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출근길.
모처럼 움직이지 않는 주말이기도 하거니와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주말인 어제와 오늘 연달아 출근을 했다.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처가와 본가를 방문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놀러다니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온전히 집에서 뒹굴 수 있는 휴일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다. 아내에게도 하루종일 집에서 강아지와 뒹굴며 쉴 수 있어서 좋고, 나 역시 밀린 일이나 밀릴 걸 대비해서 미리 해놓으면 좋을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으나 난 휴일 출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한 선배는 그런 날 보면서 일중독 가능성 수치 만땅! 이라면서 혀를 차기도 했었지만 휴일 출근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것과 일중독에 빠지는 것은 좀 다른 것 아닌가? 나도 되도않는 상사의 신경질이나 할일도 그다지 없는데 회사 분위기 유지 차원이라면서 주말 출근을 강요하는 것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말이다. (전에 그랬을 때 스트레스를 풀려고 청량고추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었다. 하루이틀도 아니었고 속병이 날때까지 그랬으니...미쳤었지.)
그런데 오늘따라 출근길이 유난히 길었다. 지루하고 멀게 느껴졌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책장에서 아내가 찾아준 "행복한 나의 도시" 라는 책이 재미있어서도 아닌 것 같다. 아, 재미있기는 했다. 지루한 걸 모르고 시간을 보냈으니. 하지만 지하철 의자에 앉아 정말 오랜 시간을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는 멀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디선가 뒤틀려 버린 시간감각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치 지하철이 느리게 움직여서 한 두시간쯤 지났는데 책에 빠져서 내가 그걸 인식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 정말 그랬을 리는 만무하지만. 휴대폰 시계가 소목시계처럼 태엽을 감아 시계바늘을 나 몰래 뒤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행복한 나의 도시" 는 오래전에 아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며 내게 권해줬던 책인데 책장에 자리잡게 해놓고 잊고 살다가 사촌동생에게 추천을 받고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었던 책이다. 그런데 아내가 한번 권해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서점에 갔을 때 아내에게 그 책 이야기를 했다가 면박을 받았었다. 음...무심한 남편 같으니라구.
그런데 그러고도 또다시 잊고 있다가 어제 저녁 아내와 들린 삼청동에 있는 북카페 '내서재' 에서 책장에 꼽혀 있는 이 책을 보고 아내가 '재미있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먼지 수북히 쌓여 있던 머리속 책장에서 끄집어 냈다. 맞아, 읽어보려고 했었지. 밤의 삼청동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난 낮에 가는게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린 어제 저녁이었다. 특히나 요즘같이 낙엽을 밟을 수 있는 계절에는 더욱. 내서재에서 시간을 좀더 보내고 싶은 아내를 졸라 걷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은행나무 가로수와 돌담을 끼고 걷는 그 길에 고즈넉함은 없었다. 밤이니 노란 은행잎이고, 짙은 갈색의 낙엽들이고 간에 뭐가 보여야 운치를 느끼고 말고 할 것이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따뜻한 녹차라떼를 한잔 더 시켜놓고 내서재에서 시간을 좀더 보낼 걸 그랬다. 다음에 언제 기회를 봐서 낮에(!) 아내와 함께 신발이나 악세사리등을 사러 한번 더 삼청동에 들려야 겠다.
어쨌든 그렇게 긴 출근길 동안 내 양 옆으로는 술에 떡이된 두명의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서로 일행은 아니었다. 지하철에 탑승한 역이 서로 달랐으니까. 다만 신기한건 구파발 같이 외진 곳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놀았다는게 신기했다. 홍대나 압구정도 아니고...친구와 놀았다면 친구집에서 자고 일어나도 될텐데 집에가서 쉬려고 움직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자다 나왔다고 보기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뭐, 덕분에 술 냄새는 노땡큐 할만큼 실컷 맡을 수 있었다. 당분간 술 마시고 싶어지진 않을 것 같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침에 면도하다 살짝 베어 상처가 난 턱의 쓰라림과, 좌우에서 풍겨오는 술냄새 그리고 책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버무려 아이팟에서 틀어놓은 이루마의 음악이 이어폰으로 귀를 괴롭히면서 출근한, 그러면서 묘하게도 시간이 엉켜버린 참으로 이상한 출근길 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출근길이 유난히 길었다. 지루하고 멀게 느껴졌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책장에서 아내가 찾아준 "행복한 나의 도시" 라는 책이 재미있어서도 아닌 것 같다. 아, 재미있기는 했다. 지루한 걸 모르고 시간을 보냈으니. 하지만 지하철 의자에 앉아 정말 오랜 시간을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는 멀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디선가 뒤틀려 버린 시간감각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치 지하철이 느리게 움직여서 한 두시간쯤 지났는데 책에 빠져서 내가 그걸 인식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 정말 그랬을 리는 만무하지만. 휴대폰 시계가 소목시계처럼 태엽을 감아 시계바늘을 나 몰래 뒤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행복한 나의 도시" 는 오래전에 아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며 내게 권해줬던 책인데 책장에 자리잡게 해놓고 잊고 살다가 사촌동생에게 추천을 받고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었던 책이다. 그런데 아내가 한번 권해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서점에 갔을 때 아내에게 그 책 이야기를 했다가 면박을 받았었다. 음...무심한 남편 같으니라구.
그런데 그러고도 또다시 잊고 있다가 어제 저녁 아내와 들린 삼청동에 있는 북카페 '내서재' 에서 책장에 꼽혀 있는 이 책을 보고 아내가 '재미있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먼지 수북히 쌓여 있던 머리속 책장에서 끄집어 냈다. 맞아, 읽어보려고 했었지. 밤의 삼청동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난 낮에 가는게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린 어제 저녁이었다. 특히나 요즘같이 낙엽을 밟을 수 있는 계절에는 더욱. 내서재에서 시간을 좀더 보내고 싶은 아내를 졸라 걷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은행나무 가로수와 돌담을 끼고 걷는 그 길에 고즈넉함은 없었다. 밤이니 노란 은행잎이고, 짙은 갈색의 낙엽들이고 간에 뭐가 보여야 운치를 느끼고 말고 할 것이 아닌가. 이럴 줄 알았으면 따뜻한 녹차라떼를 한잔 더 시켜놓고 내서재에서 시간을 좀더 보낼 걸 그랬다. 다음에 언제 기회를 봐서 낮에(!) 아내와 함께 신발이나 악세사리등을 사러 한번 더 삼청동에 들려야 겠다.
어쨌든 그렇게 긴 출근길 동안 내 양 옆으로는 술에 떡이된 두명의 청년들이 앉아 있었다. 서로 일행은 아니었다. 지하철에 탑승한 역이 서로 달랐으니까. 다만 신기한건 구파발 같이 외진 곳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놀았다는게 신기했다. 홍대나 압구정도 아니고...친구와 놀았다면 친구집에서 자고 일어나도 될텐데 집에가서 쉬려고 움직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자다 나왔다고 보기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뭐, 덕분에 술 냄새는 노땡큐 할만큼 실컷 맡을 수 있었다. 당분간 술 마시고 싶어지진 않을 것 같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침에 면도하다 살짝 베어 상처가 난 턱의 쓰라림과, 좌우에서 풍겨오는 술냄새 그리고 책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버무려 아이팟에서 틀어놓은 이루마의 음악이 이어폰으로 귀를 괴롭히면서 출근한, 그러면서 묘하게도 시간이 엉켜버린 참으로 이상한 출근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