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승진

아내가 회사에서 프로모션 제안을 받았다. 팀의 리더 자리로, 그러니까 매니저 포지션으로의 프로모션 제안이었는데 이번주가 지나기 전까지 답을 해달라는 요청. 샐러리도 두배 가까이 올려주고 보험과 같은 여러 혜택도 추가가 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단, 지금처럼 풀타임 재택근무는 안되고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한다고. 

이틀간 아내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무엇보다 사무실 출근을 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게 안되기 때문에 애프터 스쿨을 보내든 학원을 두세군데 보내든 해야 하는데 셋이나 되는 아이들을 모두 그렇게 하자니 비용이 상당했다. 거기에 아직 1학년인 막내까지 그렇게 한다는게 걸렸다. 거기다 아내 회사에서 집까지 40~50분 걸리는데다 중간에 차가 밀리기라도 하면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라서 사무실 출근을 시작하면 사실상 아이들 챙기거나 집안 일을 하는건 어렵다. 퇴근 후에는 여전히 밤 9시까지 영어 수업을 들어야 하니. 회사에서도 아이들 셋이나 키우면서 매니저 일을 하며 사무실 출근하는게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걸 알기에 아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던 것.

결국엔 아내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루 정도 지켜보다가 그냥 내 생각을 말했다. 이번 오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출퇴근 거리가 멀어 기름값도 많이 써야 하고 아이들 애프터스쿨을 보내야 해서 연봉이 올라봐야 금전적으로 이득도 별로 없지만 그런것 보다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 타이틀을 일단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게 아니니까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급하게 아이들 챙겨야 될 일 생기면 그때는 회사에서 아이들 학교까지 20분이 채 안걸리는 내가 움직여서 챙기면 되는 일이고 집안일이야 어차피 지금도 내가 많은 부분 하고 있으니 조금 더 하는건 큰 문제 아니다. 미국에 온 여러 이유중 하나인 아내의 커리어를 전업 주부가 아닌 직장인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부분이 이렇게 잘 풀려가고 있는데 속도를 늦출 필요는 없다. 그렇게 말했는데 아내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단다.

여튼 대단한 사람이다. 엑셀에 숫자 입력하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해서 1년 뒤에는 제품 가격 조정하는 일을 맡더니 1년 뒤에는 그 팀의 매니저가 됐다. 이 사람의 10년 뒤가 궁금하다. 


이번 추수감사절 테이블에서 감사 기도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