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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January, 2024

가족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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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뒤 2년이 지나던 시점부터 매년 가족 앨범을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양가 어르신들에게 보내드리고 있다. 첫번째 앨범은 미국에 랜딩한 2018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년반을 한꺼번에 묶었는데 워낙 모든게 급변하던 시기라 그 변화의 순간들을 기록하는데 중점을 뒀다. 사진으로 모든게 설명이 되지 않아 첫페이지에는 연대기처럼 언제 무슨 큰 사건이 있었는지도 모두 기록해서 넣었을 정도. 하지만 이후에는 그런 사건들이, 기록할만한 큰 변화가 점차 줄어들더니 올해는 별다른 기록 없이 사진만 넣었다. (재작년에는 플로리다 여행 다녀온 사진이 워낙 많아 별도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2023년 앨범까지 포함하면 모두 다섯권이 됐다. ) 처음엔 아이들 크는 모습을 옆에서 못보실 부모님들을 위해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권, 두권 늘어나다 보니 우리 가족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기록이 되고 있다. 올해 앨범도 잘 나왔다. 2024년 한해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수 있는 많은 순간들이 함께 하기를. 

이민자 적성

이민자로 살면서 이런 사람은 이민을 선택할 때 정말 심사숙고 해야 하겠구나 싶은 경우가 있다. 걱정이 많고 자존감이 낮으며 남보다 비교 우위를 점해야 행복을 느끼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은 어느 나라로 가든 이민자로 살기에 팍팍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민이라는게 손해보고 시작하는 장사인 경우가 많고 이민자 각자의 삶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분포하게 되기에 자존감이 낮아 자꾸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상황이 없다. 수십년 살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생활 수준의 사람들과 엮여 있던 한국(혹은 자기 출신 국가)에서는 겪어 보지 못했던, 나보다 터무니 없이 잘 살거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삶을 바로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어울리게 되는 환경은 남과 비교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는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민자에게 적성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만일 그런게 있다면 아무래도 자존감이 높고 주위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성격이 그래도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와인 땡기는 날

아침에 해프닝이 있었다. 공급 업체 한곳과 지난 몇주간 협상하던 건이 있는데 오늘 아침 그 업체에서 그간의 협상을 무색하게 하는, 도로아미타불 협상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그 업체의 제품을 계속 사야 하는 입장이라 고객이지만 약자의 위치에 있었는데 그걸 이용한 걸로 보였다. 내가 사전에 소싱팀 디렉터와 이야기를 했던건, 끝까지 이 업체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어쩔수 없이 일단은 진행하되 업체 변경을 준비하자는 것. 미리 이야기 되어 있는 만큼 그 메일을 받자 마자 CEO에게 보고하고 더 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진행하되 업체 변경을 장기 전략으로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했다. CEO가 동의해서 내가 그 업체에 직접 회신을 했다. 오케이 하자고.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소싱 디렉터는 왜 자기와는 일언반구 이야기도 없이 그걸 승인하냐며 난리가 났다. 소싱팀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이렇게 위에서 막무가내로 합의 할거면 자기들이 왜 그 고생을 해야 하느냐면서 거의 불을 토했다. 자기는 어떻게든 더 회사의 이득을 위해 노력하는데 이럴수가 있냐면서.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이 디렉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업체에 자기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메일까지 회신했는데 그 메일을 원래 수신처 전체 회신으로 보냈기 때문에 나와 CEO까지 전부 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업체에 합의 하겠다고 CEO와 회의를 거쳐 결정해서 보낸 메일을 싹 무시하고 테이블에 똥물을 끼얹은 것 같은 상황. 더구나 CEO가 내 의견에 동의한다고 내부 메일까지 보낸 이후라 CEO도 당황스러워했다. CEO에게는 내가 정리하겠다고 하고 잠시 생각을 했다. 내 사내 메신저는 그 소싱 디렉터가 보내는 항의 메세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 10분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 전화를 했다. 그리고 10분간 고민했던 첫번째 문장을 말했다. "내 실수니 사과한다" 고. 전투 준비를 마치고 나팔 소리만 기다리고 있었을 그 디렉터가 잠시 멈칫 하는 사이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그 상황을 둘로 나...

커피, 그리고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

일부러는 아닌데, 커피를 거의 끊었다. 몇 달 전 치과 수술을 받고 초반 일주일을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해서 못마셨다. 두통을 비롯한 몇몇 증상에 시달렸는데 어차피 의사가 수술 부위 초반 통증은 진통제 먹어도 된다고 해서 진통제의 힘으로 커피 금단 증상도 함께 넘겼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일주일이 아니라 음식 조절을 해야 했던 2주간 계속 커피를 안마셨고, 그 이후로 커피 금단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3~4일 이후에는 거의 못 느낀듯.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내려야 했었는데 이제는 별 필요가 없다. 하루에 한잔 혹은 두잔을 꼭 마셔야만 두통을 겪지 않았는데 그런 증상이 없다 보니 커피를 찾지 않게 된다.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간혹 한잔 마시게 될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다시 예전으로 확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별 변화가 없다. 커피는 중독이 약하게 되서 금단 증상이 쉽게 돌아오지는 않는것 같다. 대신 요즘은 차를 자주 마신다. 커피에 매달려 살 때 처럼 카페인을 보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평일 저녁에는 종종 아내와 차를 내려서 같이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보통 저녁을 먹고 아이들이 남은 숙제를 하든, 악기 연습을 하든, 자기들끼리 놀든 그런 일상적인 일들은 대부분 8시 30분에 끝나고 잘 준비를 시작하는데 그 앞 뒤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는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이다. 그리고 함께 차를 내려서 마실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다만, 아내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먼저 내려놓는 커피가 좀 아쉬운 모양이다. 고압추출 방식을 좋아하면서도 아침에는 내가 내려놓은(난 드립 방식을 더 좋아한다) 커피를 찾아 마시는게 아내가 아침을 시작하는 순서였는데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다 보니 그런 재미가 사라졌다는 것. 생각해 보니 내가 굳이 마시지 않더라도 어려운 일 아니니 오늘부터 다시 한잔씩 내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