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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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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가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문득 생각이 나서 몇날 며칠을 그 영화의 장면 장면을 떠올리며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영화가. 그 이유가 음악일 수도 있고 배우일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떠오르는 경우 사실 어떻게든 그 영화를 구해서 보는 것 말고는 충족할 방법이 없다. 몇주 전에 문득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너무나 오래전에 그리고 어렸을 때 본 영화인 탓에 스토리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 자세한 장면등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한 장면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강과 산을 배경으로 한 채 너무나 아름답게 호선을 그리던 낚시줄. 그리고 그 아름다운 호선을 연신 허공에 그리고 강물에 그려내던 브래드 피트의 뒷모습. 결국 며칠 전 IP TV에서 영화를 검색해서 유료 결재를 하고 보고야 말았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영화 Mission 의 DVD를 구하려고 그토록 애쓰다 결국 포기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근 20년만에 다시 본 그 영화는 내 기억속에 남아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디지털화 되어 너무나 선명하고 강열한 채도를 보이는 요즘 영화와 달리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랜듯한 블랙풋 강과 숲의 영상은 보는 내내 나로 하여금 몇번이나 장식장에 놓여 있는 내 필름 카메라를 힐끗 거리며 바라보게 만들었으며 마치 소리를 낸다는게 미안하다는 듯이 극도로 절제되어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 음악은 영상을 쓰다듬는 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마지막, 주름진 손으로 플라이 피시 미끼를 매다는 그 모습 너머로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흐르고 있는 블랙풋 강의 영상을 보면서 이 영화 감독은 가족에 대한 영화가 아닌 어떤 종교와 신앙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목사라는 것과 별개로 영화는 내내 어딘가 경건하고 숙연했으며 내 마음속의 흐름을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흔한 말로 '돌이켜 보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마치 군시절 평일 저녁 혼자 찾아가서 한시간씩 조용히 묵상을 했...

잠자리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마법(!) 같은 것들 중 잠자리 앞에서 손을 빙빙 돌려 어지럽게 만들어 손쉽게 잡는 기술이 있다. 그렇게 해서 잡은 잠자리는 손으로 잡아도 가만히 있을 뿐더러 놓아줘도 잠시동안은 날아가지 않고 가만히 있는, 그야말로 마법에 걸린 상태가 되곤 했다. 이번 추석때 두 아이들에게 내가 그 마법같은 잠자리 잡는 기술을 보여줬다. 아버지께 성묘를 갔다가 근처 수목원에 나들이 가자는 어머니 제안에 도시락을 싸들고 간 수목원에서 잠자리를 잡고 싶어서 안달하는 아이들을 옆에 세워두고 손을 빙빙 돌려 잠자리를 연달아 잡아서 아이들 손에 쥐어 주었다. 혼자서 조용히 감탄했던 나와 달리 내 아이들에겐 서로를 마주보며 놀라움을 공유할 상대가 있었고 서로의 흥분을 부추겨 줄 상대가 있었다. 조금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소리를 지르고 뛰어 다녀 주위 어른들을 미소짓게 할 만큼.  양손에 잠자리를 끼워서 들고 좋아하다 놓아주자는 말에 하늘 높이 다시 날려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참으로 많이 났다. 살아 계셨다면 내가 보여주는 것은 비교도 안될 만큼 놀라운 마법을 아이들에게 선물 하셨을텐데. 난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마법들(낚시줄 올가미로 매미 잡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연싸움을 하기 위한 연 조종술, 맨손으로 불피우기, 벌한테 안쏘이고 벌집 따기, 물수제비 열번 이상 튕기기 등등)에 대한 기억은 잔뜩 있지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몇 개 없다. 교과서 펴 놓고 공부할 시간에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그 마법들을 더 연습 할 걸 그랬다. 구구단 5단 이상을 외우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했었는데.  유난히 그 마법들이 그리운 날이다. 

