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이른 아침부터 안개를 불러온 것일까.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내려다 보니 얕게 깔린 안개와 밤새 내린 비로 젖은 땅이 싱그러운 흙냄새를 11층까지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비가 온 직후의 흙냄새가 피어 오르는 시기가 되어 가고 있지. 며칠만 지나면 4월이니까.

베란다의 창문을 활짝 열고 온 몸으로 호흡하듯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코끝부터 시작된 싱그러운 흙냄새가 온 몸을 짜릿하게 타고 흐르기까지는 불과 수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단지 주변 개발이 모두 끝나고 나면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인위적인 것이 전혀 없는 들판과 야트막한 야산들이 모두 사라지겠지..하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아쉽다. 하긴, 어차피 그때까지 여기 계속 산다는 보장도 없으니 지금은 그런 것들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겠지.

아내와 짧은 외출을 하고 돌아온 어제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벚꽃 몇송이가 피어 있는 벚나무를 봤다. 가벼운 웃음, 정신 차리라는 면박을 나무에게 주며 이제 정말로 겨울이 끝나간다는 느낌에 살짝 기분이 좋았다. 꽃샘추위 때문에 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인 3월. 그 3월은 아직 일주일 이상 남았지만 벚꽃이 피는 지금, 계절은 분명 완연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