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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

지난 몇 년, 뉴저지는 예년보다 가물다고 했었다. 이른 봄이면 늘 내리곤 했던 봄 비 시즌이 사라져 두달간 비 한방울 오지 않기도 했었고 여름에도 비가 오지 않아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는 수영장 water line 을 보며 수영장 어딘가에 물이 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할 정도였다. 봄철의 촉촉함이 사라지고 이른 시기에 찾아온 불볕 더위를 보며 다들 이러다 불 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결국 작년 가을에 집에서 겨우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 wild fire 가 나기도 했다. 다행이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았으나 동네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불이 난 곳 근처에 동물 보호소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호소의 동물들을 자기 집으로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는데 이 일은 우리 가족이 그 동물 보호소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결국 고양이 두마리를 거기서 입양하는 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 심해지는 가뭄을 걱정하며 맞은 2025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다. 4월부터 시작해서 느낌상 최소 매주 하루나 이틀은 비가 오는 것 같은데 이번엔 반대로 수영장 물을 일부러 빼야 할 정도로 많이 내린다. 비오는 날도 주말을 끼고 내리는 경우가 많아 주말 라이딩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 사실 비 보다 더 당황스러운건 기온이다. 낮아도 너무 낮다.  일요일 아침, 조금 전에 일어나 바깥 기온을 보니 섭씨 15도가 조금 안되는데 낮 최고 기온도 19도에 불과하단다.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체감 온도는 더 낮다. 춥다고 투덜거리는 막내를 달래려 결국 보일러를 켰다. 일기 예보를 보니 지금 내리는 비는 다음 금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계속 이어진다고. 한국처럼 장마철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 비가 내려도 길면 이틀, 보통 하루면 그치는 동네에서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예상 대로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또 수영장 물을 조금 빼야 할 것 같다.  수영장은 5월초에 오픈 했는데 6월 중순이 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용하지 못했다. 보통은 ...

자전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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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국인 가정들 사이에서 내가 자전거 타러 다니는게 입소문이 났다. 남자들 중에 본인이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아내가 남편 운동 시키려고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어쨌든 매번 내가 가이드 하듯 라이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한달에 한번 그룹 라이드를 가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달에 한번 다녀왔고, 이번달에도 다녀올 예정인데 아직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고 자전거가 마실용 자전거인 사람도 있어서 가급적이면 쉬운 코스로 짧게 다녀오는 정기 모임이 될 예정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라이드를 다녀 왔는데 역시 난 혼자 타는게 좀 더 좋다. 온전히 내 페이스대로만 탈 수 있어서 무리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천천히 탈 필요도 없다. 

Generation wealth

Fidelity에서 받는 webzine에 평소 관심 있는 주제가 올라왔다. 읽어보니 대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삶의 방식이 경제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자녀'에 대한 대처라던가 '자녀들간에 시기 질투가 심해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때' 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흥미로왔다. 재작년 회사의 보드 멤버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들에게 들은 조언 두가지가 내게는 큰 울림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애쓰지 말고 자녀에게 부모의 삶이 시간이 흐르면저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나아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라는 말이었다. 자녀가 커가면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어렸을땐 좁은 집에서 살았는데 자기가 커 가면서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점차 좋아져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여행을 자주 다닐수 있게 되더니 자기가 집을 떠나 독립할 시기가 되어서는 엄마 아빠의 삶이 정말 여유 있어 보이고 이웃과 나누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라는 것. 그걸 보고 자란 자녀들은 젊은 시절의 가난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전진할 동력을 얻게 된다고. 두번째가 오늘 읽은 article과 비슷한 조언이었는데, 내가 부자 되는데 집중하지 말고 내 아이들과 후손, 그러니까 'family' 가 부자가 되는데 집중하라고 했다. 내가 갑자기 부자가 되면 이 부는 쉽게 흩어질수 있지만 generation wealth 를 만들기 위한 토대를 닦아 놓으면 내 후손들은 쉽게 흩어지지 않는 wealth 위에서 여유있게 살게 된다고. Rich가 아니라 wealth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wealth를 쌓는건 돈을 버는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는 조언. 이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대화를 했다. 나와 아내.. 우리 둘의 부모님들은 전후 한국에서 살면서 자녀인 우리를 지금 위치까지 키워 내셨다. 엄청난 자산은 없지만 많이 공부했고 그렇게 공부한 지식을 활용해서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상황....

대학 입학 30주년 동기회

대학 동기들이 입학 30주년 모임을 한국에서 갖고 있다. 덕분에 새벽부터 계속 단톡방에 올라오는 사진들 구경하느라 일찍 깼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영상 통화를 걸어서 십수명의 동기들과 얼결에 화상으로 (그것도 나는 자다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에 까치집 머리를 하고) 인사를 했다. 처음엔 여기 시간으로 새벽 4시반에 걸더니 두번째는 6시 10분전 쯤 걸었다. 자기가 전화를 걸어 놓고는 "자다 일어났냐? 거기 몇시냐?" 하는, 얼굴 붉어지도록 취한 친구한테 늙어서 잠 줄어 괜찮다고 했더니 "야, 얘 맨날 가서 잔다고 일찍 일어나더니 이제 잠 없어졌데." 라며 옆의 누군가에게 하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적당히 나이 들은 얼굴들. 그래도 모두 스무살 시절 얼굴이 잘 남아 있어 좋았다. 덕분에 새벽부터 30년전 과거로 마음이 붕 날아가 있다.  

