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솔향기 은빛바다 펜션

한국의 나폴리 통영. 나폴리를 가본적도 없고 사진으로 제대로 본 적도 없으니 '나폴리' 라는 단어에서 내게 떠오르는 영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나폴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이름을 날린 역사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고 '한국의 나폴리' 라는 별칭으로 통영을 부를때 어떤 이미지를 그리는지 정도는 상상할 수 있다.

군산, 보성, 여수를 거쳐 바로 그 통영에 와 있다. 어제 도착했는데 두개의 짝을 이룬 대교가 보이고 바로 앞에 갯벌이 펼쳐져 있는 솔향기 은빛바다 펜션에서 하루를 묵었다. (정확히 말하면 통영이 아닌 거제도 행정 구역이지만...) 와서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하고 내년 휴가때는 여기에서 아예 며칠 있으면서 거제도와 통영 일대에서 휴가를 즐기는게 어떠냐는 말을 했을 정도. 어제 생명으로 와글와글 하는 갯벌에서 깔깔거리며 걸어 보기도 하고 해가 지고 난 후 바닷가를 따라 도는 산책로로 가족들과 함께 걸었는데 바닷물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굉장히 포근했다. 동해와 달리 파도가 잔잔하게 치는 이곳의 파도 소리는 듣고 있자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사실 여기에 온건 예쁜 펜션에서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펜션하고 같이 있는 Jay's coffee studio가 목적이었다. 월요일은 휴무라서 어제는 커피를 즐기지 못했고 오늘 아침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한잔 할 생각. .

아침에는 모처럼 내 KX를 들고 펜션 앞바다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밤사이 물이 들어와 갯벌로 내려서는 돌계단에 앉아 셔텨를 누르는데 묵직하게 올라오는, 익숙한 KX의 셔터음과 느낌이 반가웠다. 그동안 정물 사진은 RB67로 찍고 아이들 사진은 조리개 우선 모드가 지원된다는 이유로 컬러 필름을 물려놓은 아내의 ME로 찍거나 똑딱이 디카로 찍다보니 KX를 이용할 기회도 여력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손을 타고 올라오는 그 묵직하면서 경쾌한 셔터음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반가웠다.

사진을 찍는 취미는 가족들이 공유해줄 수 없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그런 만큼 그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날 위해 시간을 쓰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아이들 사진은 찍는다는 표현보다는 기록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일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뷰파인더로 보이는 사물과의 대화만이 남는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숨쉬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큼 절정의 순간이다. 그리고 내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그런 숨막힐 정도로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었던 듯.

어느덧 아침 8시. 이제 슬슬 짐을 챙겨놓고 커피를 마실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산. 사실 본격적인 커피 여행은 바로 오늘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