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추억

순간은 명확하다.
기억은 날카롭다.
하지만,
추억은 흐릿하다.
사람을 만나 기뻐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는, 그 순간은 더 없이 명확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쁜일에 망설임 없이 기뻐하고 화가 날때면 주저없이 분노한다. 하지만 기억은 순간보다 날카롭다. 시간이 흐른 후, 분명 순간보다 명확하진 않지만 순간보다 날카로운 것은 자명하다. 망설임 없이 배설했던 순간의 감정들은 여과없이 시간에 스며들어 기억의 날을 섬뜩하게 세워 놓기에 과거에 대한 기억은 쉽게 가슴을 저민다. 그래서 기억은, 아프다. 줄곧 외면해오다 실수로 판 잠깐의 곁눈질로도 아프게 베인다. 우리가 기억을 외면하거나 그 상처에 아파는 건 그때문이다.
하지만 추억은 흐릿하다.
꼭 아름다워야만 추억은 아니리라. 시간의 세례를 받아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기억은 그 자체로 추억이 된다. 두 눈 부릅뜨고 똑바로 바라봐도 그저 피식 웃어버리는 웃음만 날 뿐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곁눈질로도 아프게 베이기에 제대로 직시하지도 못했던 일이 아무리 똑바로 쳐다봐도, 미간에 주름을 잡아가며 살펴보아도 아프기는 커녕 잘 보이지도 않는다. 날카로움을 잃은 기억은 흐릿함으로 그 의미를 강제한다.
그래서 터무니 없게도 흐릿함은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분명 너무나 아파했고 분노했던 기억임에도 흐릿하게 떠오르는 추억은 안타까움을 이끈다. 그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제 허탈해진다. 도대체 기억이란 무엇이고 추억이란 무엇인가. 분노란 무엇이고 안타까움이란 무엇인가.
그래, 기억이라는 존재는 어차피 그 순간의 감정에 의해 해석되는 과거의 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리라. 그리고 추억은 그렇게 잊혀져 가는 감정에 대한 우리의 안타까움일 것이고.
잠을 자지 못한지 40시간은 된 것 같다. 수면 부족이어서 그런지 자꾸 몽롱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통해 엉뚱한 생각을 펼쳐 놓는 듯.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기억...추억? 훗.
이 글을 읽는 모두, 행복한 밤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