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날

미국의 5/12일,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다.

성당 주일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이 어머니의 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가대에 부탁해 '어머니 마음' 을 부르게 하셨다.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혼자였으니 더욱 그랬겠지. 불가항력으로,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났다. 그러면서 지난주 주보에서 읽었던 한편의 글이 생각났다.

지난주에는 애틀란타에 내려갔기에 가족들과 둘루스 성당에 갔었는데 그때 주보에 어머니에 대한 글이 실려 있었다. 수녀님 한분이 쓰신 글이었는데 자식에 대한 헌신과 희생으로 자존감을 지킬수 밖에 없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그런 희생과 마음을, 그렇게 자식에게 모든걸 내주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엄마답다'는 말로 격려해야만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그분들의 아픔을 알기에 우리는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엄마라는 말은 생물학적인 대상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를 희생과 헌신의 말이고 그 때문에 항상 마음 한국석이 불편하고 아프고 눈물을 짓게 되는 감정선의 어디쯤인가를 지칭하는.. 정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 글의 마지막에서 수녀님은 당신의 어머니께(그리고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에게) 이리 말한다. 이제 자식에 대한 희생과 헌신은 충분하니, 지금이라도 당신을 위한 삶을 사시라고. 자녀에게 '희생'을 해야만 엄마 다운 엄마가 되는게 아니라고. 그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그 주보를 그대로 잘 접어서 가방에 넣어와 Newark 공항으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내가 어머니에게 정말 하고 싶은 그 말을 어쩌면 그리도 잘 짚어내셨을까.

성당 구석에 앉아 성가대가 부르는 어머니의 마음을 들으면서 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둘째에게 나도 모르게 '아빠도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했다가 갑자기 무슨 말인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이에게 '아빠도 할머니가 보고싶다' 라며 정정해야 했던, 한달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튀어 나가는 내 마음 한구석의 굳은살을 어루만졌다.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전화하는 내 목소리가 젖을까봐 전화를 드릴 수 없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