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Rothko
이전 직장 식당을 나오는 복도에는 언제부턴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작품들의 모조화였는데 식당을 나서다 말고 가끔 멈춰 둘러보곤 했다. 특히 혼자 밥을 먹어서 동료의 발걸음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아침이나 저녁시간이 그런 여유를 부리기에 가장 좋았다. (아침 점심 저녁을 회사에서 먹어야 했었다는 사실이 좀 불만이긴 했지만..)
내가 회사를 다녔던 마지막 1년여간은 Mark Rothko의 작품으로 전체를 통일해서 십여점을 전시했었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가중 한명이여서 식당을 가는게 즐겁기까지 했다. 작품들이 모두 큼지막한... 실화 크기의 모화여서 더욱 좋았다. 아마 지금도 동일한 작품들이 걸려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여러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을 짜집기한 컬렉션이 아닌 한 작가의, 한 시리즈로 이루어진 컬렉션이 주는 느낌은 그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가 누군지 궁금할만큼 강렬했다.
언젠가 하루는 퇴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서다 하늘에 걸린 석양을 보고는 그길로 발길을 돌려 다시 게이트를 지나 식당까지 찾아가서 한참을 그의 작품을 바라보기도 했다. 많은 인내심을 사용해야 했던 날이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고민들이어서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날이었다. 술자리로도, 집으로도.. 그 어디로도.
아침에 이런 저런 글을 읽다 그의 작품이 언급된 글을 읽고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 당시, 도저히 타인에게는 -아무리 가깝더라도, 아니 가까울수록 더욱-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냥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랬으면 그렇게 혼자 긴 시간 심호흡을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지나간 일이고,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