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

[Pentax KX | K50.4 | Lucky SHD 100 | V700]
@홍대거리 어느 커피숍
사물을 대할 때 호감과 비호감을 나누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우 대상이 '나무' 로 되어 있다면 우선 호감도가 올라가는 편이다. 지나치다고 할 만큼 나는 나무의 감촉이 좋다. 쇠나 플라스틱처럼 주위 환경에 따라 너무 뜨거워 지거나 차가워 지지 않는 그 일정함이 좋고 표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거칠거칠한 느낌이 좋다. 그리고 그러한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이용되어 만들어 졌던 과거의 물건들에 대한 호감이 무척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그 편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하긴 하지만 최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보다 종이로 된 책이 좋고, 멋지게 올라간 첨단 건설자재로 된 유리빌딩보다 자그마하게 지어진 나무 오두막이 좋다. 편리하게 커피가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기계보다는 드르륵 거리며 내가 손으로 핸드 밀러의 기어를 돌려 원두를 갈아 만드는 커피가 좋다. 어찌보면 조금은 낡은 취향이지만 스스로가 조금 낡은 삶을 산다고 해서 세상에 끼치는 피해는 없으니 신경쓸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면서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일에 몸을 담고 있으니 모순이긴 하다. 현재에 불만을 느껴야 보다 나은 것을 개발하는데 열성일텐데 현재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버리곤 하니 못마땅 하거나 더 필요한 것이 있을 턱이 없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주어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납득해 버리는 아이였다. 그래서 물건도 최신 기기보다는 그냥 지금 쓰고 있는 오래된 기기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옷도, 신발도 사달라고 졸라본 적도, 내가 나서서 산 적도 없이 그냥 입고 신고 다녔었다. 신발이 다 헤진것을 보고 사주실때까지. 그런 나를 보면서 어머니는 욕심이 없다고 못마땅해 하셨지만 나라고 모든 것을 이유없이 납득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손해보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본다.
생산된지 30년을 훌쩍 넘긴 카메라가 지금 내 손에서 잘 동작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생산된지 10년도 안된 디지털 카메라가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낡은 것이 나쁜게 아니라, 낡은 것이 나쁘게 대우 받을 정도로 물건을 대충 만드는 지금의 기술과 사람이 나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