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우리도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도 적극적으로 기술 유출을 해야 한다"
금융권의 연봉이 많은 이유는 돈을 만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할 정도의 연봉을 주지 않으면 딴마음을 먹기 쉬워서가 아닐까 라는 연구실 사람들과의 대화끝에 내가 한 말이다. 우리 연구자들도 돈 많이 줄 때까지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해야 한다고. 단지 현찰을 만지지 않을 뿐이지 얼마나 큰 단위의 무형의 가치를 우리가 다루고 있는지 사회가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스개로 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 말이었다. 한국의 연구 개발직의 대우는 정말 요즘말로 '안습' 이다. 다른 직종들도 그렇다 라고 한다면 난 간단하게 반박할 수 있다. 나와 같이 하이테크를 다루는 연구자들에게 어느 나라든 국경의 문턱은 매우 낮다. 비교 대상이 국내로 한정되기 쉬운, 그래서 국내 대기업들과의 비교를 주로 할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에 비해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의 동일한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국제 학회에서 1년에 두세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처우와 자신의 처우를 비교할 수 있다. 비교가 가능하고, 이동이 수월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국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내 주위 선배 동기들의 대부분이 언제든지 해외로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한국내 직장을 고려하는 것은 '가족'을 우선시 하도록 받은 교육과 문화 때문일 것이다.
나만해도 내가 해외로 나가 버리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선 혼자 지내셔야 하고 처가 장모님, 장인어른께서도 외동딸을 해외로 보내놓고 두분이서만 지내셔야 한다. 한달에 한번씩 양가에 꼬박꼬박 찾아뵙는 지금도 가시면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하시고 전화가 하루라도 건너뛰면 무슨일 있나 걱정되셔서 안절부절 하시는 판국에, 해외로 나가 버리면 1년에 한번 들어오기도 쉽지 않을거다. 도저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학 등록금도, 대학원 등록금도 집에 손벌리지 않고 내가 벌어왔던 나는 어쩌면 부모님께 의지한 후 나중에 다시 모시는 한국의 문화와는 동떨어져 있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내가 이럴진데 남들은 어떨까.
작년에 샌디에고에서 열렸던 학회 만찬장에서 우연히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영국 녀석은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부모님의 인생은 부모님의 것, 내 인생은 내 것. 왜 고민하냐" 라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말할걸 예상했었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뭐, 문화의 차이겠지. 어쨌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조금만 낮았어도 한국의 박사들의 대부분은 한국을 떠났을 것이다. 재작년에 회사 연구소에 있을 때 다른 박사님들이 하나같이 입에 달고 살던, "학위 받으면 나가라." 라는 말과, 실제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하던 유학을 떠나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참 많은 수가 떠나고 있구나' 라는 피부로 와닿던 느낌이 드디어 며칠전에 신문기사로 떴다.
동아일보 : 한국인 박사 70% 귀국 않겠다
아마 점점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하지만 내가 한국을 떠나고 싶은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관리직' 을 중요시 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관리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직으로 취직을 한 사람이라도 승진을 하려면 연구 업무를 떠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큰 고민이 여기에 담겨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남성이 박사학위를 받으면 30대 초반에서 중반이 된다. 국내에 국영 연구소나 대학교수 자리가 많은 것이 아니므로 사실 대부분은 대기업의 연구소에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재작년 회사에서 본 모습은 충격이었다. 40대가 부서장을 포함 단 두명이었다. 부서원은 50명에 육박. 학위를 받고 일선에서 연구 업무를 하며 실무를 경험하고 그 일에 대해서 베테랑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을 쌓으려면 국책 연구소에 있는 선배들을 봤을때 정말 빠르면 5년, 보통 10년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정도면 이제 어디가서 어깨 힘 줄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의 위치에 올라서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연구소에서는 그정도 기간을 버티기가 어렵고 그 기간을 버텨내려면 승진을 거듭해야 하는데 보통 수석연구원 부터는 연구업무를 하지 않는다. 회의와 서류로 싸우는 일반 관리직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수석 연구원이 되는게 일반적으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 근처라는게 문제다. 정말로 그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시기에 연구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나나, 박사학위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연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이 최고로 연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므로, 관리직으로 옮기시던가 회사를 그만두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바로 그 관리직들이 서류를 통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처참했다.
