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해지기
첫째가 요즘 엄마 아빠 몰래 하지 않기로 되어 있는 일들을 하려고 애쓰는게 보인다. 아이가 엄마 아빠 몰래 하고 싶어하는건 크게 두가지인데, 유튜브 보는 것과 게임 하는 것. 그동안 모른척 해줬는데 정도가 조금씩 심해져서 한번 대화를 나눠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차에 오늘아침,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첫째가 먼저 일어나 눈을 비비며 나오는 기회를 잡았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꿈나라에 있는 이른 아침, 첫째와 커피 & 차 를 따라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말미에 슬쩍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 요즘 네가 이런저런 것들을 몰래 하고 있고 엄마 아빠가 방에 다가오면 숨기려고 노트북을 황급히 덮는 경우가 가끔 보인다고 직설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당황&민망해 하며 배시시 웃는 아이에게 그게 무엇이든 앞으로는 차라리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했다. 못하게 한 사람이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상관없이 네가 정말 하고 싶으면 왜 하면 안되는지 스스로에게 따질 것 없이 스스로 시간과 정도를 정해서 그 안에서 하게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하라고 했다. 만일 스스로 정한 시간과 이유가 너무 터무니 없지만 않으면 아빠는 허락해 주겠다고. 하고 싶은데 허락을 안해주면 어떡하냐는 아이에게 그러면 허락해줄 수 있게 이유를 잘 설명하는게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설득이 어렵다고 몰래하는 방법은 자꾸 숨기려는 습관을 갖게 해서 어차피 의심의 눈길을 끌게 되어 못숨긴다고 했다.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그럼에도 설득이 안되면 몰래 하기보다 "치사해서 안한다 안해" 하고 차라리 안해버리는게 더 쿨한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가 동의했다.
해주고 싶었던 말의 (그 이면에 감춰져 있고 어린 아이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는 의미) 반도 이해 못한 것 같지만 하고 싶은게 있으면 규칙에 얽매여 스스로 안될거라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당당하게 요구하고 설득하려 애써 보라는 것에 아이의 눈이 반응을 해서 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티타임을 끝냈다.
이 아이는, 이 아이들은 나와 달리 하고 싶은걸 떳떳하게 요구하는 법을 어렸을 때부터 습관으로 갖기를 바란다. 권위와 규율에 압도되어 제대로 말해 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되바라진다는 표현에 위축되지 않고 원하는 걸 정당하게 요구하고 규칙의 절대성에 의문을 던질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정말 그렇게 자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