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 서울 @2007 |
내가 가장 아끼는 카메라와 렌즈는 Pentax KX 와 K50.4 단렌즈의 조합이다. 이 카메라를 아끼는 이유는 딱 하나. 내가 태어나기 직전, 아버지께서 일본 출장을 가셨다가 세상에 곧 나올 내 사진을 찍기 위해 사온 카메라와 렌즈이기 때문이다. 1976년생인 나보다 1년 먼저 만들어진 카메라.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단 하나의 유품이기도 하다.
카메라의 미러에도 흠집이 있고 렌즈에도 얼룩이 있어서 초점 잡기도 어렵고 빛이 까다로운 조건이면 사진의 중앙에서 약간 상단에 지문이 묻은것 같은 얼룩이 남는다. 그래서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런 사진을 찍을수 있는 빛 조건이면 항상 저 얼룩이 나오니까.
하지만 나는 그걸 아버지가 남긴 지문이라고 여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기신 물건을 정리하다 내 손에 들어온 이 카메라와 렌즈는 처음부터 그 얼룩이 있었다. 내가 만든게 아니니 아버지 생전에 남은 자국일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아버지의 흔적이다.
오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사람이 그리운데 사람이 싫다. 이런 내게 어떤 조언을 해 주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