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나날

미국에 발을 내딛고 맞이하는 세번째 봄. 

첫번째 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느끼지 못했다. 애틀란타에서 뉴저지로 이사가 결정되어 미국에 랜딩한지 1년도 안돼 다시 이사를 준비해야 했고 나 역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뭐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주위에 꽃이 피는지, 날씨가 따뜻해 졌는지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다. 

두번째 봄은 Covid-19 과 함께 지나갔다. 온 세상이 Corona virus로 난리였지만 의외로 집에서의 생활은 목가적이고, 평온했다. 

뒷마당에는 불청객이 셋이나 찾아와 봄을 보냈다. 어미 사슴 한마리가 새끼를 우리집 뒷마당에 자주 놔두고 돌아다녔던 덕에 새끼 사슴이 놀랄까봐 그 때마다 뒷마당을 쓰지 못했고, 3월부터 우리집 뒷마당 벚나무에 새 몇마리가 앉아 노래를 부르더니 짝을 지어서 뒷마당 가시덤불에 둥지를 틀었다. 문제는 둥지가 있는 덤불 근처에 가면 새끼들을 해칠까봐 긴장한 어미새가 머리 위로 위협 비행을 하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통에 사슴이 떠난 이후에도 우리는 여름이 오기까지 뒷마당에 만들어 놓은 텃밭을 쓰기 어려웠다. 마지막 불청객은 모르고 있다 가을에서야 그 정체를 확인했다. 뒷마당 바베큐장 바로 옆 덤불에 말벌이 집을 짓고 군락을 이루고 있었던 것. 첫째가 발견했을 땐 이미 농구공만한 크기까지 커진 상태라 pest control service를 불러서 제거할 때 까지 역시 뒷마당 출입 금지였다. 

그래도 거의 매일 뒷마당 바베큐장 앞에 테이블을 펴 놓고 저녁 식사를 즐겼기에 매일 매일이 캠핑을 온 기분이었다. 이민자로서 겪는 이런저런 해프닝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그리고 맞이한 세번째 봄

지루하다고 느낄 만큼 평범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상은 아직 Covid-19 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백신은 나왔으나 모든이가 그 혜택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일적인 스트레스를 제외한다면, 너무나 평범하고 나른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어제 혼자 노트에 낙서를 하다 아래의 글귀를 적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나날. 


이런 날들을 누려본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평범하고 나른하고 하루하루가 어떤 일을 겪어내고 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그런 날들. 내 일상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굴곡이 없는 그런 날들. 

이렇게 세번째 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