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대로 이루어 진다는 것

요즘 아침과 오후 첫째의 Summer camp 라이드를 하느라 차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은걸 억지로 일어나서 나오기 때문인지 저기압이라 말이 없는데 한참 들고 뛰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서 오는 오후에는 말이 많다. 캠프에서 있었던 일부터 얼마전 유튜브에서 본 내용 혹은 게임을 하다 겪은 황당한 상황까지.

어제 픽업해서 집에 오는데 아이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불만을 털어 놨다. 오후에 있었던 competitive outdoor sports 시간에 코치가 프로 테니스 선수들도 그날 경기에 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자기 원래 실력에 관계 없이 그 경기는 진다고 했다면서 그걸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 자기 실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기고 진다고 생각하면 지는게 말도 안된다는 것. 그럼 서로 진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잠시 듣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아빠도 그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살아보니 정말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기는 확률이 높아지던데?" 하고 한문장을 던졌다. 보통 아이의 의견에 다 동의를 해주는 편이라 당연히 이번에도 내가 자기 의견에 동의하고 그 코치에 대해 같이 비판해줄거라 생각했었는지 아이가 당황한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입 다물고 있으면 십대가 아니지. 잠시 후 폭포처럼 아빠도 틀렸다며 자기 주장을 쏟아냈다. 반론을 할까 하다가 의미가 없어서 "네 말도 일견 맞는데, 아빠는 아빠가 경험한 것에 근거해서 경험담을 말하는거야. 어떤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라." 라고 했다. 굳이 아이와 그 문제로 토론을 하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을 주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뒷자석에서 어이 없다는 듯 작게 콧방귀 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노무 자슥을..!) 그리고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창 밖을 보기 시작했고. 뭐, 나도 어릴때 똑같이 반응 했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할까. 이런 문제는 사실 본인이 경험으로 깨닫기 전에는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 없다. 애초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니까.

5분쯤 그렇게 있다가 슬며시 한마디 던졌다.

"네가 펜싱 할 때 말이야, 상대가 너보다 실력이 좋으니 네가 질 거라고 생각해서 자신감을 잃으면 공격 하기보다 무조건 피하고 막기만 하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야. 그런데 공격을 안하면 이길 수가 없어. 결과가 어떻든, 너는 이길 거라 믿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어야 해. 그래야 이길 수 있어."

이번 주 펜싱 클럽에서 동갑내기하고 붙어서 한 포인트도 못따고 당하기만 한 일이 생각났는지 말이 없다. 이 날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던 것 같은데, 막판에는 완전히 얼어 붙어서 칼을 내밀지도 못했었다. 아마 그 생각이 났겠지. 

언제쯤 아이가 생각과 믿음의 힘을 깨닫게 될까? 사십대가 되어서야 어렴풋하게 깨달은 나와 달리 좀 더 이른 나이에 믿음의 힘을, 믿는대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