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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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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 집의 가장 큰 특징 이라면 벽난로가 있다는 것. 전기나 가스로 동작하는 벽난로도 제법 늘고 있는데 이 집의 벽난로는 나무를 떼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한번쯤은 나무를 직접 떼는 벽난로를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는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게 됐으니 소원 성취를 한 셈.  직접 사용해 보니 난방 용도로는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나무를 너무 조금 넣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사실 현대식 주택에서 벽난로의 용도가 난방에 있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데코레이션의 용도가 더 크다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나저나 이렇게 벽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어 놓고 앉아 있자니 와인 한잔이 무척 생각난다. 집에는 버번 위스키만 있는데, 레드 와인 한병 퇴근길에 사올 걸 그랬나. 

바쁘다

정말 숨 쉴 틈도 없이 바쁘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 없는데 업무량을 따라가려면 퇴근 후에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만이면 괜찮은데,  지난 주말에 이사를 하면서 지난 며칠 계속 기존에 살던 집 청소를 하고 자잘한 짐을 계속 나르느라 시간을 쪼개야 하고(트럭을 불러 침대나 식탁 같은 큰 짐은 옮겼으나 나머지는 나와 아내 몫이다), 어쨌든 생활을 해야 하니 새로 옮긴 집에서도 박스들을 정리해야 한다. 옷, 그릇 같은건 물론이고 손톱깍이 같은 자잘한 것들 까지. 여기에 더해 이번 주말 막내 생일파티 준비도 하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모자란 건 둘째치고, 이렇게 여러가지 일에 쫓기는 그 느낌이 싫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심리적으로 코너에 몰리는 듯한 느낌. 어쨌든 이번주만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버티자.

어머니

지난 화요일 한국에서 어머니께서 오셨다. 며칠 같이 지내면서 동네 산책도 하고 밤이면 같이 술도 한잔 하고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트레일에 가서 조금 멀리 걷고 왔다. 이리 좋을수가. 나중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더라도 몇년만... 아이들이 아직 어릴때 만이라도 미국에서 함께 사는게 어떠신지 여쭙고 있는데 반응이 미적지근 하시다. 쉽지 않은 질문이고 대답이시겠지. 어쨌든 아직 결정까지 시간은 좀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연세와 햇수를 따져보면 사실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가 어머니의 생각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내가 시민권을 받고 어머니를 초청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그 날 전에 내 부탁을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재택근무

회사 정책상 일주일에 나흘은 사무실에 출근을 해야 한다. 나머지 하루는 재택근무. 팀원들에게 물어보니 예외 없이 금요일에 쉬겠다고. 원래도 금요일에 일이 적었는데 이제는 거의 주4일 근무하는 분위기가 됐다. 사실 전부터 금요일에는 암묵적으로 서로 업무 요청을 하거나... 미팅을 잡거나 하지 않는 문화였는데 이제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건물도 조용해서 꼭 주말에 출근한 느낌이다. 금요일인 오늘 출근을 했는데 구매팀 한명이 출근을 해서 일하고 있었다. 분명 금요일 재택 근무를 내 손으로 승인한 기억이 있는데.. 싶어서 혹시 무슨 특별한 업무가 있어서 금요일에 출근했냐고 하니 어제 아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병원에 데려갔다 오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느라 사무실을 못나왔기에 주4일 사무실 출근을 채우기 위해 금요일이지만 출근했단다. 어제 이 직원으로부터 아이 케어하느라 재택근무 하겠다고 알리는 메일을 받은 기억이 났다. 잠시 생각해보다 금요일 재택근무는 나와 합의한 근무 조건이라 불변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출근 안하기로 했으면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특히 어제처럼 갑작스러운 아이 케어가 필요한 경우 본인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한 건데 그것 때문에 계획에 없던 출근을 금요일에 하는건 옳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본인이 나와야 할 일이 있어서 나왔다면 상관 없지만 이번 같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출근 조건을 빡빡하게 해석해서 출근할 필요는 없다. 출산휴가를 끝내고 한달 전에 업무 복귀한 이 직원은 분명 금요일 재택근무를 기준으로 맞벌이 하는 남편과 교대하거나 혹은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내니를 고용하거나 했을텐데 갑자기 금요일 출근을 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수 밖에 없다. 업무가 아니라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말씀. 더구나 구매 업무 특성상 장소가 어디든 일하는데 지장이 없고, 사람들 거의 없는 금요일에 텅 비다시피 한 사무실에 나와서 혼자 오도카니 앉아서 일 해봐야 집에서 일하는 것과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을까. 업에 집중하...

