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두번째 완독

지극히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쓰여졌다는 주장과 좌편향 된 관점으로 쓰여졌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태백산맥' 을 두번째로 완독했다. 읽기 시작한 날로부터 따져보니 10권까지 모두 읽는데 한달 남짓 걸렸다.

고등학생 때 대입이 결정되고 나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손에 잡았던 장편 소설 중 하나였는데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벌이는 행태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자신의 부당한 이득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좌익 빨갱이로 몰아 죽여버리는 소설속 인물들의 모습이 현정권 아래서 날뛰는 수구 기득권들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게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면 그날로 '좌빨' 이 되어 버리는, 그리고 누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빨갱이' 라고 외치면 앞뒤 사정 따져보지 않고 바로 쳐죽일 놈으로 생각해 버리는 정서까지. 수십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빨갱이' 전법이 통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까지 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다시 읽기 시작한 태백산맥은 지난 한달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사실 순수한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했으며 순수한 시장경제체제도 대공황을 기점으로 실패한 체제로 전락했다. 온전한 사회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찾아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처음 주창된 대로의 자유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도 없다. 특히 북한은 그저 '세습 독제 국가'일 뿐이지 더이상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이라고 자칭할 자격을 상실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시 그저 '친일 세력이 주도해 만든 전체주의 국가' 일 뿐이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칭할 자격이 없다.

문제는 이정도 의견만 밝혀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좌익 빨갱이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유행한 '반공 웅변대회', '이승복 어린이 기념 웅변대회' 입상자 출신인 나까지도 말이다. "이 연사~! 두 주먹 불끈 쥐고~!"^^ )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난 정권때 '이익을 위해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시도를 한 반국가집단' 이라는 죄목으로 친일 수구 언론과 정치 세력들을 '국가 보안법' 으로 모조리 잡아넣어 처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동안 그들이 해온 행위와 비교해 보면 너무 억지는 아닐 것 같은데.

민족주의도 질색하는 내게 솔직히 태백산맥은 공감하기 어려운 소설 중 하나다. 하지만 친일 수구 세력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기득권이 될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목적으로는 더없이 유용한 교과서가 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