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새벽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4시. 좀 더 잠을 청할까 했는데 노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져 왔다. 아무래도 다시 잠을 다시 드는건 요원한 일로 보였다. 추운듯 웅크리고 있는 아내에게 이불을 다시 잘 펴서 덮어주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서 책상에 앉았다.

운동을 가기에는 아직 날이 어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멀리 나가자니 어제 발견한 뒷변속기 부품 파손이 발목을 잡는다. 작년에는 몸이 여기저기 문제더니 올해는 자전거가 문제다. 결국 이 시간에 집에서 할 수 있는게 책읽기 밖에 없는데 내 킨들은 막내가 Dogman을 본다며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던 파칭코는 어제 오후에 다 읽었다. 음악이라도 들을까 해서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아내가 깰까 싶어 맥북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헤드폰을 쓰고 듣는 음악의 입체감과 안온감이 몸을 좀 더 노곤하게 만든다. 무슨 시험 공부 하듯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데, 뒷마당에 있는 gravity chair 처럼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있다면 이대로 잠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의식적으로 술을 멀리한지 시간이 제법 된다. 이민 스트레스 때문인지 미국에 와서 술을 찾는 빈도수가 많이 늘었는데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운동을 더 하는게 낫겠지 싶어서 집에 와인이고 맥주고 위스키고 상관없이 아예 가져다 놓지를 않고 있다. 그래도 어제는 가볍게 위스키라도 한잔 마셨으면 푹 잘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뭐 그래도.. 다음주면 이제 한국에서 어머니가 오시는데 그때는 위스키 마니아인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좋은 위스키를 한병 사다 놔야겠지만.


생각은 많아 하늘로 훨훨 나는데 손가락이 따라가 주지를 않는다. 조금 기다렸다 해가 뜨면 옷 챙겨 입고 나가서 마을 한바퀴 걷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