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오후 내내 면접관으로 면접실에 앉아 있었다. 회사 간부로 있는 이상 면접관으로 호출되는게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세번이나 면접관으로 불려갔으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횟수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난 면접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입사 지원자들을 면접보는 건 생각보다 배우는게 많은 행위다. 학창 시절에 전공 과목 공부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설명하면서 스스로가 정리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을 모르는지 깨닫기도 한다. '아는 척'을 하기 위해 단기간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효과를 본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입사 지원자들은 긴장해서 잘 알지 못하겠지만 사실 면접관이랍시고 앉아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우는게 있다고 하더라도 싫은 건 싫은거다. 내가 면접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군가의 삶을 평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경력직 사원도 아니고 신입 사원들이라면 사실 그들이 갖고 있는 기본기라는 것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 토익 점수가 몇점이고 어학 연수를 다녀왔고 등등은 자신에게는 큰 사건이고 경력일지 몰라도 수없이 많은 사람을 면접보는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렇다. 배낭 여행을 다녀왔다든가 오지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든가 하는 이색적인 경력 역시 내 경우엔 전혀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거기서 '무엇을 얻었는가' 이다. 무엇을 얻었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얻은게 있다면 겉으로 드러날 것이고 배운게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는 경험은 불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오지 봉사 활동을 통해 다른이를 배려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굳이 그런 이력을 설명하지 않아도 토론 면접을 시켜보면 다른이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다른이를 배려하느냐 아니냐지 원래 배려하는 성격으로 타고났는지 후천적 경험을 통해 배려하는 법을 배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남에 비해 좀더 좋은 기회를 많이 누렸다고 해서 더 유능한 인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어려워 하는 부분은 바로 그런 사람인지를 내가 그토록 단기간내에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면에서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내가 그를 올바로 판단했는지에 확신을 갖지 못한다. 과연 내가 내 가치관으로 다른이의 점수를 매기는 것이 옳은가? 뭐,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님은 잘 안다. 그냥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최선을 다해 평가를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늘도 수십명의 긴장한 입사 지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점수를 줘야 하는 내가 그들만큼 긴장해서 등이 땀으로 흠뻑 젖는 경험을 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내가 잘못 판단하면 내 실수에 그들의 삶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대한 공정하게,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고 평가했다는 것은 누가 물어도 확언할 수 있지만 내가 그를 정말로 맞게 평가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매번 면접을 할 때마다 괴롭다.
사람도 많은 회사, 이젠 좀 다른 사람에게 면접관 역할을 골고루 돌려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