회사 연구소에서 그 현실을 보고 왔을 때 정말로 좌절을 했었다. 나가고 싶었다. 연봉은 관리직에 비해 적게 받더라도 장기간 연구직에 종사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가진 선진국으로 이민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34~35년을 공부해서 학위를 받은 후 5년만 그 능력을 써먹고는 이후에는 서류작업만 하던가 은퇴해야 하는 이 한국이라는 사회가 저주스러웠다. 내가 그러할진데 남이라고 안 그럴까.
앞으로도 이와같은 과학자들의 이탈은 지속될 것이며 보다 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가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할때면 아마 후회해도 늦은 시기가 될 것이다. IMF 때 모든 국가,기업등에서 연구소들을 우선적으로 인원감축을 했었다. 당장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배들이 하는 말은 그거였다.
"일반 사무직과 연구직은 다르다. 이사람들을, 이 팀을 해체하면 지금 이 수준까지 도달한 이 팀의 노하우가 흩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고되면 당연히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날테니 나중에 이 사람들을 다시금 모으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5년간 유지되었던 연구소를 해체하고 새로 시작하려면 전 세계적으로도 수가 부족한 고급 연구자들중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빼서 모으는데 2년에서 3년, 지금의 수준에 다시금 도달하는데 5년이 걸린다. 도합 5+8년을 낭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 13년동안 다른 선진국은 격차를 벌려 놓았을 테니 그 격차는 첨단과학 분야에선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첨단분야 연구에 무지한 서류작업자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잠깐의 직무인수인계 작업이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해고한 것도 아닌데 해외로 유출되는 과학자들의 문제는 어찌보면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 지금의 이 유출은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경고를 해야 할지 모를 문제다. 정말로 모든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해서 경종을 울려야 하는걸까. 꼴 보기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로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고 떠날 경우 10년후의 한국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은 후일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이런 한국 사회가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때문에 이 한국 사회를 떠나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내가 너무나 안타깝다.
금융권의 연봉이 많은 이유는 돈을 만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생활이 넉넉할 정도의 연봉을 주지 않으면 딴마음을 먹기 쉬워서가 아닐까 라는 연구실 사람들과의 대화끝에 내가 한 말이다. 우리 연구자들도 돈 많이 줄 때까지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해야 한다고. 단지 현찰을 만지지 않을 뿐이지 얼마나 큰 단위의 무형의 가치를 우리가 다루고 있는지 사회가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스개로 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 말이었다. 한국의 연구 개발직의 대우는 정말 요즘말로 '안습' 이다. 다른 직종들도 그렇다 라고 한다면 난 간단하게 반박할 수 있다. 나와 같이 하이테크를 다루는 연구자들에게 어느 나라든 국경의 문턱은 매우 낮다. 비교 대상이 국내로 한정되기 쉬운, 그래서 국내 대기업들과의 비교를 주로 할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직장인들에 비해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의 동일한 업종에 있는 사람들과 국제 학회에서 1년에 두세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처우와 자신의 처우를 비교할 수 있다. 비교가 가능하고, 이동이 수월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국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내 주위 선배 동기들의 대부분이 언제든지 해외로 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한국내 직장을 고려하는 것은 '가족'을 우선시 하도록 받은 교육과 문화 때문일 것이다.
나만해도 내가 해외로 나가 버리면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선 혼자 지내셔야 하고 처가 장모님, 장인어른께서도 외동딸을 해외로 보내놓고 두분이서만 지내셔야 한다. 한달에 한번씩 양가에 꼬박꼬박 찾아뵙는 지금도 가시면 반가워서 어쩔줄 몰라하시고 전화가 하루라도 건너뛰면 무슨일 있나 걱정되셔서 안절부절 하시는 판국에, 해외로 나가 버리면 1년에 한번 들어오기도 쉽지 않을거다. 도저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학 등록금도, 대학원 등록금도 집에 손벌리지 않고 내가 벌어왔던 나는 어쩌면 부모님께 의지한 후 나중에 다시 모시는 한국의 문화와는 동떨어져 있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내가 이럴진데 남들은 어떨까.
