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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지인이 보내준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 역사는 집단의 성과에 대해서만 기록할 뿐 개인의 희생은 기록하지 않는다. 1970년대로 상징되는 급속한 경제 발전기에 희생한 이들을 지금 당장 우리가 챙겨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후세의 역사가들은 뭐라고 기록할까? 아마도 단 한줄,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사회의 부가 고루 분배되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로 묘사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 정치가들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말 할 수 없다. 올바른 정치가라면 희생이 아닌 권리와 의무를 말할 것이다. 허리띠 졸라메달라고 말하기보다 납세의 의무와 권리를 말하고 그 혈세를 어떻게 사용해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 역사가 개인의 희생을 기록하는데 소극적인 것은 정치인들이 역사에 맡긴다는 말을 남발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가들은 현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지 후손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현재를 사는 이상 어떻게 포장하든 그들은 현재에서 평가 받는 것이 옳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역사를 운운 해서도 안된다. 그가 이룬 결과물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직접 체험한 이들이 살아있는 지금. 지금이 바로 그를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모호하게 역사로 넘어가는 순간, 희생한 이들은 잊혀지고 국가가 이룬 경제적 성과를 발표한 그의 목소리만이 남게 된다. 옳지 않다. 위안부 문제 역시 역사로 넘겨선 안된다. 희생된 분들이 남아있는 지금. 지금이 그 문제를 매듭지을 시점이다. 그럴지 않으면 '증언' 이 아닌 '증거'만으로 다투게 되고 역사의 밀당이 항상 그렇듯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된다. 그리고 역사는 단 한줄로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 희생된 여성들도 있었다." ...막아야 한다. 현재의 의지로 매듭지을 수 있는 것들이 역사로 넘어가는 일들은 막아야 한다....

2012년 12월 첫 주말

#1 항상 멀리 다니기만 하다 집 근처에 제법 괜찮은 박물관이 있다는 아내 말에 아침에 일어나서 온 가족이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이라는데 2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가 보니 경기도 박물관과 백남준 아트센터 옆에 있는 곳이었는데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아이들 체험/놀이 시설에 가까웠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키즈 카페를 초대형으로 지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질적인 수준으로 보면 훨씬 우수했다. 입장료도 저렴해서 경기도민에게는 2천원의 입장료를 받았는데 일반적인 키즈카페의 2시간 이용 요금의 1/5 ~ 1/10 정도 수준. 소방관 복장도 해보고 의사 복장도 해보고 이런저런 사진도 찍고 체험도 했는데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아는게 많아질 수록 건물 여기저기 다니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은 듯 했다.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은 곳이어서 자주 다닐 듯 하다. 입장객 수를 규제하고 있어서 조금 늦게 가면 건물 밖에서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주의사항. #2 박물관에 다녀와서 두 아이들과 아내는 낮잠을 자라고 방에 밀어넣어 두고 자전거를 꺼내서 오산천으로 라이딩을 다녀왔다. 날도 조금 춥고 쉬고 싶기도 했는데 몸이 찌뿌드 한게 아무래도 다녀오면 개운할 것 같아 중무장을 한 채로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중간중간 라이딩을 하긴 했었어도 오산천까지 다녀온 건 근 한달만 이었다. 날이 추워서인지 오산천까지 가는 길에도 다른 자전거를 보지 못했고 오산천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달릴 수 있었다. 지난번에 갔을 땐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갈대가 온통 뒤덮고 있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 어쨌든 왕복 25km 정도의 거리였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오히려 예전에 다닐 때 보다 확실히 덜 힘들었다. 그 당시에 좀 무리하게 타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체력이 좋아진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다녀오고 나서 샤워하고나니 지난 한주간의 피로가 싹 가신 듯 개운했다. #3 집에...

어머니

당신 혼자만의 생각에 함몰되어 자꾸만 부정적인 쪽으로 현상을 곡해하시는 어머니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런 모습을 느끼는 건 아버지께서 안계신 지금 이 세상에 나 혼자겠지. 아들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 그런데 딱 거기까지일 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아들이기에 갖는 한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단편적으로 상황을 보시는 모습을 보며 그토록 현명하셨던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나이가 들면 당연한 변화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너무나 극적인 변화가 당황스러운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쩌면 이제 아들의 존재 이유를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난감하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오해

오늘 늦게 집에 와 보니 첫째가 와서 매달리면서 아빠가 집에 와줘서 고마웠단다. 누가 들으면 내거 며칠 집에 안들어온줄 알겠다며 웃는데 아내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 어린이날에 회사에서 하는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참여를 했었는데 첫째가 무척 인상이 깊었나보다. 하긴 온갖 놀이기구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긴 했다. 문제는 그날의 기억 때문에 아빠가 회사를 가면 항상 그런 놀이 기구들이 있고 아빤 회사가서 재미있게 놀다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감. 그러면서 자기도 아빠하고 같이 매일 회사에 가서 재미있게 놀고 싶단다. 어쩐지 내가 회사간다고 하면 같이 가고 싶어한다 했더니;; 그나저나 이거...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하지? 약간 억울한데. ㅡㅡ;

회사가지 마세요

은행 볼일이 있어 늦게 출근하는 날. 첫째가 일어나서 아빠를 보더니 회사 가지 말고 자기하고 놀아야 된다고 성화다. 하긴 항상 눈뜨면 아빠가 없긴 했지. 자기 위해서 제발 제발 회사 가지 말라는데 난감. 대신 이번 주말에 신나게 놀아줄테니 조금만 참으렴. 오늘은 엄마가 놀아 주실거야.

데쟈뷰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와 계신 저녁. 미소띤 얼굴로 아이에게 입 속으로 중얼거린다. '너, 내일 모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강릉으로 내려가시고 나면 두고보자.' 응?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데자뷰인지. ㅎㅎ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보다 윗줄에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저렇게 땡깡을 부리고 소위 '빽' 으로 삼으려 하는건지. 그래, 그래도 그럴때가 좋은거다. 마음껏 즐기렴. :-) (그래도 그분들 강릉으로 내려가시고 나면 아빠하고 면담좀 하자.)

마흔을 바라보며

내일 모레면 마흔이다.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으로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은 내일 모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무언가를 준비하고 실행하기까지 대충 2년의 준비 기간이 걸린다고 했을때 내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도하기 위해 준비하면 내가 마흔을 찍는 순간에야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게 된다. 두달도 남지 않은 2012년. 올해가 지나게 되면 나는 한국 나이로 38이 된다. 내게 있어 이번 연말은 내 사십대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해야 하는 시점이다. 바로 마흔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항상 그렇듯 나이가 드는것 자체는 별 감흥이 없다. 이십대때는 삼십대가 되고 싶었고 삼십대인 지금은 사십대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눈길을 걸을때 발자국이 찍혀있지 않은 길을 보며 즐거워 하기보다 내가 찍으면서 온 발자국을 보며 흐뭇해 하는 성격 때문이리라. 나이가 드는게 아쉬운 이유는 지금처럼 내가 무엇인가 한걸음 더 움직이려 할 때마다 세상은 나보다 빠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내가 경쟁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 빠르기를 따라가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정해진 루트가 없는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느림보가 빠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그려야 하는 경로는 복잡하고 힘들다. 그래서 먼저 고민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굳이 이겨야 하냐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이기지 않으면 낙오된다. 단순히 늦게 가는게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들마저 줄어든다. 그 말인즉슨, 내 가족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으로써 그것만큼 피하고 싶은 일은 없다. 내가 한발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아둥바둥 하는 이유다. 11월 6일. 첫째의 세번째 생일 아침. 여러가지로 생각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