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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아이들이 다니는 문화센터에서 이번주에 미꾸라지가 소재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나보다. 어제 집에 와보니 아이스커피 컵 두개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나눠서 담겨 거실 TV 앞에 놓여 있었다. 참 난감했다. 열대어도 아닌 미꾸라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집에가서 잘 키우라고 했다는데 신이 난 아이들과 달리 키울 방법이 없는 부모 입장에선 곤란한 선물(?) 이기만 할 뿐. 저녁때 아내와 둘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서로 쳐다보는 사이 이미 한차례 미꾸라지가 점프를 해서 탈출을 감행했다. 손으로는 미끄러워서 잡을 수 없어 휴지로 감싸고 다시 넣으면서 집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키울만한 어항도 없는 입장에서 좁은 물컵에 그대로 둬 봐야 결국 죽이기만 할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 처음엔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 탓인지 아이들은 미꾸라지가 원래 살던 환경으로 돌아가야 신이 나서 더 잘 살거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납득했다. 진흙이 많고 풀이 많은 물에서 살아야 하는데 우리집은 그런 곳이 없다는 설득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오늘 집 근처 논에 아이들과 함께 미꾸라지들을(밤사이 한번 더 탈출을 감행해서 말라 죽을뻔 했던 녀석을 포함) 들고 가서 풀어주면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줬다. 내 입장에서 보면 생각없는 문화센터 덕분에 엉뚱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어느새 차분히 설득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 사건이기도 했다. 뭐,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

아이들의 양보 그리고 타협

요즘들어 부쩍 느끼는 것인데, 첫째와 둘째가 제법 잘 어울려서 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째의 말이 어눌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타협', '양보' 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는 나이여서 항상 장난감을 갖고 싸우기만 했는데 이제는 제법 형이 갖고 노는 동안 기다릴 줄도 알고 형이 양보해준 장난감을 손에 ...

방울 토마토 - 뒷 이야기

어린이집 방학이라고 일주일간 할머니한테 내려가 있었던 두 형제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할머니는 몸살이 나셨고(...), 두 형제는 바지는 벗어 던지고 맨발로 자연스럽게 뛰어 다니는 시골 아이들 비스무리하게 변했으며 그런 행동에 어울리게도 둘 다 까맣게 탔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까맣게 탔다. 방학이 끝나고 모이면 가장 까맣게 탄 아이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가 오자 마자 가기 싫다면서 할머니한테 어떡하냐고 매달려서 서럽게 울었던 첫째가 막상 엄마 아빠를 보자 냉큼 따라 나서는 모습에 할머니는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할머니가 몸살이 나서 이제 혼자 쉬시게 해드려야 한다고 내가 따로 설득을 했다는 건 아직은 모르신다. 다음에 내려가면 슬쩍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 이번에 알려 드렸으면 아마도 더 두라고 고집을 부리셨을 테니까. 아, 그리고 방울 토마토.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정말 무지막지하게 따 주신 덕분에 배낭 한가득 될 정도로 들고 올라왔다. 다 먹기 전에 물러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일텐데. 내일 출근할 때 좀 들고 가서 나눠 먹어야 겠다. 사실 이렇게 따온 농산물은 누구 입으로든 들어가면 속된말로 '장땡' 아니겠는가?

방울 토마토

어제밤 내린비에 먼지가 씻긴 방울 토마토를 따서 물기만 툭툭 털어 아이들 입에 넣어준다. 어머니께서 아이들 먹인다고 농약을 치지 않고 가꾸시는 텃밭에서 좋은 볕과 맑은 지하수로 기른 녀석이라 껍질은 약간 두껍지만 툭 터지는 단맛은 일품이다. 마트에서 사면 한두개가 끝이었던 아이들도 넙죽 ...

오브제

수년간 고민해 왔지만 오브제를 잡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난 프로 사진가가 아닌만큼 맘 편하게 잡고 쉽게 쉽게 찍어도 될 것 같은데 항상 두번째 발걸음에서 욕심이 생겨 처음으로 되돌아 가고 만다. 사진은 늘지 않고, 욕심만 늘고 있나보다.  "오브제의 개념은 ‘보아왔던 것’에서 ‘보여지는 것’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기억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 자체로 파 악하기 보다는 ‘보아왔던’ 습관적인 관점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므로 이미 그 것을 완벽한 오브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 미학의 거부로부터 출발한 오브제 미술은 일상의 사물 즉, 소재 지향 적 사물관 에서 벗어나 사물세계 자체의 존재치를 부여하고 단순히 회화나 조 각이라는 장르를 타파한 새로운 조형양식과 시각체험을 확장시켰으며 오브제 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종래의 미술과 구별되는 새로운 세계관 및 물체관이 탄 생하게 되었다." 美術敎 育專攻  姜周然 현대미술에 있어서 오브제의 변천과정과 특성에 관한 연구 2003년 1월 昌原大學校 敎育大學院

여행

여행 #1 5월에 결혼한 입장은 아니지만 보다 좋은 날씨를 즐기며 다녀오는게 좋겠다 싶어 오늘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떠난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 2주의 휴가를 내고 아내가 좋아하는 도시로 온가족이 이민가방 수준의 짐을 싸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하면서 결혼 30주년 정도는 가볍게 지나가신 친구(?)들이 좀 생긴 탓에 10주년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가 참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와 내 아내의 지난 10년은 참 다사다난 했다. 11평 원룸에서 소꿉놀이처럼 시작한 결혼 생활이 10년이 되었으니 일일이 글로 풀자니 너무나 유치해 지는 이야기 거리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 다녀올 2주간의 여행동안 지난 10년...모두 풀어서 바람에 날리고자 한다. 그리고 다음 10년의 여행을 위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해야지. 이제는 둘의 10년이 아닌, 다섯의 10년을 준비해야 하니 결혼할때보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리라. 여행 #2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다. 팀장이 불러서 내가 새로이 맡았으면 하는 업무에 대해 면담을 했고 수락을 했다. 회사에서 주는 업무를 '수락' 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한국 문화에서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그만큼 나를 존중해 주는 팀장을 모시고 있다는게 내 또다른 행운인 것 같다. 어쨌든 내가 거부하면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또한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해라' 라고 옵션을 주면 눈치 안보고 소신대로 '싫다'고 말할 사람인걸 안다. 내가 로또 복은 없어도 이렇게 직장 상사 복은 많다. 지금껏 해보지 않은 업무, 지금까지 해온 것과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커리어. 물리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라는 제안이나 다름없는 제안을 받았다. (유치하다면 유치한데, 박사학위는 자동차면허와 같아서 신분의 표현이 아닌 면허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게 평소 지론이지만 그래도 Ph....

사람

일하면서 내 상관으로 모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후배를 딱 한번 만났다. 나보다 여섯살이 어린 그 친구는 부러울 만큼 열정적이고 현명했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한 그 후배를 해외 전시회에서 만났다. 일부러 찾아온 사람을 어찌 그냥 보내겠는가. 객지 맛집을 찾아 네시간동안 그동안 쌓인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