작년에 샌디에고에서 열렸던 학회 만찬장에서 우연히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영국 녀석은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부모님의 인생은 부모님의 것, 내 인생은 내 것. 왜 고민하냐" 라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말할걸 예상했었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뭐, 문화의 차이겠지. 어쨌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조금만 낮았어도 한국의 박사들의 대부분은 한국을 떠났을 것이다. 재작년에 회사 연구소에 있을 때 다른 박사님들이 하나같이 입에 달고 살던, "학위 받으면 나가라." 라는 말과, 실제로 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하던 유학을 떠나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참 많은 수가 떠나고 있구나' 라는 피부로 와닿던 느낌이 드디어 며칠전에 신문기사로 떴다.
동아일보 : 한국인 박사 70% 귀국 않겠다
아마 점점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하지만 내가 한국을 떠나고 싶은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관리직' 을 중요시 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관리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구직으로 취직을 한 사람이라도 승진을 하려면 연구 업무를 떠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은 느끼지 못하는 큰 고민이 여기에 담겨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 남성이 박사학위를 받으면 30대 초반에서 중반이 된다. 국내에 국영 연구소나 대학교수 자리가 많은 것이 아니므로 사실 대부분은 대기업의 연구소에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재작년 회사에서 본 모습은 충격이었다. 40대가 부서장을 포함 단 두명이었다. 부서원은 50명에 육박. 학위를 받고 일선에서 연구 업무를 하며 실무를 경험하고 그 일에 대해서 베테랑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을 쌓으려면 국책 연구소에 있는 선배들을 봤을때 정말 빠르면 5년, 보통 10년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정도면 이제 어디가서 어깨 힘 줄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의 위치에 올라서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 연구소에서는 그정도 기간을 버티기가 어렵고 그 기간을 버텨내려면 승진을 거듭해야 하는데 보통 수석연구원 부터는 연구업무를 하지 않는다. 회의와 서류로 싸우는 일반 관리직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수석 연구원이 되는게 일반적으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 근처라는게 문제다. 정말로 그 분야에서 베테랑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시기에 연구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나나, 박사학위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연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이 최고로 연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이므로, 관리직으로 옮기시던가 회사를 그만두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 바로 그 관리직들이 서류를 통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처참했다.
회사 연구소에서 그 현실을 보고 왔을 때 정말로 좌절을 했었다. 나가고 싶었다. 연봉은 관리직에 비해 적게 받더라도 장기간 연구직에 종사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가진 선진국으로 이민이라도 떠나고 싶었다. 34~35년을 공부해서 학위를 받은 후 5년만 그 능력을 써먹고는 이후에는 서류작업만 하던가 은퇴해야 하는 이 한국이라는 사회가 저주스러웠다. 내가 그러할진데 남이라고 안 그럴까.
앞으로도 이와같은 과학자들의 이탈은 지속될 것이며 보다 가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가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할때면 아마 후회해도 늦은 시기가 될 것이다. IMF 때 모든 국가,기업등에서 연구소들을 우선적으로 인원감축을 했었다. 당장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배들이 하는 말은 그거였다.
"일반 사무직과 연구직은 다르다. 이사람들을, 이 팀을 해체하면 지금 이 수준까지 도달한 이 팀의 노하우가 흩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고되면 당연히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날테니 나중에 이 사람들을 다시금 모으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러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5년간 유지되었던 연구소를 해체하고 새로 시작하려면 전 세계적으로도 수가 부족한 고급 연구자들중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빼서 모으는데 2년에서 3년, 지금의 수준에 다시금 도달하는데 5년이 걸린다. 도합 5+8년을 낭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 13년동안 다른 선진국은 격차를 벌려 놓았을 테니 그 격차는 첨단과학 분야에선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첨단분야 연구에 무지한 서류작업자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잠깐의 직무인수인계 작업이면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해고한 것도 아닌데 해외로 유출되는 과학자들의 문제는 어찌보면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 지금의 이 유출은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경고를 해야 할지 모를 문제다. 정말로 모든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해서 경종을 울려야 하는걸까. 꼴 보기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로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고 떠날 경우 10년후의 한국은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은 후일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이런 한국 사회가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때문에 이 한국 사회를 떠나는 문제에 대해 자유롭지 못한 내가 너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