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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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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자려고 누워서 아내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던 중 커피 이야기가 나왔다. 특별히 더치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대화하다 인터넷 검색하다 하면서 만드는 법, 유래 등에 대해 각자가 취득한 정보를 주고 받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필이 와서 둘이 벌떡 일어나 침출식 더치커피를 내리자고 합의를 봤다. 부엌으로 나와서 불을 켜서 내가 핸드밀러의 그라인딩 굵기를 조절하고 원두를 가는 동안 아내는 커피를 침출시키고 숙성시킬 통을 찾느라 싱크대를 뒤적거렸다. 그 야밤에 수선을 떨어서 결국 더치 커피를 위해 커피를 찬물에 침출시켜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 낮에 아내에게 메일이 왔는데 어제 그 난리를 치고 만들었던 커피 우려내기를 끝내고 숙성중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적은 양이 나왔는데 어차피 조금만 해보기로 했던 거니까 불만은 없다. 다만 오늘 퇴근하고 맛을 봐야 하는지, 좀 더 숙성시켜서 내일 아침에 맛을 봐야 하는지 고민중. 맛있었으면 좋겠다. :-)

플라즈마(plasma)

길지도 않은 심플한 단어다. 이게 뭔지 자세히 설명하는 건 귀찮고, 문득 오늘 점심을 먹다가 이게 생각났다. 학부 4학년때 받은 수업의 제목이었는데 말 그대로 플라즈마에 대한 내용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이 과목이 특히 기억이 남는 것은, 너무나 흥미롭게 공부했다는 것 때문이다. 흡사 추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음 페에지에 나올 미분방정식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해서, 또 그 다음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서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기 싫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공부했었다. 추리 소설과의 차이가 있다면 한페이지 넘기는데 몇시간씩 걸린 적도 있을만큼 오래 걸렸다는 것. 결국 수식 1-1을 적어놓고 책의 맨 뒤에 나오는 수식까지 줄줄 유도해 가면서 설명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 심취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렇게 나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시험에 임했는데 문제를 풀려고 보니 문제에서는 수식을 외우고 있다는 가정 하에 문제가 출제 되어 있었다. 그 순간 식은땀이 주륵 흘렀는데 도저히 수식을 기억하고 있지 못했던 것. 유도 하라면 유도할 수 있는데 단순 암기는 못하고 있었다. 어떤 형태인지는 기억 나는데 세세하게는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혹시 틀릴까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수식 1-1부터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1번 문제를 드디어 풀고(전체는 4문제) 시간을 확인해보니 시험 시간을 50분만 준다고 하셨다.(우리과는 전공 과목은 특별히 시간 제약이 없었다. 특히 3,4학년은.) 시간을 더 달라고 하자 시계를 한참 보시더니 5분 더 주겠다고 하셔서 그냥 답안지 내고 나왔었다. 이런 제길슨. 덕분에 4학년 학점이 안드로메다로 갈 뻔했었다. ㅡㅡ; 어쨌든 그때 익힌 지식은 대학원 전공이었던 플라즈몬(plasmon)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었지만 그 당시에는 투덜투덜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오늘 밥을 먹다 그 생각이 나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잠자기 싫을만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재미...

포항 '아라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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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커피 여행의 마지막 카페는 포항에 있는 '아라비카' 였다. 그동안의 방문기와 달리 과거형인 까닭은 어제 점심때 방문을 했었고 곧바로 집까지 달려오는 바람에 포스팅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아, 물회로 점심 먹고 오긴 했다) 버스 터미널에 있는, 지나가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라면 어느곳이나 기억에 남는 단골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가게일수록 그런 단골들 또한 기억이 아닌 추억을 그곳에 묻어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유행한게 몇년 전부터일까? 흔히 말하는 다방커피가 아닌 제대로 된 핸드드립이 유행하기 시작한지 말이다. 오년? 십년? 과연 십년 전에 핸드드립이라는 방식의 커피를 즐겼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일 그 시간이 이십년으로 늘어난다면? 포항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 '아라비카'는 그 이십년이라는 시간을 같은 주인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의 커피를 내리고 있는 곳이다. 인테리어 조차도 크게 바뀌지 않아 실내는 이십년된 인테리어다. 카페 투어객이라는 인사를 함과 동시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전날 다녀간, 이십년 전 단골에 대한 이야기까지. 외지에 나가 이십년을 정신없이 살다가 사업차 들린 포항에서 젊은날의 단골 가게를 찾았던 그 분이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는 그 이야기에서 단지 돈받고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우려내는 푸근함이 느껴지는 장소로 다시금 보였다. 그런 장소에서, 이십년간 커피 하나로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고 유지되어 온 가게에서 커피 맛이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 것이다. 그냥, 푸근했다. 또 이랬던 적이 언제였는지 모를 만큼. 지금이야 조금 유행처럼 번지는 취미이긴 하지만 커피라는 것은 커피의 산지에서 시작해 손 끝을 거쳐 마실때의 온도에 이르기까지 어느것 하나 일정함이 없는 새로움으로 가득한 음료다. 심지어 커피를 내리는 날의 습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정도니 우리나라 같이 기온이 급변하는 기후에서는...

