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r New Year

이번 설은 좀 유별났다. 나는 그걸 '마치 지침이 내려온 것 같다' 고 표현했는데 그 정도로 음력설의 명칭을 Chinese New Year 로 해야 한다는 중국계 이민자들의 움직임이 정말 거셌고 조직화 되었고 광범위했다. 중국계 학부모들로 구성된 Chinese PTA를 통해 학교마다 중국 새해 문화에 대한 공연이 있었고 자료들이 제공되었으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뿌렸다. 온라인에서는 Lunar new year 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Chinese New Year가 맞는 명칭이라는 조언/항의가 뒤따르기 일쑤였다. 한인 타운에 있는 학교 한곳에서 음력 새해를 축하하며 Chinese New Year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중국계 학부모들과 PTA 사이에 충돌도 있었다. 작년까지는 아무런 항의가 없었다. 올해만 유별나다.

출신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고 알리려는 노력은 저들이 잘하고 있는거라 생각하지만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축하하는 절기에 대해 중국거니까 반드시 Chinese New Year 라고 불러야 한다는 그들의 요구는 대단히 불편하다. 마치 Europe's Christmas 혹은 Rome's Christmas 아니면 Catholic's Christmas 라고 하지 않는것 처럼 보편적인 절기/축제의 명칭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게 옳다. 

더구나 음력이라는 것 자체는 중국만 사용한게 아니라 고대 인류 문명 대부분이 동시 다발적으로 사용했다. 해의 높낮이와 낮의 길이같이 하루하루의 차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태양과 달리 모양이 하루하루 바뀌는 달은 날짜를 세는 용도로 가장 이용하기 쉬운 대상이었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고대 이집트는 물론이고 메소포타미아 문명권.. 히타히트나 수메르까지도 태음력을 이용했다. 인도의 고대 국가들중 일부에서도 태양태음력과 유사한 구집력九執曆을 사용했었다. 중국의 주장대로 중화 문명에서 음력을 사용하기 시작한게 요순(堯舜)시대라고 한다면 기원전 2천년경이니 기원전 3천년으로 기록된 히타히트나 수메르의 태음력은 그보다 최소 천년 이상 앞서 있다. 그러면 이집트 혹은 수메르 또는 히타히트's New Year 라고 해야 하는가. 조금더 originality를 따진다면 Babylonian's New Year라고 해야 하는가. 하지만 실상은 아무도 어느 문명의, 국가의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 달력과 역사서 펴놓고 싸우지 않는다. 심지어 이집트의 태양력에서 기원한 그레고리력을 공식적인 달력으로 쓰는 현대 문명도 양력 1월 1일에 대해 Igyptian's New Year 라고 부르지 않는다. 쓸데없는 논쟁인건 차치하고 그렇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문화에 대해 '내 거' 라면서 명칭의 소유권을 주장하는것 자체가 함께 살아가는 같은 문화권의 이웃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써 좋은 매너가 아니고 그래서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중국을 제외하면. 

동북아시아의 찬란한 문화 선도국이었던 중화 문명은 이제 없어진 것일까. 아무리 분서갱유와 문화대혁명처럼 주기적으로 스스로의 문화적 유산을 초기화 시키는 습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저들의 지금 모습은 지금 가진게 없어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리며 과거의 것들은 전부 내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문화대혁명 이후 백년도 지나지 않았으니 지금은 중국 문화의 암흑기.. 좋게 말하면 저들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쌓기 시작하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렇게 새로 형성되기 시작한 문화의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자리잡는것 같다. 이웃으로써 더불어 살아가기 참 힘든, 그런 쪽으로.

그런데 별것 아닌것 같지만 음력 새해를 놓고 명칭에 대한 갈등(갈등이라기 보다 CNY라고 불러야 한다는 중국계의 요구)이 극에 달했던 지난주, 아이들 학교 교장이 weekly letter를 보내며 공식적으로 Lunar New Year 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과연 중국계 학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다음 PTA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