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성인들은 결혼식 축의금을 내느라 지갑이 얇아진다.

그러나 얼굴도장만 찍으면 되거나 봉투만 건네면 되는 결혼식이 아니라 직접 챙겨줘야 하는 가까운 친구 본인의 결혼식이 되면 그날 하루를 온전히 결혼식장에서 쓰게 되는 건 피할 방법이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내일 결혼하는 고향 친구가 있다. 그런데 어제 전화해서는 나한테 몇가지 주문을 했다.

1. 결혼식 사진 촬영
2. 웨딩카 렌트, 꽃장식, 운전
3. 일산에 놓고 고향에 내려가서 난감해진 넥타이 챙겨오기

......ㅡ_ㅡ;;;

다른 사람의 결혼식 사진 촬영은 그 자체로 너무 부담이 큰 일이다. 잘 찍으면 고맙다는 감사를 받는게 아니라 잘 찍어야 본전이고 못 찍으면 죄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명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얼마든지 찍어볼 수 있는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 예행 연습도 없이 한번에 성공해야 하는 결혼식 스냅 촬영은 피하고 싶은 촬영 0순위. 그러나 친구 부탁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어쨌든 오늘 종로에 나가서 촬영에 쓸 필름을 몇 통 골라왔다. 잘 나와야 할텐데...하면서 한숨부터 나왔다. 도대체 얼마만에 컬러 필름을 카메라에 물려 보는건지. 지난번 친구 결혼식 사진 찍을때 이후 반년만인 것 같다. 색온도에 따른 노출 보정치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더군다나 최근엔 사진의 입자감이 아주 굵게 나오도록 찍는 사진에 푹 빠져 있어서 그런 사진만 연습했다는 최악의 상황. 지금 이 포스팅을 신부가 보면 얼굴이 하얗게 뜨겠지?

어쨌든 더이상 웨딩 촬영 부탁할 친구도 없으니 결혼식 사진 찍는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ps.
이번엔 필름값 꼭 받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