경주 '슈만과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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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일정은 아침에 부산을 떠나 오전에 울산 '빈스톡'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경주로 이동해 이지역 커피 명가인 '슈만과 클라라'를 가기로 되어 있었다. 도시를 두 개 가로지르는 일정이긴 하지만 어차피 멀지 않고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에 울산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되는 일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여행의 의외성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울산 '빈스톡'을 포기했다. 이유는 해운대. 어제 저녁 바람이 불고 결국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못나가본 해운대를 오늘 오전에 방문했다. 첫째에게 백사장 모래 장난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과 울산 '빈스톡'을 맞바꾼 것. 어차피 '빈스톡'은 카페는 아니고 말 그대로 구경 하고자 했던 곳이니(운 좋으면 박윤혁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한잔....기대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오전을 그렇게 부산 해운대에서 보내고 경주로 이동했다.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지에 있거나 한때 중심지였던 곳에 있는 다른 커피숍들과 달리 슈만과 클라라는 주택가에 있었다.(여기 주택가 맞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도 아니고 말 그대로 주택가 외각에 정말 동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곳의 분위기는 슬리퍼를 끌고 찾아야 할 것 같은 친근함이 강제되어 있다. 적어도 강제라는 단어에서 부정적 의미를 뺀다면 말이다. 카페의 1층은 로스팅하는 곳과 커핑 랩이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두를 로스팅 하고 맛을 테스트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 진다고 한다. 매장은 2층인데 생각보다 널찍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카페의 위치로 볼 때 평일 오후이니 만큼 조금은 휑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매장 한켠엔 오래된 LP 가 가득했는데 장식인지 아직도 현역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맛 볼 수 있었다. 게이샤 라는 말은 일본어가 아니다.(한글로 발음을 적어 놓은게 비슷할...

부산 로스터리 카페 '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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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한켠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는 구역이 있다. 비좁은 골목, 낮은 빌딩, 낡은 담벼락, 잡초들이 비집고 올라오는 깨진 보도블럭. 한때 중심지의 역할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누구나 '어디'라고 말하면 알 수 있는 곳이지만 도시가 커가며 옮겨가는 중심에서 소외되어 더 이상의 변화가 없이 도시와 함께 늙어가는 장소. 그래서 그런 곳에서는 스크린 속 배우가 실제로는 초로의 노인이 되어 있는 낡은 무성영화 필름 같은 시간의 어긋남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 로스터리 카페 '휴고'는 지난 십년동안 부산의 한 귀퉁이에서 한결같이 커피 향을 풍겨온 오래된 장소의 냄새가 났다. 생각했던 것 보다 휴고를 찾아가는 길은 어려웠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의심할 정도로 비좁은 골목에 지그재그로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와 화분들을 지나 두 바퀴나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장소를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결국 전화를 걸어 가게 직원에게 장소를 확인해야 했고 직원이 길가에 나와 우리를 주차할 수 있는 건물로 안내를 해주고서야 부산 커피의 1세대라 불리는 유서깊은 그곳을 찾아갈 수 있었다. 우리 전화를 받고 두번 물어보지도 않고 가게 앞으로 나온다고 말하는 폼에는 수많은 카페 투어객들을 맞이해본 경험이 배어 있었다. 카페를 들어가니 나이든 노부인 두분이 한 테이블을 찾이하고 계셨다. 오래된 인테리어의 실내와 노부인 두분의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첫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무슨 커피를 주문할까 고민하다 휴고 자체의 로열 블랜드와 브라질 원두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로열 블랜드는 강배전한 원두를 고노 드리퍼로 내리는 진한 커피인데 뜨거운 물로 내리면 쓴맛이 너무 강하게 우러나기 때문에 조금 낮은 온도의 물로 한방울 한방울 내리고 내린 결과물을 다시 가스불 위에 올려서 마시기에 좋은 온도로 데워서 내놓는 특이한 커피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한 에스프레소 더블샷이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중량감이 있는 커피였는데 오전에 이미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아내와...

