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이성당

평소 먹어보지 못한 특이한 음식이 아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을 금할 수 없을만큼 맛있게 하는 요리사나 음식점은 없다. 사실, 흔한 음식이라는 것은 그만큼 맛의 보편화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맛 없게 하는 것이 더 이야기 거리가 되는 음식이라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빵'은 그런 흔한 음식들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맛으로 유명한 빵집에 대한 입소문은 쉽게 접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군산에 있는 '이성당' 이라는 빵집은 상당히 특이한 곳이다. 흔치않은, 바로 입소문이 나 있는 빵집이기 때문이다.

이성당은 1945년에 문을 연 빵집으로 해방 전 일본인이 하던 빵집을 해방직후 인수해서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보다 오래된 빵집'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빵집이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이 맛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음식을 다루는 업종의 특징상 맛이 아주 좋지 않으면 유행에 따라 매출이 출렁이고 그런 출렁임을 몇번 겪다보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60년을 훌쩍 넘긴 빵집이 갖는 맛의 차이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바로 그 이성당을 찾았다. 생각보다 쉽게 찾았는데 밖에서 본 이성당은 상당히 놀라웠다. 빵집 치고는 제법 넓은 매장과 테이블 수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넓은 매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빵은 직원이 내놓자 마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집어가서 비어 버리고 계산대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너무 길어서 빵을 계산하는 줄, 팥빙수 등의 음료를 계산하는 줄, 음료를 받아가는 줄 등이 모두 구분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빵을 사는 사람들이 서너개 고르고 마는게 아니라 쟁반 수북하게 쌓아서 계산대로 가져간다. 팥빵이 제일 유명하다는데 항상 진열대에는 비어있다. 직원이 내놓자 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정신없이 집어드는 진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꼭 오전에 가야 한다. 늦게 가면 더이상 빵이 없다고 하니.

잔뜩 기대를 하고 베어 문 첫 맛은 시시했다. 힘들게 자리를 잡은 테이블에서는 합석을 해야 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맛과 번잡함 때문에 역시 소문 믿을 것 없다는 약간의 투덜거림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그래도 몇개 더 사들고 번잡한 빵집을 나왔다. 그런데 빵을 먹으면 먹을수록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지도 않고 뭔가 대단히 강렬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 손이 갔다. 결국 아내와 둘이 "이집 빵 맛있다"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평범한데 손이 가는 맛. 그게 지금까지 이성당을 지켜온 맛인듯 했다.

여행의 첫 출발지인 군산. 군산의 두군데 목적지 중 한군데인 이성당. 출발이 좋다. :-)