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
| [Apple study @2019 / Mamiya RB67 / Film scan] |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능력과 시간은 모자란다.
사진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여유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환경이 아닌 의지의 문제인데..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전시회를 두번이나 했는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 여유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의견도 필요 없는, 내가 생각해봐도 그냥 의지의 문제다. 남들처럼 풍경 사진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고, 정물 사진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 집에서 작업을 하지 않는 건 그냥 의지의 문제. 아니면... 지금 내 주위에는 사진 작품에 대해 토론할 친구들이 없다는 문제일지도.
그나저나, 언제까지 필름 카메라를 써야 할까? 시간이 갈수록 필름도 구하기 어려워지고 현상 약품들도 구하기 어려워진다. 코닥에서 품질 문제가 터졌는데도 대안이 딱히 없는 이 답답한 상황. (아, 우리에겐 아직 ilford가 있나?) 물론 필름이 완전히 사라질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단 하나뿐인 유품을 단지 필름 카메라라는 이유만으로 사용하지 않는 골동품으로 분류하고 싶지도 않고. 다만 헷갈리는 건,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이걸 부여잡고 있는건지,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부여잡고 있는건지 알 길이 없다.
그동안 찍은 정물 사진 작품들을 보다 문득 마음 복잡해진 밤. 생각이 사진을 넘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까지 이르렀다. 쩝... 괜히 맥주를 꺼냈다. 위스키였어야 했는데. 위스키는 사색을 위한 술이고 와인은 대화를 위한 술이라고 그렇게 주장하고 다니면서, 이런 저녁에 위스키가 아닌 (심지어 와인도 아니고)맥주를 꺼낸 이 변덕을 어찌해야 할지. 대신 이번 주말에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병 골라서 열어야겠다.
그런데... 웹에 올려서 보면 품질이 너무 저하되서 사진의 감흥이 사라지니 큰 모니터나 실제 인화물로 봐야 하는 중형 필름 사진을 찍으면서 집에 적당한 크기의 포토 프린터 하나 없는 것도 좀 모순이다. 뭐.. 필름 자가 현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기에 자가 인화까지 할 생각은 없으니 프린터에 자꾸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