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어제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서야 '부부의 날' 이란 걸 알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찍 출근한 탓에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4시 반에 바로 퇴근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한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사실 살면서 가족들과 기뻐할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공식적인' 행사일을 챙기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나 가족 모두에게나 관계없이. 어제와 같은 날이 바로 그렇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인근 공원을 산책하면서 어느덧 훌쩍 자라 엄마 아빠 손을 놓고 저 혼자 뛰겠다고 고집부리는 첫째와 유모차에 실려 가면서도 뭐가 좋은지 연신 웃으며 손뼉을 치는 둘째를 보면서 이 두 아이들을 집에서 혼자 보느라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그만큼 한시도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가 함께 올라오는 것을 느끼곤 혼자 한참을 빙그레 웃었다. 아빠 옆에서도 잘 자던 첫째가 둘째와 엄마 경쟁을 시작하면서 아빠 베겟머리 옆을 떠나는게 비단 우리집만의 일은 아닐터.

부부의 날이라고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갔다는 아내 친구 내외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 이이들의 부모가 되어있는 우리에겐 이젠 부부의 날도 아이들을 위한 날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진 않다. 지난 십년간 웃은 것 양을 다 합쳐도 고작 일년간 두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웃은 양의 반도 안될테니. 그렇지만 이제는 슬슬 아이들을 친구들 틈에 보내고 아내도 자신의 꿈과 생활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모든것을 희생하는 엄마보다 자기 자신의 꿈을 위해 일정부분 자신의 삶에 매진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이 자라서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정답은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