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슈만과 클라라'

원래 오늘 일정은 아침에 부산을 떠나 오전에 울산 '빈스톡'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경주로 이동해 이지역 커피 명가인 '슈만과 클라라'를 가기로 되어 있었다. 도시를 두 개 가로지르는 일정이긴 하지만 어차피 멀지 않고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에 울산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되는 일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여행의 의외성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울산 '빈스톡'을 포기했다. 이유는 해운대. 어제 저녁 바람이 불고 결국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못나가본 해운대를 오늘 오전에 방문했다. 첫째에게 백사장 모래 장난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과 울산 '빈스톡'을 맞바꾼 것. 어차피 '빈스톡'은 카페는 아니고 말 그대로 구경 하고자 했던 곳이니(운 좋으면 박윤혁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한잔....기대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될 것도 아니었다.
오전을 그렇게 부산 해운대에서 보내고 경주로 이동했다.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지에 있거나 한때 중심지였던 곳에 있는 다른 커피숍들과 달리 슈만과 클라라는 주택가에 있었다.(여기 주택가 맞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도 아니고 말 그대로 주택가 외각에 정말 동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이곳의 분위기는 슬리퍼를 끌고 찾아야 할 것 같은 친근함이 강제되어 있다. 적어도 강제라는 단어에서 부정적 의미를 뺀다면 말이다.

카페의 1층은 로스팅하는 곳과 커핑 랩이 같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두를 로스팅 하고 맛을 테스트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 진다고 한다. 매장은 2층인데 생각보다 널찍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카페의 위치로 볼 때 평일 오후이니 만큼 조금은 휑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매장 한켠엔 오래된 LP 가 가득했는데 장식인지 아직도 현역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맛 볼 수 있었다. 게이샤 라는 말은 일본어가 아니다.(한글로 발음을 적어 놓은게 비슷할 뿐) 이 커피는 일반적인 경로로 구할 수 없는 커피로 경매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비싼' 녀석이다. 내가 이제껏 마셔본 커피 중 가장 비싼 녀석이었는데 대충 가격을 이야기해 보면 로스팅한 원두 한알에 몇백원 정도 한다.(OMG. lol) 아마 카페 투어중이 아니었다면 쉽게 고르지 못했으리라. 맛은 대단히 색달랐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예가체프의 할아버지뻘 되는 맛과 향취라고나 할까. 어떻게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맛을 보길. (파나마 게이샤에 대한 설명은 다음 링크 참고. http://www.coffeero.com/news/news_view.php?id=academy&seq=501 )

지금은 보문단지내에 있는 산푸른 펜션에서 쉬고 있는데 창문을 열어두고 있으니 뻐꾸기 우는 소리도 들리고 서늘하니 춥다는 생각까지 드는 상황이라 TV 뉴스에서 폭염 어쩌고 이야기 하는 기자가 남의 나라 이야기 하는 것 같은 기분. 내일은 포항으로 이동할 계획인데 오늘 저녁 시원하게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