가 할 말이 많고 억울한 두 아이들을 따로따로 불러서 타일러 놨는데 지금 가만히 들어보니 서재에서 둘이 서로 누가 더 잘못했는지 언쟁중이다. 잠시 듣다가 이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더 이상은 관여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두는 중.  다 떠나 한국 배가 잘못이다. 왜 그리 아삭거리고, 달고, 맛있어서.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사과와 배가 있으면 배만 골라서 먹었던 것 같은..?) 여튼 이번 주말에 좀 더 사와야겠다.

돕소니안 망원경 주문

Image
  별을 볼 수 있는 천체망원경을 사겠다고 올 초부터 집안일을 하며 용돈을 모은 첫째와 둘째를 위해 약속대로 망원경을 주문했다. (처음 목표 금액을 정할 때 사려던 것 보다 좀 더 좋은 것으로 주문했는데 모자라는 금액은 아빠가 매칭해주는 걸로) 원래는 추수감사절에 사는게 계획이었는데, 아이들이 한달 먼저 목표 금액을 채워서 미룰 이유가 없었다. 요즘 날씨가 좋아 집에서도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이는데 이번 주말에 도착하면 좋겠다.(화성도 유독 밝은 시기고...)

스페인어 공부

이번주부터 첫째와 함께 매일 저녁에 한시간씩 서재에 같이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목적은 아이의 스페인어 공부. 영어 따라가기도 바쁜데 필수 제2외국어가 스페인어라 이것도 공부해야 한다. 아이 말로는 '하나도' 모르겠다고. 일단은 적응이 먼저라 몰라도 괜찮다고 했는데, 너무 모르니까 아이가 수업시간에 자존심이 좀 상하는 모양이다.  나도 스페인어는 전혀 몰라 도와줄 수도 없고 온라인 클래스를 듣는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쉬운 일상 생활 스페인어 책을 한권 사서 매일 다섯 문장씩 쓰면서 외우기로 아이와 공부 방법을 정했다. 발음을 도와줄 수도 없어 내가 구글번역기로 문장 발음을 들려주면 아이가 듣고 따라 하면서 쓰고 그렇게 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중. 첫 날 하는 걸 보고는 둘째도 자기도 스페인어 모르니까 같이 공부하게 해달라고 해서 둘째도 같이 시작했다. 둘째는 하루 세 문장씩. 하는 김에 다른 학교 숙제나 공부도 그 시간이 함께 하기로 하면서 한시간이 제법 금방 지나간다.  일단 셋이 서재 책상에 마주 앉아서 같이 공부하는 시간은 좋긴 한데, 목표했던대로 아이들의 스페인어 실력도 조금씩 늘었으면 좋겠다.

감자 수확

Image
  첫째가 마당 한켠에서 지난 여름 내내 열심히(?) 키워서 수확한 감자. 크기가 작아서 따로 요리를 하지는 않고 대신 밥에 넣고 같이 익혔다. 실패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제법 수확을 했다. 신기해라..

Sussex branch trail

Image
  성격 급한 아이들은 이미 붉다. 이제 하루하루 달라지겠지.

1년 만의 뉴욕 나들이

Image
  거의 1년만에 뉴욕 총영사관 방문. 한국 영사관이 있는 E 58 Street 근처에서 한 컷.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과, 그 많던 할랄푸드 트럭들이 안보인다는 걸 제외하면 전과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비좁고 복잡하다. 

Paulinskill valley trail

Image
새로운 코스를 찾다 다녀온 곳. 처음으로 임도를 타봤다. 포장도로도 아니고, 그래블도 아닌.. 나무뿌리 툭툭 튀어나와 있고 부러져서 떨어진 나무가지들이 널려 있는 산길. 중간중간 싱글 코스라고 생각될 정도의 다운힐도 있었는데, 그런 길은 내려서 끌었다. 어쨌든 코스가 험한 탓에 4시간 가까이 달렸는데도 50마일을 넘기지 못했다. 사진은 길이 험해지기 전에만 몇 장 찍었고 본격적으로 나무뿌리에 덜컹거리며 달리거나 진창을 통과하거나 할 땐 휴대폰 꺼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이 트레일에 승마 스쿨이 있나보다. 말 탄 사람만 정말 스무명 넘게 봤다. 초보부터 중세시대 전령이 아닌가 싶은 고수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가뜩이나 비좁은 길 말하고 교행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너무 잦으니 이것도 좀 그렇다.

New trails

Image
  어제 밤 자려고 누워서 이제는 좀 식상해진 근처 라이딩 코스 말고 다른 곳을 찾아봤다. 더 추워지기 전에 새로운 코스를 발굴하고 싶기도 하고.  이런 저런 검색을 통해 차로 한시간~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트레일 세곳을 찾아서 루트를 그려놓았다. 라이딩 전 삼일동안 비가 안오면 그래블 코스인 Wallkill valey를, 한번이라도 비가 오면 로드 코스인 Blairstown 과 Butter milk falls 코스를 가야겠다.   그런데 조금전에 확인해보니 올해 999.6mi 을 자전거로 달렸다. 어제 0.4mi만 더 탔으면 천마일 찍는건데. 어쨌든 많이 달렸네. 눈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더 탈 수 있으려나.

Sandy hook - Long branch beach 100km riding

Image
  샌디훅부터 시작하는 해변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61마일을 달렸다. 원래 63마일을 달려서 100km를 딱 찍었어야 하는데.... 좀 모자란다. 코스를 중간에 잘못탄듯. 2마일 정도만 더 갔으면 됐는데.. 아쉽다. 100km 넘기려고 작정하고 나간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