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 life balance

캘리포니아 출장중. 이틀전에 LA에 도착했고 어제 LA를 떠나 샌디에고로 내려왔다. 내일은 멕시코로 넘어갈 예정.

렌터카를 운전해서 왔는데, CEO와 함께 이동하는 상황이어서 차에 둘이 앉아 처음으로 긴 시간 대화를 했다. 일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대화만 몇시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각자의 가족 이야기에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인 그는 내가 입사하기 직전, 지금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회사의 창업자가 몇년에 걸쳐 삼고초려해서 채용한 전문 경영인이다. 이사회 의장과 그 사이에서 방향이 충돌해서 내가 고생한 적도 있지만 일할때 전반적으로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다.

어제 처음으로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50대 후반이라고. 평소 좀 어려 보인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원래 다른 인종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법이라서 좀 어려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어렸던 것. 그가 CEO가 된 시점을 생각해보면 50대 중반이었고, 이사회에서 몇년동안 합류를 설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50대 초반에 이미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일 하는걸 보면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하면서도 그만큼 가족들과도 잘 지내고 자기 삶도 충분히 즐긴다. 종종 일주일에서 열흘씩 오지에서 백패킹을 하면서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오는데 어제도 차에서 친구와 전화로 이번 여름 트래킹 계획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른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올라 매년 많은 돈을 버는게 부러운게 아니라, 그런 자리를 노리는 수많은 워커홀릭들과의 경쟁에서 승승장구 하면서도 가족과 화목하고 이웃과 잘 지내고 개인 삶도 즐기는 그 모습이 부럽다. 어제도 쉴 새 없이 울리는 그의 휴대폰에서도 굉장히 많은 수가 아빠의 샌디에고 출장을 대상으로 독립한 두 자녀들이 보내는 농담과 사진들이었다. 내일 저녁은 자기 첫째 아들의 베스트 프렌드가 이곳 샌디에고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그를 만나 저녁을 사주기로 했다고.

과연 내가 내 아이들의 절친과 그 정도로 친하게 지낼수 있을까? 하는 생각. 자녀들의 성장기에 어떤 시간을 보냈기에 자녀들의 친구와도 이렇게 격이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work & life balance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흔히 워라벨 이라고 하면 일하는 시간과 개인 시간을 정확하게 '시간' 기준으로 나눠서 생활 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내 관점에서 그건 바람직한 구분 법이 아니다. 중요한건 스스로가 느끼는 균형감이지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좀 더 길고 개인 시간이 짧더라도 두 삶을 균형있게 유지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게 균형잡힌 워라벨이 아닐까? 8시간 일했네 안했네 하는게 아니라.

그리고 그런 균형점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게 그런 내게 우리 회사 CEO와의 몇시간의 대화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줬다. 아직은 정확한 균형점을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찾아 내리라 본다. 찾아 내야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