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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헌이 할아버지 기일

오늘은 규헌이 할아버지 기일이다. 돌아가신지 벌써 6년이 되었으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 직후부터 유난히 정신 없었던 오늘, 그래도 잊지 않고 연락 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내가 정신을 차리게 된다. 하루가 아쉬울 만큼 부쩍부쩍 크는 규헌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살아 계신다면 규헌이에게도 엄한 할아버지로 기억 되셨을까? 아니면 더할나위 없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되셨을까? 아마, 후자일 거라 생각된다. 특히 나에겐 더할나위 없이 엄한 어머니였던 분이 규헌이에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할머니로 변하시는 걸 보면 그 생각에 확신이 선다. 집 떠난지 16년, 돌아가신지 6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내 기억에 엄격함으로 남아계신 분이라 하더라도 손주에 대해서는 다르셨으리라. 또 그게 세상 순리인 것 같고. 그냥, 당신 혼자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묵직한 하루다.

이사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넓은 집으로 오고 보니 마음은 좋다. 이사짐 정리를 마무리 하려면 며칠은 더 고생해야 겠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하면 되겠지. :-)

New SM5 시승

아내와 르노삼성 반포지점에 가서 뉴sm5 시승을 해봤다. 자꾸 돈 달라고 입을 벌리는 98년식 sm520v 를 수리해가며 탈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새차를 살 것인가를 고민중이기 때문. 그런데 몰아보곤 고민에 빠졌다. 최근 출시된 중형 승용차 중에 중저속시 엔진 소음이 가장 적다고 알려져 있는 sm5가 디젤 엔진인가 싶을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졌기 때문. 아이들링시 진동도 무시 못할 정도로 올라왔고. 나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찬가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딜러와 이야기해 본 결과 6기통 VQ 엔진을 얹고 있는 520V 수준의 승차감을 원한다면 같은 6기통 엔진을 갖고 있는 sm7 으로 가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역시 98년식 520V가 명품은 명품인 듯. 그나저나 고민에 빠졌다. SM5를 사자니 돈 들여서 다운그레이드 하는 기분이고 SM7을 사자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원래는 QM5를 보려 했던건데 생각보다 뒷자석이 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트렁크 공간도 그닥... 암튼 마음에 쏙 드는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그냥 수백 들여서 타던녀석 고쳐서 타야하는 걸까?

2주간의 청주생활

오늘부터 2주동안 규헌이가 청주에 내려가서 할머니하고 지내기로 했다. 다음주 이사를 대비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규헌이를 청주에 데려다 놓은 것. 규헌이가 못견뎌 하거나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시면 바로 데려오기로 하고 떼어놓고 왔는데 워낙 낯을 안가리고 잘 노는 녀석이라 그런지 별로 걱정은 안된다. 어쨌든, 규헌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와 2주간 잘 지내다 오길 바란다. :-)

목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은 일견 바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하루하루를 모아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되는대로 흘러가는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하게 되어버린다. 열심히 사는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로 그저 당장 하고 있는 일에 무작정 매진하느니 차라리 손에서 일을 놓고 허리를 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과녁은 활을 쏘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지, 활을 아무곳으로나 멋지게 쏘아놓고 화살이 맞은 곳에 그려 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획

최근 들어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역할을 CEO의 생각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 자료를 만들어 내거나 그저 영업의 목소리를 개발부서에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는 기획맨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기획맨에게 꼭 필요한 것을 꼽으라면 예측력이나 시장 및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배짱인 듯 싶다. 현재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자신의 기획 결과물에 대해 아랫배 힘 주고 버티는 배짱이야 말로 정말 필요하다. 그래야 컨셉으로는 고정 관념을 깨고 기술적으로도 탄탄히 설계된 아이폰과 같은 제품이 나온다. 아이폰에 사용된 기술 중 신기술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TF라는 훌륭한 제도가 개발자들끼리의 극초단기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어가는 걸 보면서 '기획' 이라는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진정 아쉬워 진다.

교육방침

이제 겨우 규헌이가 돌을 지냈을 뿐이지만 슬슬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 들고 또 엄마 아빠가 싫어하는 행동과 좋아하는 행동을 얼추 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조만간 규헌이를 대하는 태도에 기준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받아온 방식대로 교육을 시킬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나와 아내 모두 공공 장소에서의, 집 밖에서의 태도에선 예의 범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니 그건 고민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바로 가정 안에서의 교육 방침이다. 내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을 그대로 시킬 것인가 아니면 아내의 방식대로 할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바뀌어 가는 세상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게 새로운 교육 방침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가능성의 도달 여부를 떠나서) 친구들이 조선시대 집안이라고 놀라워 할 만큼 너무나 엄격했던 집안 분위기를 떠올리면 다 자라서 집을 떠난 후에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런 엄격함이 지금의 날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엄격하게 가르칠 경우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너무나 잘 알기에 그걸 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그리고 주위에서 보면 그렇게 엄하게 자라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을 잘 정립해서 멋진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내 자신이 어떻게 하면 엄하게 가르치지 않고도 그렇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말은 마치 비행기는 조종간으로 조종한다는 말을 듣고 조종석에 앉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상적인 지식은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가진 딜레마는 바로 거기에 있다. 내가 받아온 교육 방식이 싫다고 무조건 반대로 하면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울테니 결국 그 중간 어디쯤에 타협점을 찾아야 겠지만 과연 내가 그 타협점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런지. 부모님께 내가 받아온 교육 방침이 힘들었을 뿐 틀린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