내가 글자로 남긴 기록을 보니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지금 시기에 정원 관리를 시작했다. 수영장 주위 화단을 정돈하고 겨우내 죽어 누렇게 말라버린 잎만 남겨놓고 있는 잡초들을 뽑았다. Mulch를 여러포대 사다 화단을 단정하게 덮는건 좀 더 나중의 일이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하기 위한 정돈은 3월이 들어서면서 시작했었다. 비록 재작년에는 3월 초에 폭설이, 그것도 겨우내내 단 한번도 내리지 않았던 눈이 와서 잠시 모든걸 겨울로 되돌리기는 했으나 그것도 잠시였고 따뜻한 햇살은 제법 많이 쌓인 눈도 금방 녹여버렸고 그렇게 봄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겨우내 눈이 오지 않아 이른 봄의 촉촉함보단 바삭거리는 건조함이 많은 봄이었지만, 추위도 별로 없었던 겨울이라 봄의 따뜻함이 상대적으로 덜 반가웠던 시기였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었고 바람의 느낌도 포근했다. 올해는 겨울부터 달랐다.  지난 몇년 겨울이라는 걸 알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오지 않았었는데 이번 겨울은 몇 번인지 셀 수 없었을 만큼 자주 눈이 왔다. 비록 무릎까지 오는 폭설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눈이 내렸고 겨울을 지나며 늘 뒷마당 그늘에 쌓여 있는 눈더미를 볼 수 있었다. 겨울 다웠다고 해야 할라나. 몇년만에 맞이한 겨울다운 겨울이었다.  그 추위가 이어져서인지 3월이 시작된지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 바깥은 춥다. 바람도 제법 거세서 정원일을 한다는게 누군가의 나쁜 농담처럼 들릴것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지난주 한 번 나갔다 왔지만, 이번 주말은 또다시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로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봄을 준비해야겠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2025년 첫 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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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trail 로 2025년 첫 라이드를 다녀왔다.  결론만 먼저 이야기 하면 고작 6마일 정도 탔다. 라이드를 시작한지 20분 정도 됐을까, 그늘진 곳에 노면이 하얗게 덮여 있는걸 확인했는데 아직 눈이 남아 있는걸로 생각하고 그냥 내달렸다. 그런데.. 눈이 아니라 아주 단단한 얼음이었고 아뿔싸! 하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주욱 미끄러져서 넘어졌고 그대로 길 옆까지 밀려났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뒤 이렇게 넘어진 건 처음 있는 일. 어쨌든 나도, 자전거도 문제가 생기진 않아서 스트레칭 몇번 더 해주고 물을 마시려고 보니 물통이 없었다. 넘어질때 빠져서 어디 날아갔나 싶어 주위를 뒤졌는데 발견 못했고... 가만 서서 생각해보니 물통을 챙긴 기억 자체가 없다. 애초에 집에서 가져오질 않았던 것.  근처에 물을 살 곳도 없는 곳이고, 물 없이 장거리 라이드를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 어쩔수 없이 거기서 라이드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까지 돌아오는 50분을 갈증에 괴로와 했..... 이렇게 2025년 첫 라이드는 액땜을 한 것으로 만족하며 끝냈다. 액땜 미리 했으니, 올 한해도 아무 문제 없이 즐겁게 라이드 하며 지나가기를 바란다. :-) 

알지 못하는 미래

매일 아침 출근길에는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 둘이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 하는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뜬금 없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는데 아이들을 이런거 저런거 시켜서 준비 해야 한다고 주위에서 그러더라는. 첨단 과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들은 당신께 그런 문제를 물어볼 가장 좋은 상대이리라. 그리고 그 말씀의 끝은 결국 당신 손주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내가 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연결됐다.  어머니께 그랬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도 알 수 없다고. 지금 어떤걸 준비한다고 해도 그게 시간낭비 노력 낭비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단 대처를 좀 더 잘하기 위해 안테나를 곤두세우고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어머니께 드렸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대비를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떤 세상이 펼쳐지든 대처는 할 수 있죠. 그래서 앞으로는 대비하는 것 보다 대처하는게 중요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제 세대 까지는 대비하는게 중요한 시대였어요.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하고, 경험하고 하는 그 모든게 결국 어떠한 좁은 영역의 미래가 펼쳐졌을때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대비하는 과정이었고 그러다 보니 끈기 있고, 성실한.. 장기간의 대비를 잘 하는 사람이 뛰어난 인재였어요. 우리가 공부와 학습을 열심히 해야 했던 이유죠. 그런데 제 아이들은 대비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인공지능 학원 같은데 보내서 뭔가 대비하려고 하는건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수 있어요. 대신 대처를 잘 하는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진 아이로 키우려 노력하는건 의미가 있을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이런 아이로 키우려고 하면서 동시에 과거 필요했던 대비를 잘 한.. 그러니까 공부벌레로 동시에 키우는건 어렵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