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한국을 떠날 때 첫째의 담임이 미국에 가면 아이의 메일을 만들어서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반 친구들하고 같이 메일을 보내겠다고. 언뜻 들어도 실현 가능성 없는, 전형적인 입만 앞서는 사람의 요청으로 보였지만 아이 엄마에게까지 자기 메일 주소를 적어주며 부탁을 했던 탓에 아이에게 메일 주소를 만들어 주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와서 메일 주소를 만들고 담임에게 알려주니 컴퓨터실 사용 순서 문제로 지금은 안되고 곧 보내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리고 석달. 여전히 메일은 없다. 아이도 잊었으리라 생각 했는데 아이는 선생님이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아이가 먼저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다.

미국은 수업시간에 컴퓨터를 자유롭게 쓰는데 한국은 왜 이렇게 순서가 오래 걸리는 걸까요 하며 속상해 하는 아이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잊어버리자고 했더니 선생님과 친구들은 자기를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잊으면 얼마나 속상하겠냐는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입만 앞서는 스타일의 사람을 살면서 자주 본다. 그런 사람이 아이의 선생님이었다는게 불행한거지 그 사람 자체를 원망할 필요는 없는 문제라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계속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보면서 같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