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집에 대한 기억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아파트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언덕이라기 보다는 조금 낮은 산.. 에 가까웠는데 어쨌든 그런 산 꼭대기에 있는 고층 아파트였던 덕분에 거실 창문을 통해 남쪽으로 오산시가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정면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와 빌딩숲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한국에서 정말 보기 드문 뷰를 가진 아파트였다.
시선을 내리면 굉장히 넓은 면적이 공사중이었는데 여기가 지금은 2동탄 호수공원이 되어 있다. 완공을 보고 한국을 뜨나 했지만 결국 흙먼지만 구경하고 왔다.
이 시기에는 늘 일찍, 가급적이면 해 지기 전에, 퇴근하려고 애를 썼는데 집 거실에 앉아 해지는 광경을 보는게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하늘이 불타오르는 듯한 노을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탁 트인 하늘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도심으로 밤이 내려앉는 광경은 노을이 불타지 않더라도 항상 묘한 나른함을 가져다 주곤 했다. 그렇게 밤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음악을 듣는 저녁은 매번 정말 좋았다. 지금처럼 저렴한 와인이 많았다면 매일 홀짝거렸을텐데. 2년하고 5개월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모두 있었지만 뷰 하나 만큼은 좋기만 했다.
지금은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 살지만 이 때처럼 멀리 도심이든 자연이든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이 아니라 이 때 바라봤던 경치는 늘 기억속에 내 인생 최고의 뷰로 남아있다. 지금은 호수공원가에 들어선 주상복합 때문에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는 예전만큼 뷰가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아파트의 가장 멋진 시기를 경험하고 좋은 기억을 갖고 이사 나온 마지막 가정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