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라는 위치
요즘 둘째로 인해 첫째의 위치가 급격하게 변화했음을 느낀다. 아무래도 젖먹이인 둘째를 수유하느라 아내가 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첫째가 거기에 크게 불평을 하지 않고 그냥 장난감을 갖고 잘 놀아줘서 많이 고마워 하고 있다. 문제는 첫째도 엄마품에 안겨있고 싶을 때. 그럴때는 둘째를 떼어 놓으려고 하지는 않지만 엄마에게 달려가서 자기도 안으라고 찡찡거리다 수유가 안끝나서 끝내 안아주질 못하면 풀이 죽어서 시무룩하게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무척이나 안쓰럽다. 엄마 품이 필요한거라 내가 안아줘 봐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찡찡거리는 첫째를 안고 토닥이며 달래노라면 나는 알지 못했던 형이라는 위치를 이 아이는 벌써부터 체득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두 아이들이 엇나가지 않고 우애있게 자라난다면 첫째는 아마 평생을 두고 둘째에게 조금씩 양보하며 사는 삶을 살겠지.
이런 마음 때문에 우리네 부모님들은 첫째에게 보다 많은 것을 해주려고 애 쓰셨겠지 싶다. 병상에 누워 계시는 외할머니께서 어머니께 둘째는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니까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라고 하셨다는데 아마 지금의 이런 모습을 충분히 예상하셨기 때문이리라. 전화 통화 할때마다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 주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는 어머니 역시 그런 것을 생각하시기 때문일테고.
아직 엄마 아빠도 제대로 말 못하는 첫째가 벌써부터 엄마품을 동생에게 양보하고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아이가 평생을 짊어질 무게가 보이는 듯 하다. 그와 함께 내가 이 아이에게 조금 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함께. 안타깝게도 난 형의 위치에 대해 아이에게 조언을 해줄 수가 없다. 내가 겪어본 것이 아니므로.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네가 형이니까 참아" 라는 말 대신 두 형제들에게 최대한 공정하게 대해 주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엄마품을 양보하는 것 처럼 첫째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