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Pentax KX | K50.4 | Fomapan 100 | V700]
@집
누구나 남에게 숨기고자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자신의 위선일 수 있고 나약한 성격일 수도 있으며 그런 형이상학적인 것들이 아닌 그냥 신체적 핸디캡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한가지는, 그것을 감추고 있는 것은 너무나 얇고 미약하여 누구든 마음먹고 들추려 하면 그대로 들춰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약한 부분이 드러나려 하면 기를 쓰고 지키려 한다.
누군가는 화를 내고, 누군가는 도망치며, 누군가는 애원하지만...누군가는 자신의 약한 부분을 눈치챈 자를 해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상대는 내가 상대방의 숨기고자 하는 부분을 알게 된 걸 모르지만 나는 상대방의 온갖 위선과 자기 합리화 그리고 정도 이상의 비겁함을 속속들이 알게 되어 그를 신뢰하기 힘들어 질 때 발생한다. 모두가 완벽할 수는 없고 그런 부분들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나도 모르게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왜 저렇게 상대를 할퀴려 드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직위가 높다고, 위치가 높다 해서 인격적으로도 남보다 높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직위나 위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실 남에게 약점을 발견 당하기 쉽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시선으로부터 무언가를 감추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높은 위치를 이용해 아래를 향해 발톱을 휘두를 뿐이다.
...
왜 그러는지 안다.
무의식 적으로 무엇을 피하려 하는지 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을 호전시킬만한 어떠한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다. 상황을 호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아직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