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
참 힘든 하루였다.
아닌 날이 얼마나 될까마는, 그래도 오늘은 유달리 힘들었다. 감정적으로, 일적으로... 그리고 여러가지로. 남의 손을 다치게 할 땐 칼이 날카로워서지만, 내 손을 다치게 할 땐 칼이 무뎌서라던데 아직도 나는 내 칼날이 무딘지 날카로운지 모르겠다. 칼날은 같은데 나도 다치고 남도 다치니 도무지 종을 잡을 길이 없다.
다 필요 없고, 메일을 통해 그냥 긴 호흡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 수록 주위에 짧은 호흡의, 숨가쁜 대화만 가능한 사람들만 보인다.
할 말이 많으면서 한편으로 없는 저녁. 와인에 흠뻑 취해서 자우림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취하니... 좋기는 하네. 그나저나 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이라니. 이름을 지어도 어쩌면 이렇게 잘 지었는지. 노래에 취하고, 멜로디에 취하고, 목소리에 취하고... 그냥 지금 내 이 상황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