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
어제 제법 멀리 운전할 일이 있었다.
얼마전 job offer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의 내 포지션과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그만두고 어디론가 이직을 할 시점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알아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이로부터 나를 추천 받았다는 그 회사의 대표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조건에 상관없이 지금은 이직 생각이 없으니 굳이 구체적인 조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이후 그 회사의 대표가 부담 갖지 말고 자기 회사에서 커피라도 같이 한잔 하자고 연락을 했고 마침 어제 휴가이기도 해서, 다녀왔다.
변한 건 없다.
회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제품 보고, 내부 구경을 좀 했을 뿐. 그 사람도 offer를 바꿔 설득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던 것 뿐이니까. 누구에게 소개를 받았고, 그를 어떻게 알았고 등등. 삶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이야기 했고. 그가 채용중인 또 다른 Jr. Engineer 자리에는 내가 아는 사람을 한명 추천해줬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의 삶에 대해서. 여기에서도 이제 네트워크가 생기기 시작했구나 싶었다.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고, 연락이 오고, 나도 추천해 줄 수 있는.. 인맥.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부분이 참 어려울 것 같았는데 어찌어찌 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운전하는 동안 들었다. 해고가 한국에 비해 훨씬 쉬운 이 나라에서, job을 새로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처음 랜딩했을 때 처럼 무조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게 아니라, 이젠 비벼볼 수 있는 언덕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는 안도감. 달리 다른 단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온 몸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듯한 안도감을 마지막으로 느껴본게 언제였는지.
미국에 랜딩할 때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며 이 땅에서도 어떻게든 또 살아 지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어떻게든 살아지긴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