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모든 기억들


[Pentax KX | K50.4 + Red Orange 041 | 400TX | V700]
@서울 효창동, 카페 마다가스카르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고, 작년 오늘과 지금은 다른 순간이다. 연관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다른 두 날을, 작년의 오늘과 지금 이 순간을 연관짓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의 기억은 과거로, 과거로 뒷걸음질 친다. 어쩔 수 없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현재' 는 이미 우리 등 뒤의 잊혀진 존재일 뿐.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등지고 과거를 맞이하러 종종걸음 친다. 서둘러 내딛는 그 걸음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미처 예상해보지도 못한 채.

12월 24일.

먼 옛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렸던 날이고 지금 이순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현재이자, 가장 멀리까지 과거를 돌아보는 날이다. 오랜시간 쓰지 않아 뻑뻑해진 낡은 타자기처럼 손가락에 힘을 잔뜩 주고 타이핑 해야 할 만큼 오래전 기억이라 할지라도, 너무 힘들어서 절반도 채 타이핑 못하고 포기하게 되더라도 기억의 첫글자가 가져오는 상념의 양은 이미 충분함을 넘어서게 마련이다.

기억속에, 상념속에 묻혀 허우적 거리던 시절은 분명 지났지만 아직도 지척에서 넘실대는 그 흔적들은 손쉽게 걷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신발이 젖지 않게 그저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으며 사는 수 밖에.

그렇다 해도 역시 언젠가는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모자를 눌러쓴 채 죽기살기로 외면할 필요는 없다. 타자기의 마침표를 힘주어 누르고도 여유가 된다면 이렇게 한마디 건네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모든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