미꾸라지

아이들이 다니는 문화센터에서 이번주에 미꾸라지가 소재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나보다. 어제 집에 와보니 아이스커피 컵 두개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나눠서 담겨 거실 TV 앞에 놓여 있었다. 참 난감했다. 열대어도 아닌 미꾸라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집에가서 잘 키우라고 했다는데 신이 난 아이들과 달리 키울 방법이 없는 부모 입장에선 곤란한 선물(?) 이기만 할 뿐. 저녁때 아내와 둘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서로 쳐다보는 사이 이미 한차례 미꾸라지가 점프를 해서 탈출을 감행했다. 손으로는 미끄러워서 잡을 수 없어 휴지로 감싸고 다시 넣으면서 집에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키울만한 어항도 없는 입장에서 좁은 물컵에 그대로 둬 봐야 결국 죽이기만 할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 처음엔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 탓인지 아이들은 미꾸라지가 원래 살던 환경으로 돌아가야 신이 나서 더 잘 살거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납득했다. 진흙이 많고 풀이 많은 물에서 살아야 하는데 우리집은 그런 곳이 없다는 설득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오늘 집 근처 논에 아이들과 함께 미꾸라지들을(밤사이 한번 더 탈출을 감행해서 말라 죽을뻔 했던 녀석을 포함) 들고 가서 풀어주면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줬다. 내 입장에서 보면 생각없는 문화센터 덕분에 엉뚱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어느새 차분히 설득하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깨닫는 사건이기도 했다. 뭐,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 하나. :-)

아이들의 양보 그리고 타협

요즘들어 부쩍 느끼는 것인데, 첫째와 둘째가 제법 잘 어울려서 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째의 말이 어눌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타협', '양보' 라는 개념 자체를 잘 모르는 나이여서 항상 장난감을 갖고 싸우기만 했는데 이제는 제법 형이 갖고 노는 동안 기다릴 줄도 알고 형이 양보해준 장난감을 손에 ...

방울 토마토 - 뒷 이야기

어린이집 방학이라고 일주일간 할머니한테 내려가 있었던 두 형제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할머니는 몸살이 나셨고(...), 두 형제는 바지는 벗어 던지고 맨발로 자연스럽게 뛰어 다니는 시골 아이들 비스무리하게 변했으며 그런 행동에 어울리게도 둘 다 까맣게 탔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까맣게 탔다. 방학이 끝나고 모이면 가장 까맣게 탄 아이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가 오자 마자 가기 싫다면서 할머니한테 어떡하냐고 매달려서 서럽게 울었던 첫째가 막상 엄마 아빠를 보자 냉큼 따라 나서는 모습에 할머니는 어처구니 없어 했지만 할머니가 몸살이 나서 이제 혼자 쉬시게 해드려야 한다고 내가 따로 설득을 했다는 건 아직은 모르신다. 다음에 내려가면 슬쩍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 이번에 알려 드렸으면 아마도 더 두라고 고집을 부리셨을 테니까. 아, 그리고 방울 토마토.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정말 무지막지하게 따 주신 덕분에 배낭 한가득 될 정도로 들고 올라왔다. 다 먹기 전에 물러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일텐데. 내일 출근할 때 좀 들고 가서 나눠 먹어야 겠다. 사실 이렇게 따온 농산물은 누구 입으로든 들어가면 속된말로 '장땡' 아니겠는가?

방울 토마토

어제밤 내린비에 먼지가 씻긴 방울 토마토를 따서 물기만 툭툭 털어 아이들 입에 넣어준다. 어머니께서 아이들 먹인다고 농약을 치지 않고 가꾸시는 텃밭에서 좋은 볕과 맑은 지하수로 기른 녀석이라 껍질은 약간 두껍지만 툭 터지는 단맛은 일품이다. 마트에서 사면 한두개가 끝이었던 아이들도 넙죽 ...

오브제

수년간 고민해 왔지만 오브제를 잡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난 프로 사진가가 아닌만큼 맘 편하게 잡고 쉽게 쉽게 찍어도 될 것 같은데 항상 두번째 발걸음에서 욕심이 생겨 처음으로 되돌아 가고 만다. 사진은 늘지 않고, 욕심만 늘고 있나보다.  "오브제의 개념은 ‘보아왔던 것’에서 ‘보여지는 것’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사물의 이름을 기억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 자체로 파 악하기 보다는 ‘보아왔던’ 습관적인 관점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므로 이미 그 것을 완벽한 오브제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 미학의 거부로부터 출발한 오브제 미술은 일상의 사물 즉, 소재 지향 적 사물관 에서 벗어나 사물세계 자체의 존재치를 부여하고 단순히 회화나 조 각이라는 장르를 타파한 새로운 조형양식과 시각체험을 확장시켰으며 오브제 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종래의 미술과 구별되는 새로운 세계관 및 물체관이 탄 생하게 되었다." 美術敎 育專攻  姜周然 현대미술에 있어서 오브제의 변천과정과 특성에 관한 연구 2003년 1월 昌原大學校 敎育大學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