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한국에서 바라봤던 하늘이 생각나는 날이 있다.
특히 미국으로 나오기 직전 얼마간 살았던 동네는 아직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덕분에 하늘을 보기 좋은 곳들이 많았다. 간혹 가족들과 저녁을 사먹으러 동네 식당으로 걸어가거나 걸어올때면 멀리 보이는, 먼저 개발된 동네의 높은 아파트 단지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펼쳐져서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짙푸른 밤하늘을 좋아하는 내게 그 동네의 하늘은 내가 원하는 그런 하늘을 종종 보여주곤 했다. 추운 겨울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바라볼 때면 어둠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하얗게 사라지는 숨결은 군청색 밤하늘로 떠올랐다.
뉴스를 보면 지금은 백화점도 들어서고, 기차역도 들어서고, 호수공원도 완성됐고, 수많은 아파트 단지도 함께 들어섰다니 이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도 똑같은 하늘을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호수 공원은 좀 궁금하긴 하다. 거기 사는 동안은 계속 땅파느라 흙먼지 날리는 것만 봤었는데.)
저런 하늘을 멀리 두고 장난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를 따라 아내와 손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그 길은 겨울임에도 따뜻했고 참 푸근했다.
집에서 바라보는 밤하늘도 멋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대가 높고 고층 아파트였던 탓에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높은 산에 올라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아내 말에 따르면 특히 저녁해가 넘어가고 노을이 펼쳐지면 장관이었다는데 나는 멋지게 펼쳐진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국에 계속 살았으면 아직도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을까? 아마 그렇겠지? 딱히 이사를 가야할 이유는 없었으니.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립지는 않은데, 살았던 아파트와 동네는 그립다.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던 그 밤하늘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