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U 40th anniversary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재미있게 살았던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내 경우 답이 금방 나온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약 5년의 기간.
이때는 매일 매일이 흥미로웠고, 재미있었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것들 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컴퓨터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리눅스와 해킹에 빠져 있었고 이와 함께 접한 자유소프트웨어 철학에 경도되어 있었다. 정말 쓸모가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높은 확율로 쓸모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재미있어 보이기만 하면 무한정 시간을 쏟아붓고는 했는데 전공 과목 몇개를 말아 먹고도 멈출 수가 없었을 만큼 '정말' 재미 있었다. 2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 때 했던 수많은 쓸모 없는 일들만큼 재미있었던게 없었다. 예를 들어, 이라크가 미사일 제어용 컴퓨터로 쓰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2를 4천대나 구입했다는 뉴스(https://kbench.com/?q=node/7709)에 자극 받아 나도 Playstation2 에 리눅스를 올려 컴퓨터로 만들겠다고 했던 삽질은 데비안유저그룹 세미나에서 그 과정과 결과를 발표(내가 해봤는데, 되긴 되지만 일반 PC처럼 사용하기는 어려우니 쓸데 없는 일 님들은 하지 마세요 라는 결론..)하기까지 했던, 미칠듯이 재미있지만 하등 쓸모 없었던 일들의 하이라이트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때 내가 했던 많은 일들 중 쓸모 없는 일이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걸 하나 꼽자면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꼽을 수 있다. 소위 네임드는 아니었고 이제와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아주 짧은 활동이었으나 그 활동과 별개로 GNU와 FSF의 지향점은 내게 있어서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고민에 머물지 않고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을 줬다. 바로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 내가 마땅히 가져야 되는 권리와, 내가 당연하게 지켜줘야 하는 남의 권리에 대해서.
그리고 그 GNU가 지난 9/27에 40주년을 맞이했다. 여러 루트로 오래된 인연들로부터 그 소식을 접하고 있다. 살면서 과거가 그리웠던 적은 한번도 없는데, GNU/FSF의 40주년 소식은 잠시 온갖 쓸모 없는 것들로 하루가 바빴던 20년전 어느날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Happy 40th anniversary G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