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타이어 교체 그리고 small talk

이틀에 걸쳐 두대의 자동차를 모두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했다. 큰 눈을 한번 경험하고 났더니 미적거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예약을 했고, 1주일 뒤 slot 을 두개 잡아 어제와 그제 두 번 방문했다.

모든게 다 느린 이곳이지만 타이어 교체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약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도착을 했고, 내 차도 바로 입고가 되었지만 첫날은 2시간 반이 걸렸고, 둘째날인 어제는 1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렸다. 내년 봄 사계절 타이어로 다시 교체할 때는 내가 직접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고, 느리다. 아내는 안전에 대한 것이므로 전문가에게 시키는게 좋다는 의견인데... 과연 이 정도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일 타이어 교체를 위해 연장을 더 사야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지만.

센터에 앉아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뉴스에서는 인근 Jersey city에서 벌어진 총기 사고에 대한 소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이야기들이 번갈아 가며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한국이나 여기나 세상은, 특히나 정치는 막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TV를 보고 있는데 나와 같이 앉아서 TV를 보던 노부인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걸었다. (아직도 익숙해 지지 않는 낮선이와의 small talk)

"저지 시티는 뉴욕이나 다름 없다니까. 나도 젊을 때 저기 살다가 결혼하면서 여기로 나왔는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러셨어요? 뉴욕 오갈 때 지나가 본 적은 있는데 보기에 멋진 곳은 아니긴 하더군요."
"절대 아니죠. 그런데 어디서 왔어요?" (딱 한마디면 티가 나는 이민자 영어)
"한국에서 작년에 왔어요. 조지아에서 처음 1년을 살았고 여기 온지는 반년 밖에 안되요."
"동네 잘 선택했어요. 저는 여기서 40년째 살고 있는데 여기만한 곳이 없어요."
"아,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사실 이 근처 지역에 대한 지식 없이 선택을 한거라 걱정이 많거든요."
"집이 이 근처에요?"
"힐사이드 초등학교 근처에요. 학교 운동장이 뒷마당하고 붙어 있어요."
"올 여름에 이사왔고 거기면... 아, Belmont Dr. **번지? 아이들 셋인가 있는?" (이 때 정말 놀랐다)
"어떻게 아셨어요? 정확히는 **는 아니고 조금 더 위로 올라와야 해요."
"crossing guard 가 이야기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학기 초에 이사 왔는데 집 관리도 열심히 하고 부모와 아이들 모두 조용한 집이라고."
"Crossing guard면.. 미셸이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할머니들 사이의 정보망은 무시무시하다)
"네, 맞아요. 미셸 알 정도면 동네 사람 다 됐네. 저는 지금은 Macopin Dr 이 살아요. 우리 아이들도 모두 Hillside 를 졸업했는데 좋은 학교에요. 학교 잘 골랐어요. 요즘은 중국계도 많이 늘어서 아이들도 학교 다니기 편할거에요. 같은 아시안이 많은게 아무래도 편하잖아요?"
(아니요.. 우린 사실 그것 때문에 이사 가야 하나 고민중입니다..만..) "아, 그렇군요."
여기까지 대화를 나누던 차에 그 노부인의 차가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서로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네.

대표적으로 미국 사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면은 바로 이 공동체 문화.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개인주의 문화가 강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와서 겪어 보니 분명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긴 하나 뜻밖의 지점에서 공동체 문화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난 이 공동체 문화가 아직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불편하다. 안 보는 것 같지만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고, 나와 내 가족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어쩌면 그들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이 내 생활의 한쪽에 서서 날 파악하고 있는 그들이 두렵기도 하다. 이건 내가 언제 잔디를 깎는지, 물을 1주일에 몇 번 주는지, 아이들이 뒷마당에서 뭘 하고 노는지, 쓰레기는 얼마나 자주 내놓는지를 모두 알고 있고 가끔 툭 던지는 말로 조언을 해주는 이웃집 로이에게서도 느껴지는 감정이다. 그 조언을 들을 때마다 도움도 되지만 저렇게까지 우리 가족을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랄때도 많다. 집 안에 들어와 문을 닫으면 어쨌든 모든 시선을 차단하고 늘어질 수 있는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선이자 간섭. 수없이 많은 이웃에 대한 donation 요청과, 행사나 파티 초청. 친구도 아닌 그저 이웃들 혹은 지역사회로부터 시작되는 그런 공동체 문화의 면면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정말 강한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끈끈하게 묶여 있는 공동체. 몇년쯤 살면 그런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 적절하게 구분하며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