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사람 사는게 다 그렇겠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머리 복잡한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큰 변화가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경영 회의에서 들었다. 특별한 이슈 없이 모든게 잘 진행된다고 가정할때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발표가 날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예상 했었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몇 년 뒤의 일로 예상했던터라 당장 올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는 제법 놀랐다. 

경영 회의가 끝나고 CEO가 자기 사무실로 따로 불러서 작년 성과 보너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변화 이후 내가 받게될 benefit 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이후에도 자신은 계속 CEO로 남아 있을 예정이기에 자신의 senior staff 들도 계속 남아서 조직 변동 없이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게 그의 바램. 


그의 앞에서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냥 속으로 승진해서 경영진이 되니 이런 정보도 미리 알게 되고 또 혜택도 주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뿐. 상대에게 꼬치꼬치 캐묻는걸 싫어하는 성격 때문인지, 내가 따진다고 별로 바뀔게 없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꺼 버리는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으니 그냥 그 자리에서 말을 할 필요성을 못느꼈다. 내 무반응을 지켜보며 CEO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좀 애매했다. 좀 멋있는 말도 해가며 협상을 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자세한 내용을 물어봤어야 하는건지 알 수 없었다. 경험이 좀 더 쌓였으면 내 대응도 달랐을텐데 이제 겨우 넉달밖에 안돼 업무 적응하기에도 벅찬 시간이었기 때문에 경영 임원으로의 태도를 갖출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미팅을 마치고 나와서 지금까지, 주말 내내 머리속은 이만저만 복잡한게 아니다. 남을 것인지, 남아서 약속받은 benefit 을 누릴 것인지 아니면 이 참에 보너스 받아 챙긴뒤 다른 회사로 옮길 것인지 하는. 당연히 옮길만한 다른 회사들은 어디가 있는가 하는 고민도 함께.


이제 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가 싶었는데 참 바람 잘 날 없다. 어쩌면 이렇게 매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들이 생기는지.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다 일단 앞으로 2~3년은 엉덩이 붙이고 있자는 생각을 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기는걸 보면 꼭 누군가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어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