Jay's coffe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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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기다렸던 Jay's coffee studio에서 커피를 즐겼다. 펜션 2층에 자리잡고 있는 터라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경치가 정말 좋았다. 야외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었는데 날이 지금처럼 덥지 않으면 거기 앉아서 햇볕을 즐기는 것도 무척 좋을 것 같았다.(테이블마다 큼지막한 파라솔을 하나씩 세워 놓거나 전체적으로 차양을 쳐 놓았으면..하는 아쉬움이.) 평일 아침이고 오픈하자 마자 들어간 덕분에 손님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다. 매주 화, 수 요일이 로스팅 하는 날이라고 되어 있어서 혹시 오래된 원두밖에 없거나 오늘 갓 로스팅해서 아직 맛이 제대로 없는 원두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됐지만 아내와 내가 고른 수프리모와 산토스는 목요일에 로스팅을 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손님이 없었던 덕분에 아내가 수프리모를 즐기는 사이 나는 첫째와 함께 카페 내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아줄 수 있었다. 커피 맛은 훌륭했다. 나나 아내의 입맛 기준으로는 군산 산타로사 보다 더 좋았다. 특히 브라질 원두 특유의 진하고 깔끔한 맛을 제대로 살려내서 입에 머금고 넘기는 순간의 느낌이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내가 집에서 내리는 산토스의 복잡한 맛과는 차원이 다른 ㅠㅠ) 본래 어느 집이나 핸드드립의 리필은 아메리카노로 해주지만 Jay 님이 인심을 쓰셔서 탄자니아 원두로 핸드드립 리필을 해주셨다. 이 또한 훌륭. 비록 내가 좋아하는 원두는 아니고 아내가 선호하는 원두라서 내 입맛에 맞았던 것은 아니지만 산토스, 수프리모, 탄자니아 모두 고유의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예가체프를 한번 맛 보고 싶었는데 풍부하고 현란한 맛을 자랑하기보다는 단단하게 맛을 입 안으로 갈무리해서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드립 스타일인 듯 해서 예가체프보다는 내가 골랐던 산토스가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마셔봐야 아는 거지만 마셔보질 못했으니...) 더치 커피도 있었는데 오늘 거가대교를 타고 부산으로 넘어가서 카페 '휴고'를 방문할 예정이라 카페...

통영 솔향기 은빛바다 펜션

한국의 나폴리 통영. 나폴리를 가본적도 없고 사진으로 제대로 본 적도 없으니 '나폴리' 라는 단어에서 내게 떠오르는 영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나폴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이름을 날린 역사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고 '한국의 나폴리' 라는 별칭으로 통영을 부를때 어떤 이미지를 그리는지 정도는 상상할 수 있다. 군산, 보성, 여수를 거쳐 바로 그 통영에 와 있다. 어제 도착했는데 두개의 짝을 이룬 대교가 보이고 바로 앞에 갯벌이 펼쳐져 있는 솔향기 은빛바다 펜션에서 하루를 묵었다. (정확히 말하면 통영이 아닌 거제도 행정 구역이지만...) 와서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하고 내년 휴가때는 여기에서 아예 며칠 있으면서 거제도와 통영 일대에서 휴가를 즐기는게 어떠냐는 말을 했을 정도. 어제 생명으로 와글와글 하는 갯벌에서 깔깔거리며 걸어 보기도 하고 해가 지고 난 후 바닷가를 따라 도는 산책로로 가족들과 함께 걸었는데 바닷물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굉장히 포근했다. 동해와 달리 파도가 잔잔하게 치는 이곳의 파도 소리는 듣고 있자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사실 여기에 온건 예쁜 펜션에서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펜션하고 같이 있는 Jay's coffee studio가 목적이었다. 월요일은 휴무라서 어제는 커피를 즐기지 못했고 오늘 아침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한잔 할 생각. . 아침에는 모처럼 내 KX를 들고 펜션 앞바다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밤사이 물이 들어와 갯벌로 내려서는 돌계단에 앉아 셔텨를 누르는데 묵직하게 올라오는, 익숙한 KX의 셔터음과 느낌이 반가웠다. 그동안 정물 사진은 RB67로 찍고 아이들 사진은 조리개 우선 모드가 지원된다는 이유로 컬러 필름을 물려놓은 아내의 ME로 찍거나 똑딱이 디카로 찍다보니 KX를 이용할 기회도 여력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손을 타고 올라오는 그 묵직하면서 경쾌한 셔터음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반가웠다. 사진을 찍는 취미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