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인지 감수성
성 인지 감수성 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성차별/희롱/폭력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이런 부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굉장히 중요한 단어인게, 어릴때부터 교육을 꾸준히 받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는 성차별 또는 성폭력이 된다는 걸 모르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런 사람은 주위에서 아무리 타이르고 설명을 하더라도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그런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니니까. 성폭력을 행사할 생각도 없고, 성희롱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자기를 보고 남들은 그렇다고 하니 본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성희롱/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본인이 깨닫지 못한 것 뿐이니까.
그리고, 한국 사람 대부분이 부족한 감수성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인종차별 인지 감수성.
반만년 단일민족이라는 역사를 가진 덕분에 한국 사회는 인종 차별과 배척이 뭔지 알 기회가 없었다. 대학생 때 요즘 단어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업 지도 봉사를 하면서 겪은 한국인들의 인종 차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더 기가 막힌건, 그들은 자기가 인종 차별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일부' 한국인들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대다수가 인종차별을 하거나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심지어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 중 일부가 인종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았으니까. 그런 한국인들을 미워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게, 앞서 말했지만 한국의 역사 자체가 인종 차별 인지 감수성을 키울 기회가 없는 그런 역사였으니까.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5백명의 난민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한국 사회가 보여준 히스테리는 아마도 그 답이 될 듯 하다. 한국 사회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거나,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건 그저 그게 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차별 범죄가 보도되면서 내가 활동 중인 이민자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중국인에 대한 짜증과 분노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인종 차별에 분노하는 것인지 인종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I'm not Chinese 라고 쓴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을 지경. 이민을 오려 하거나, 이민을 와서 살고 있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만 비켜갈 수 있다면.. 그럼 이런 차별과 폭력이 괜찮다는 건가? 그런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의 문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중국인이 당해야 하는데 한국인이 당해서 억울하다던가, 중국인은 당해도 싸다 같은 반응은 마치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미니스커트를 입었으니 그런 폭력을 당한거다 라고 반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폭력을 행사한 범죄자가 흑인인 것과, 그냥 흑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도 대화가 되지 않는다. 인종 차별을 걱정하면서 스스로가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흑인과 중국인에 대한 차별은 의식하지 못한다.
특정 나라의 정치 체제나 외교 정책에 대한 반대가 아닌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인종과 민족 자체에 대한 혐오와 반대는 모두 인종 차별이다. 그러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인종 차별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이들에게 이걸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