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코가 석자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서 어느정도 지위를 갖게 되면 지고 싶지 않았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생기게 마련이다. 그 그룹이 회사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하다못해 친구들간의 모임일지라도 누군가는 모임 날짜를 주도해서 잡고, 장소를 섭외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 된다.

대학 연구실이라는 곳은 그런 면에서 참 특이한 곳이다.

사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방을 책임져 줄 수 없다. 무언가를 지시하기도 애매하고 가르쳐 주기도 어딘가 이상하다. 마치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선배가 무조건 후배들의 레포트를 봐주고 스터디를 지도해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서로간에 연구 테마도 다른 입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어색함을 넘어 웃기는 행위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공계 대학원에서 선후배간의 서열 관계나 돌봐줌이 존재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쳐서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오늘까지를 한계로 정한다 할지라도 누가 날 나무라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내 코가 석자인데 언제까지 세살짜리 후배를 돌봐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늘부로 넌 '아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