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도

근 1,2년 사이에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게 있어서 물리학이라는 이 길이 박사학위를 받을만큼, 그런 노력을 들일만큼 큰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이 길을 걷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흥미있어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과, 그것을 연구하여 새로운 것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적어도 지금의 난, 그런 능력에 있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돌아서야 하는가? 그 길고 긴 여정을 거쳐 결승선이 눈앞에 보이는 지금 이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둘러보면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보인다. 내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자격 미달인 그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그리고 이미 받은 박사 학위를 달고 일선에서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내가 그들보다 모든면에서 우월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나에 비해 많은 부분이 우월한 것도 아니다. 혼란스럽다. 분명, 월등히 뛰어난 사람들은 있으되 많은 이들이 그렇지 못함에도 이곳에 발을 담그고 있다. 어느쪽이 정상인가.

흥미있어하고 즐거워 하며 반짝거리는 내 지성도 그 순간을 지나 무언가를 도출해 내야 하는 지점에 도달해서는 빛을 잃는다.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는다고나 할까.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일이겠지. 나만 이런것인지, 다른 이들도 이런 것인지. 만일 다른 이들도 나와같이 능력의 한계를 깨달아 가며 가슴 답답해 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우울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다 때려치우고 오직 하나의 질문.

난 박사학위를 꿈꿀 능력이 되는가. 내가 보는 난 아니다. 그렇다면 남이 보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