새벽

새벽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4시. 좀 더 잠을 청할까 했는데 노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져 왔다. 아무래도 다시 잠을 다시 드는건 요원한 일로 보였다. 추운듯 웅크리고 있는 아내에게 이불을 다시 잘 펴서 덮어주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서 책상에 앉았다. 운동을 가기에는 아직 날이 어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멀리 나가자니 어제 발견한 뒷변속기 부품 파손이 발목을 잡는다. 작년에는 몸이 여기저기 문제더니 올해는 자전거가 문제다. 결국 이 시간에 집에서 할 수 있는게 책읽기 밖에 없는데 내 킨들은 막내가 Dogman을 본다며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있던 파칭코는 어제 오후에 다 읽었다. 음악이라도 들을까 해서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아내가 깰까 싶어 맥북에 헤드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헤드폰을 쓰고 듣는 음악의 입체감과 안온감이 몸을 좀 더 노곤하게 만든다. 무슨 시험 공부 하듯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는데, 뒷마당에 있는 gravity chair 처럼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있다면 이대로 잠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의식적으로 술을 멀리한지 시간이 제법 된다. 이민 스트레스 때문인지 미국에 와서 술을 찾는 빈도수가 많이 늘었는데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운동을 더 하는게 낫겠지 싶어서 집에 와인이고 맥주고 위스키고 상관없이 아예 가져다 놓지를 않고 있다. 그래도 어제는 가볍게 위스키라도 한잔 마셨으면 푹 잘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뭐 그래도.. 다음주면 이제 한국에서 어머니가 오시는데 그때는 위스키 마니아인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좋은 위스키를 한병 사다 놔야겠지만. 생각은 많아 하늘로 훨훨 나는데 손가락이 따라가 주지를 않는다. 조금 기다렸다 해가 뜨면 옷 챙겨 입고 나가서 마을 한바퀴 걷고 와야겠다.

Paulinskill trail, 베이글, 그리고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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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inskill trail Lafayette에서 출발해서 Stillwater와 Blairstown을 지나 Portland까지 이어지는 Paulinskill rail trail 은 지금까지 세번 도전해서 제대로 길을 헤매지 않고 완주한 이력이 없는 트레일이다. 내가 워낙 길눈이 어두운데다 Garmin 의 navigation 기능도 아주 정밀한건 아니라 그렇다는 핑계를 대 보지만.. 어쨌든 갈림길도 많고 좁은 트레일을 달리면서도 길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달린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 한다.  오늘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다시 한번 도전했다. 딱 Blairstown 까지만 찍고 되돌아 오기로 하고 경로 파일도 다시 만들었다. 실제 라이드 하면서도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구글맵을 켜서 비교해가며 위치를 확인했고. 덕분에 이번엔 헤매지 않고 이 트레일의 멋진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베이글 어제밤 경로를 작성하다 보니 내가 반환점으로 지정한 곳 바로 옆에 Blairstown Diner 라는 식당이 있었는데 구글 평점이 괜찮았다. 반환점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오늘 도착해서 간단하게 버터에 구운 베이글과 커피를 시켜서 먹어봤는데, 오.. 상당히 맛있었다. 집에서 가까웠다면 주말에 종종 찾았을 만큼 괜찮은 맛이었다. 이 베이글 때문에라도 종종 와야겠다.  곰 미국에 와서 자전거를 탄 이후 처음으로 곰을 봤다. 덩치가 작은 흑곰이었는데 트레일 옆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내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다가오자 수풀에서 나와 산 위로 도망쳐 올라갔다. 이 트레일을 올 때마다 곰이 있어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정말 마주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워낙 빠르게 도망친데다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내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 일이라 포기하고 그냥 씰룩거리며 산 위로 사라지는 곰의 엉덩이만 감상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올까? 그리고 그때는 곰 엉덩이라도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을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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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자전거를 취미로 즐기고 있고, 자전거를 탈 곳이 많은 마을에 살고 있는게 참 행운이라는 생각. 포장/비포장 도로가 골고루 섞여 있고 그렇게 붐비지 않는 조용한 동네. 오늘 자전거를 타며 보니 옥수수가 내 키보다 크게 자라고 있었다. 조만간 맛있는 옥수수들이 마트에 쏟아져 나오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