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의 청주행,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야간버스

별안간 하게된 약속이긴 했지만 단비와의 생일파티 약속이 오늘이었다. 학교에서 볼일을 모두 마치고 저녁때쯤 도착하게 시간을 맞춰 터미널에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꼭 1주일만의 청주행인가.

조용한 파티를 원한다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부르지 않고 둘이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바에가서 쥬스와 술을 한잔씩 마셨다. 누군가와 차분하게 둘이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몇시간을 즐겁게 보낸게 얼마만의 일인가. 다른 이들과 편안한, 그리고 조용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본게 무척이나 옛날 일인듯 싶다.

이야기를 하던중에 버니니아 울프의 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들어 새삼스럽게 감탄하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와 표현력에 동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주위 사람중 하나가 바로 단비였기 때문일까. 일전에 나를 절망하게 했던 일, 바로 글로는 순간을 표현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보기좋게 깨뜨려 버린 작가. 오히려 너무나 잘 표현을 했기에 글속의 인물을 내 자신의 가상인격으로 받아들이기 전에는 글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정도의 표현력. 그런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서로의 감탄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일면 즐거운 일이 아닐까.

2시 반에 청주행 버스에 몸을 실어 8시 반 동서울행 버스에 다시 탔으니 정확하게 6시간을 청주에서 보낸 셈인가? 아니, 청주에 있었던 시간은 4시부터 8시 반까지니 4시간 반을 있었던 것이 된다. 즐거운 ‘나들이’ 라고 할만한 시간 아닌가. 겨울답게 돌아오는 버스는 어둠속을 달렸다. 불이꺼진 버스 안에서 어두운 고속도로를 바라본게 얼마전 일인가. 기억이 맞다면 지선이를 만나러 포항에 다녀왔던게 마지막인것 같다. 그게 벌써 반년전 일이 되어가고 있는건가...

[의외의 공간에서 시간은 정해진 규칙보다 빨리 흐르는 듯 하다.]

그때도 그랬지만 어둠속을 달리는 버스는 기묘한 속도감을 준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에테르속을 질주하는 어떤 가상의 물체와 같은 느낌 이랄까. 미처 어둠속에 주위를 스쳐가는 도로주변 풍경에 신경을 쓸 틈을 주지 않는다. 그때문일까? 야간버스를 탈때마다 상념에 빠져드는 것은.
감정과 현실이라...

인정할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그 두가지를 소재로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아직은 좀더 시간과 고민이 필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