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Michelle
미국에는 Crossing guard 라고 불리는 아이들 등하교시 교차로/건널목 등을 지키고 교통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을 받기는 하지만 직업 이라고 할 수는 없고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수고비 정도 챙겨주는 수준이다. 주위를 항상 살펴야 하고 통제판을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산을 들어서는 안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항상 모자라고, 봉사자가 없으면 경찰이 나와서 지킨다.
학교와 바로 맞닿아 있는, 정문으로 이어지는 블럭에 위치한 우리 집 특징상 우리집 다음부터 학교 정문까지는 주차 금지 구역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정문앞 사거리를 담당하는 Crossing guard인 미셸은 항상 우리집 앞에 차를 댄다. 차를 돌리기 위해 마당의 드라이브웨이(차고 앞) 까지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도 일상 다반사. 당연히 종종 대화를 하고 출근할 때 인사를 나눈다. 나이 지긋한 노부인인데 처음 이사 왔을 때 집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을 때 타운십에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받았다.
어제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아이들 등교 시키면서 미셸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이번주가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주고, 다음주부터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뭔가 선물이라도 해줘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오늘 출근하는데 마주쳐서 잠깐 서서 이야기를 했다.
지금 봉사하는 그 자리에서 지난 30년 동안 아이들 등하교를 지켰다고 했다. 지금 아이들 손을 잡고 학교를 오가는 부모들의 많은 수가 자기가 처음 crossing guard를 시작했을 당시 학교를 다니던 꼬마들이었다고. 어쩐지 등하교 할때면 미셸을 향해 아이들이고 어른이고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친해 보이더라니... 가끔 지켜보면서 놀랐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중 하나는, 아이들 하교 시간에 한 여자 아이가 시간이 지났는데 동생이 집에 안왔다며.. 자기가 챙겼어야 하는데 깜빡 했다고 울면서 미셸에게 달려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미셸이 그 아이를 달래면서 동생이 누구와 같이 하교하길래 자기가 물어봤는데 그 친구 집에 가서 놀거라고 했다며 지나가는 부모 한명을 잡아서는 주소도 말하지 않고 누구네 집에 이 아이를 데려가서 동생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거였다. 잠시 후 펑펑 울던 그 여자 아이는 (한국 식으로 표현하자면)자기 동생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나타났다. 아이들 이름을 아는 것도, 그 아이들이 어디에 사는지 아는 것도, 지나가는 다른 아이 부모를 동네 꼬마 부르듯 불러서 일을 부탁하는 것까지 모든게 정말 내게는 마법같은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봉사하고 싶지만 이제는 몸이 힘들어서 하루 두번씩 도로에 서서 차량 통제하는 일이 어려워 은퇴하기로 결심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 멋있게 나이가 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동네 계속 살거라 오가면서 아이들과 아내는 만나겠지만 일찍 출근하는 나는 볼 일 있을지 모르겠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같이 웃음이 났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악수하려 손을 내민 나를 보고 잠깐 미소 짓더니 다가와서 크게 포옹을 하면서 이웃끼리 악수는 처음 만났을 때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잠깐 당황해서 멈칫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도 같이 손을 올려 포옹을 했다. 연세가 있는 분이라 얼마나 밖을 자주 돌아 다니실지, 우리가 이 동네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 모든게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살면서 종종 마주치길 그래서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쉽기도, 마음이 따뜻하기도 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